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가 익숙해진 아이들

by 텐웰즈 원쓰

일을 해야 먹고사는 것이 이치인데 종종 공짜로 먹고사는 것에 익숙해진 나를 발견하게 된다. 심하게 말하면 ‘거지근성’ 같은 것이 은연중에 자리 잡히게 되었다.


사역자는 노동자인가? 말씀을 전하는 것은 일인가? 교회에서 주는 사례비는 월급인가? 개척교회 목사는 개인사업자인가? 헌금은 운영비인가 인건비인가?


너무 경박한 궁금함이고 비교라 생각이 드는가? 하지만, 이런 것들이 잘 정리되어 있지 못한 어린 나에게는 ‘은혜’로 사는 것이 참 편하고 쉬워 보였다. 어린 마음에 다른 사람들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성도들의 헌금으로 우리 가족은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턱없이 부족해서 엄마는 일용직을 할 정도였지만 종종 도움을 주시는 분들을 뵈면서 참 공짜에 익숙해져 가는 나를 보게 되었다. 해서 말씀 전하면서 월급 받는 목사라는 직업만큼 쉬운 것도 없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취직(?)만 잘하면 큰 교회에서는 집도 주고 차도 준다니 말이다.


혹시 이런 생각들을 가진 자녀들이 어려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먼저 자신에게 노동의 대가와 사역의 은혜에 대해 바로 정리되어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사역자로서 가지고 있는 물질관과 노동에 대한 개념을 자녀들에게 분명히 교육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땀 흘려 일한 농부가 과실을 먹을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유독 목사 자식들은 거저먹는 것으로, 누군가 가져다주는 당연한 것으로 알고 지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서운 이야기 일 수 있는데 사역자의 삶을 바로 옆에서 보는 자녀들은 그것이 노동인지 사역인지 보인다. 때문에 더더욱 이런 이야기는 필요하다.


간간히 교회 성도분들이 용돈을 챙겨주시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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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행사나 프로그램에 참가비를 안 내곤 했다. (못 낸 것이기도 하다) 한 두 번 반복이 되다 보면 감사함은 사라지고 익숙함만 남게 된다. 영악하게도 다음번에 다시 그런 기대를 하게 된다. 지난번에 용돈을 주신 성도님이 부모님과 이야기 나누고 계시면 괜히 그 옆을 얼정거리거나 그 타이밍에 맞춰 엄마에게 용돈을 달라고 한다. 그럼 성도님은 흔쾌히 용돈을 주신다. 엄마는 난처하고 난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인사를 하고 도망간다. 문제는 이것이 귀여운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공짜가 익숙해지면 사람은 게을러진다. 허세가 많아지고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된다. 책임지기를 꺼려하며 어려움을 회피하게 된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어른이 되어서 경험하는 문제의 본질들이 다 이런 것이다. 기도로 구하지 않았던 것들을 감사함 없이 누리다가 어느 순간 그것이 다 사라졌을 때 나는 막연한 기대로 다시 공짜로 하늘에서 무엇인가 떨어질 것이라 기다리고만 있다.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땀 흘리는 수고의 노력보다 기다리는 것이 효율적이라 여기며 게으르게 살고 있다. 그 정도 되면 기도조차 하지 않는다.


공짜에 익숙해지면 큰일 난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말을 써야 할 것 같다.

적어도 그 가정을 정말 사랑한다면 절대로 사역자의 자녀들에게 직접 돈을 주지 말자. 그 아이에게 용돈을 주고 싶은 마음을 잘 간직하였다가 그 사역자에게 헌금하자. 사역자도 세워주고 자녀도 세울 수 있는 길이 거기에 있다. 물론 그럼에도 즉흥적으로 용돈을 주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친구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만약 그런 용돈을 받는다면 공손히 받고 진심을 다해 감사인사를 드려야 한다. 하나님께서 그분을 통해 우리 가정을 위로하시고 축복하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돈이 얼마가 되었던지간에 부모님께 드리자. 어렵겠지만 이 말에 대한 이해를 좀 구하고 싶다. 우리는 가정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통로로 그 물질을 받은 것이지 나의 쓰임을 위해 받은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만약 정말 그 물질이 나의 필요를 위한 것이라 여겨진다면 부모님께 먼저 드리고 다시 구해야 한다. 부모님 또한 기도해 보시고 그 물질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계속 노력하자.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하자. 공짜에 익숙해지면 안 된다. (아, 이건 성도님들께서 주시는 헌금성 용돈? 일때 이야기다. 부모님 친구들이나 친지들의 용돈은 예외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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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거리


1) 친구들의 용돈이 얼마인가? 자신의 용돈을 친구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많은가? 적은가? 용돈을 주로 어디에 쓰는가?


2) 필요한 것이 있을 때 기도로 구하고 받아본 경험이 있는가? 언제 어떤 것이었는가?


3)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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