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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Jun 29. 2024

02. 선악과, 따먹음의 의미

창조의 끝에 사람을 만드시고 바로 다음 사건이 선악과를 따먹은 일이다.

그리고 이 사건을 인간의 타락이라 부른다.


선악과는 그 존재 자체가 많은 논쟁거리를 수천 년 동안 만들어 왔다.

'왜 하나님은 먹지도 못하게 할 것을 떡하니 만들어 놓으셨을까?'로 시작되는 선악과에 대한 수많은 논쟁은… 머리 아프다.

나중에 하나님을 만나면 그때 직접 물어보기로 하자.


한 가지 진심 아쉬운 것은 지음 받은 지 얼마다 되었다고 바로 타락이란 말인가?

1장, 2장 두 장에서 천지가 창조되고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사람이 만들어지고 아름답고 풍요로운 에덴에서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멋지게 다스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고작 한 장 더 넘겼을 뿐인데 바로 타락이라니…

이럴 거면 천지를 만드심과 사람을 만들어 그것들을 다스리게 하시겠다는 원대한 계획은 왜 세우신 것인지. 

하나님의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어서 이문제도 패스, 나중에 직접 물어보기로 하자.


창조의 사건 이후 가장 먼저 일어난 사건이 하나님이 먹지 말라하신 선악과를 따먹은 일이다.

동산에 그렇게 수 없이 다양한 종류의 맛있는 과일들이 많았을 텐데 아담과 하와는 왜 그것을 굳이 먹었을까 싶다.

물론 성경은, 그중에서도 창세기는 사건을 위주로 기술된 책인 만큼 창조 직후에 바로 타락하고, 수없이 많은 맛있는 과일을 버려두고 바로 먹지 말라한 선악과를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둘이 함께 다른 맛난 과일들을 하나하나 맛보며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다가 맞이한 어느 시점을 보여주는 것일 테다.


그래서 온갖 것을 다 맛본 후 먹지 말라 하신 선악과와 생명나무 열매만 남았던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나님이 직접 먹지 말라 하신 것을 먹을 이유가 무엇일까?

결과적으로 이 지점에서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과 딱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또 의문이 생긴다.

왜 이런 본성을 주셨을까? 더불어 자유의지를 왜 주셨을까? 처음부터 말 잘 듣게 만들었음 된 것 아닐까?라는 답도 없는 질문이 또 고개를 쳐들지만 그냥 눌러버리고 이역시도 나중에 하나님께 물어보기로 하자.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에 둘러싸인 선악과는 무엇이고 그것을 먹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처음부터 먹으려 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유혹함이 있었다.


창세기 3장

4. 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5.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그런데 그 유혹하는 말이 하나님과 같이 선악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 유혹하는 말에서 질문이 생긴다.

선과 악을 알게 되는 것은 좋은 일 같은데…

선과 악을 분별하지 못해 악을 행하는 것 보다 분별을 통해 선을 행할 수도 있을 텐데 그것이 왜 나쁜 것일까?라는…


하지만 이내 알게 된다.

그 앞에 '하나님과 같이 되어'라는 말에서 선과 악을 알게 된다는 것의 의미가 단순히 분별할 줄 알게 된다는 의미가 아님을 말이다.


당연하게 하나님은 선과 악의 기준이시며 그것을 판단하고 심판하실 수 있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그 열매를 먹음으로 사람이 하나님처럼 되어 선과 악을 알게 된다는 것은 사람이 선과 악에 대해 나를 지으신 하나님의 기준을 버리고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즉 하나님을 떠나 내 맘대로 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 엄청난 일이다.

'내 맘대로' 현실에서 빈번하게 내뱉고 추구되는 일이라 그렇게 엄청난 일인가 싶지만 그 이면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엄청난'이란 말로도 부족할 정도다.

지음 받은 존재가 나를 만들어준 존재에게서 분리가 된다는 것이고 이는 나를 만든 그 목적과 이유를 버리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내 맘대로'가 가진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내 욕심대로'라는 말과 같다.


그리고 이 말은 함께라는 것으로 온전해지는 하나님나라의 질서를 망가트렸다.


먹지 말라 하신 선악과를 먹음으로 이미 하나님과 함께함이 깨어진 것은 물론이고, 아담은 선악과를 먹은 것을 추궁하시는 하나님께 변명을 하는 것을 보면 이곳저곳에 금이 가는 소리가 쩌억! 쩌억! 하고 들린다.


창세기 3장

12. 아담이 이르되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13. 여호와 하나님이 여자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 여자가 이르되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아담은 하와가 내게 준 것이라 변명하며 더 나아가 '하나님이 보내준 여자'로 하와를 설명한다.

즉 나는 잘못이 없다는 것이고 직접적으로는 하와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크게는 하와를 만드신 하나님 책임이라는 것이다.


하와도 가만히 있다가 모든 잘못을 혼자 다 덮어쓸 것 같았는지 뱀이 유혹했다 뱀 탓을 한다.


이렇게 금이 갔다. 하나님과의 관계에도 금이 갔고, 함께해 온전하길 바라셨던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도 금이 갔다. 하나님이 다스리라 하신 자연과도 금이 갔다.


이렇게 함께는 깨어지고 각자 자기의 욕심대로 살지만 혼자 고군분투해야 하는, 서로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피곤하고 처절한 삶이 시작 됐다.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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