4장. 빨간망토
오늘도 소리는 없다.
찻잔이 식는 소리,
벽시계가 똑딱이는 소리,
그뿐이다.
나는 창문 옆에 앉아
조끼를 짓는다.
처음부터 짜던 건 아니고
풀었다가 다시 짠 것이다.
기다림은 그런 것이다.
빨간 망토를 입은
내 손녀가 온다고 했다.
엄마가 보냈다고 했다.
그 애는 아직도
숲길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숲이 무섭다.
나는 말하지 않았다.
외롭다고, 무섭다고,
이런 날엔 말소리 하나가
벽보다 더 따뜻하다고.
그 애는 도착하면 웃을 것이다.
내가 끓인 국을 먹고,
머리카락을 땋으면서
학교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돌아갈 것이다.
다시 숲을 지나서.
나는 아무 말 없이
문을 닫고,
이불을 털고,
불을 끌 것이다.
누군가는 말했다.
동화는 해피엔딩이라고.
하지만 그건
누가 기다리는지를
모를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나는 기다린다.
오늘도.
내일도.
언젠가 다시 열릴
문 하나만을 믿고.
그리고 이 고요한 집에서
나는
조용히 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