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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성찰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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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 Feb 02. 2018

누군가의 애달픈 소망을 담아

감독 연상호의 소망. 영화 염력(念力).

첫 상업영화가 대박 나서일까?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이 개봉과 함께 엄청난 스크린 수로 물량공세에 나섰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저녁에 있는 문화의 달 할인 행사와 맞춰 개봉한 전략은 초반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 아마 감독은 알았을 것이다. 부산행을 본 관객들이 개봉 첫 날이 자신의 영화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것을. 그래서 자신의 소망을 넣은 아주 상업적인 영화를 만들었다. 유명 배우들, 화려한 CG, 부녀지간의 신파까지 넣어서...


영화는 아주 좋은 킬링타임용 스토리 라인을 가진 영화이다. 개봉 첫 날, 사람이 꽉찬 영화관에서 뒷분이 여러 번 발로 내 좌석을 찼고, 남편과 가끔 수근수근 떠드는 소리와 함께 영화를 봤으나 전혀 기분이 나쁘거나 짜증이 나지 않았다. 크게 집중하지 않아도 흐르는 물과 같이 볼 수 있었다. 영화 홍보처럼 한국형 슈퍼히어로 같은 스토리 라인은 물론 없거니와 주요 등장 인물이 석현(류승룡 분)이 어떻게 염력을 얻게 되었는지, 딸 루미(심은경 분)와의 관계 변화 과정이라든지 충분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감독이 가장 세밀하게 담는 장면은 철거민들과 공권력의 충돌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살수차가 물대포를 쏘는 디테일까지 살린 화면을 보는 순간 감독이 용산 참사를 그대로 재현코자 했음을 알았다. 재개발로 인해 살아온 시장 터전에서 쫓겨나게 된 상인들, 철거 용역 업체, 재건축으로 이익을 남기려는 건설사의 충돌과 마찰은 지금도 왕왕 발생하는 일이다. 재개발이 나쁜 일은 아니다. 구획를 정비하여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 수 있고, 주거시설을 확충하거나 건물을 지어 유입인구을 늘려 새로 상권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용산사태가 유독 문제가 되었던 이유는 원거주민과 재개발 측의 충돌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 때문이었다.


가끔 클로즈업 되는 의경의 얼굴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소집되었던 죄없는 청춘의 안타까움을 보여준다. 결정을 내리고 상황을 진행한 진짜 적(敵)은 그 자리에 한 명도 없다. 안전한 곳에 앉아 느긋하게 관전을 하며 타인의 삶이 어떻게 사그라지는지 일말의 관심도 없다.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그래서 진짜 적들의 대변인 같은 홍 상무 역을 맡은 정유미 배우의 연기는 아주 탁월하다. 해맑게 웃으며 치는 처음 대사 몇 문장을 듣고 미국 유학시절 마약 중독이었던 조울증 있는 금수저로 느껴졌으나, 결국에는 심사가 뒤틀리자 자기도 장기판의 말이며 노예라 내지르고 지랄하는 총명함까지 갖춘 아주 훌륭한 사이코패스를 보여주었다.


두개의 문, 공동정문과 같이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들이 있다. 그러나 돈벌이를 위해 상업영화가 우선적으로 걸리고, 종종 특정 시기 한 영화의 스크린 독점까지 일어나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독립영화들이 위치 좋은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되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용산참사는 지나가는 뉴스였을 것이나 누군가는 뼈 속까지 한이 서리고 인생을 관통하는 상처로 남아 살아감에도 살아가지 않아지는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결말까지 아주 흔해빠진 이 영화 관람 후, 어느 등장인물도 스토리도 남지 않고 재개발로 인한 참사에 대한 연상만이 남았다. 살아있음이 더 힘들 누군가의 소망을 '염력'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보여준 판타지 영화.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으나 감독의 의도가 나에게 적중하여 지금까지도 뇌리에 남는 영화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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