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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도리주인장 Jul 12. 2024

저녁 설거지 끝내고 복숭아 한입

딱복? 물복?

남편과 나 모두 설거지를 좋아한다. 정확하게는 남편이 먼저 설거지를 하는 것을 좋아했고, 나도 따라 좋아하기 시작했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지만, 그래도 설거지는 매 순간 성취감을 준다. 유튜브 하나 틀어놓고 뜨거운 물에 문질문질 하다 보면 어느새 깨끗해져 있을 때의 뿌듯함과 싱크볼이 비워질 때의 개운함 좋다. 한 번은 남편이 말했다. "저녁 먹고 바로 설거지하면 뭔가 해낸 것 같지 않아?"

 

나는 여름의 개운함도 좋아한다. 습한 여름을 생각하면 끈적거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샤워 후 선풍기 아래에서 베어무는 복숭아 하나의 개운함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복숭아맛 가공식품들은 복숭아향과 맛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립톤의 복숭아 아이스티를 먹을 때면 코에서 맴도는 향이 다소 느끼하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복숭아 이든, 실제로 베어 물면 콧구멍으로 상큼함이 뿜어 나온다. 흉내 내지 못하는 향과 맛,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이 식감! 시장 매대에 복숭아가 올라오기 시작할 때, 나는 비로소 선풍기 앞에서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선택을 하라고 하면 말랑한 복숭아를 선택하겠다. 언젠가부터 부먹 대 찍먹처럼 딱복 대 물복으로 취향을 나누던데 나는 태생부터 물복파였다. 참고로 같은 뱃속에서 나온 나의 여동생은 딱복파인데, 덕분에 어머니는 매 복숭아를 살 때마다 고심하셨다.


우리나라의 복숭아는 크게 3개로 나뉜다. 천도복숭아, 백도복숭아, 황도복숭아다. 이 중 처음 매대에 올라오는 것은 천도복숭아이다. 보통 6월 말부터 나온다고 하는데, 이번 여름은 날이 더워서 그런지 중순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듯하다. 그러고 나서 날이 조금 더워진다 싶으면 백도와 황도가 나오기 시작한다. 어디에선가 읽는 있는데, 사실 우리가 크게 3개로 구분을 해서 그렇지 일주일마다 과일가게에 나오는 품종이 달라질 만큼 복숭아 품종이 다양하다고 한다. 복숭아 감별사는 아닌지라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장마철에 복숭아 맛이 떨어지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일주일 내내 비가 올 때, 복숭아를 사서 먹으면 밍밍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비가 와도 좋으니 연속적으로만 오지 말아 달라고 바라고는 했다.


저녁밥을 지어먹고서, 나는 그릇 정리를 하고 남편은 설거지를 한다. 깨끗하게 비워진 싱크볼에서 복숭아를 씻는다. 베란다에 마주 보고 앉아 시원한 저녁바람과 선풍기 바람 앞에서 천도복숭아를 베어문다. 초여름의 상큼함이 천도복숭아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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