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키타자와는 빈티지 가게와 인디 밴드공연장이 모여 있는 '빈티지 천국'이자 서브컬처의 중심지다. 도쿄 젊은이라면 한 번쯤은 찾는 동네다. 인스타그램에서 영어로 'shimokitazawa'를 검색하면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70만 개 이상이 나올정도로 인기가 많다. 시모키타자와는 신주쿠와 시부야에서 전철로 10분 정도면 갈 수 있는데, 이런 시모키타자와가 요즘 더 주목받고 있다. 오다큐선 일부의 지하화를 통해 방치된 폐철로지역을 재개발한 '시모키타자와 철로거리'가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오다큐전철은 시모키타자와역을 중심으로 세타가야 다이타역에서부터 히가시 시모키타자와역까지 3개역을 지하화했다. 철도가 사라진 지역에는 약 1.7km에 달하는 폐철로가 생겼다. 오다큐 전철은 고민했다. 이 땅을 어떻게 할까? 시부야와 가까운 좋은 입지를 통째로 개발해 볼까? 오다큐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보통 철도회사가 지역을 개발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상업시설을 만든다. 철도를 상업시설과 연결한다. 사람들을 철도로 나른다. 상업시설 안에는 공간효율을 올리기 위해 프랜차이즈 점포들을 넣는다. 이 방식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 도시가 팽창해 교외에서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는 효과적이었다. 대표적인 지역중 한 곳이 신주쿠역이다. 신주쿠와 연결된 루미네만 보아도 언제나 사람으로 넘쳐난다. 마루이백화점도 이 부분을 집객으로 활용했다. 시부야도 마찬가지다. 도큐코퍼레이션은 마크시티, 시부야히카리에, 시부야스크램블스퀘어, 시부야스트림까지 모두 이런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오다큐는 이러한 방식을 버리기로 했다. 오히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그것은 시모키타자와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지역을 반영한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시모키타자와의 재개발을 담당한 곳은 오다큐 전철 생활창조사업본부의 개발추진부였다. 이부서에서 오다큐개발을 담당하게 된 인물은 하시모토 다카시. 개발이 결정된 2017년, 오다큐 전철은 인구 감소로 전철을 타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었다. 그는 '시모키타자와의생활이 어떻게 바뀔까?'라고 생각했다.
그는 '온라인이 더욱 편리해지고, 일하는 방법도 한층 더 다양화해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어날거야. 그렇다면 집 주변에서의 활동시간도 늘지 않을까? 그렇다면 집에서 도보 20분 이내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만드는 일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을 만들기'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구현할 방안으로 '가게+산책길'이라는 장소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변화가 적어도 10년은 걸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한 10년은 2년 만에 그의 눈앞에 찾아왔다. 바로 코로나때문이었다.
2017년에 책임자가 된 그는 약 반년동안 시모키타자와 지역을 걸었다. 한 손에는 주택지도를 들고 지역 골목을 누비면서 이 지역 전체를 집, 임대, 상업으로 나누어 익혔다. 동시에 지역 주민과 장사를 하는 사람과 대화를 거듭해 갔다. 아침, 점심, 저녁, 비 오는 날과 주말을 포함해 시모키타자와 지역 사람들이 어디를 걷는지등등 동네 주민들의 습관을 파악했다. 사실 재개발 토지의 주인은 오다큐 전철이었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었다. 보통 재개발 시에는 개발사들이 지역주민들에게 콘셉트를 제시하고 설명하는 정도였기때문이다. 하지만 오다큐는 지역주민들에게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지정보를 수집하고 다시 이야기를 듣는 과정을 반복했다. 거리를 '사람과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를 만들려면 '거리와 사람'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술자리에 그를 불러 시모키타자와에 필요한 개발들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친척이나 친구들이 왔을 때 머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녹지가 많은 공원이 있으면 좋겠다"와 같은 의견을 들었다. 다카시는 주민들과 함께 어떠한 모습이 '시모키타자와다울 것'인지 고민했다. 그 결과 오다큐는 시모키타자와를 '지원형 개발'로 하기로 결정했다.
자원형 개발은 주민의 눈높이에 맞춘 재개발이다. 지원형 개발에서는 마을주민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들이 '만들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개발업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개발이 아니다. 주민이 주체가 되고 개발사인 오다큐는 단지 지원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개발이다.
일단 오다큐는 재개발을 통해 멋진 상업 시설이 들어서는 것도 좋지만 그 경우 '시모키타자와스러움'을 잃기 쉽다고 생각했다. 또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형 체인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판단했다. 그보다는 시모키타자와에 맞는 상점과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방향성과 지역사람들의 니즈로 반영된 완성된 시설들 새로운 시모키타자와 철로거리에는 총 13개의 시설이 들어섰다. 테라스하우스형 임대주택, 지역 커뮤니티 허브, 카페, 온천 호텔, 보육원, 교육 시설, 공유 오피스, 상업 시설 등 다양한 공간이 조성되었다. 또한 팝업 카페, 푸드 트럭, 미니 콘서트를 위한 공간, 개성 있는 상점가, 라이브 공연장 등도 포함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13개의 공간들은 철저히 지역주민의 니즈를 담았다. 그중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은 2곳이다. 리로드와 보너스 트랙이다.
시모키타자와철도거리에서 리로드와 보너스트랙이 상징적인 이유는 각각 시모키타자와의 특징을 공감에 담았기때문이다. 리로드는 공간 안에 시모키타자와의 감성을 담았다. 이와 다르게 보너스트랙은 부동산테넌트에서 제일 중요한 임대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취했다. 전자는 콘텐츠이지만 후자는 지속가능성이다.
어떤 지역이나 동네든지, 그 지역은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다. 그렇기에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한다. 그걸 가지고 '현재'를 바라보면 공간에 남겨야 할 모습과 바람직하게 변해야 할 모습을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경험'을 설계하는 도쿄브랜드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특히 츠타야, 모리빌딩, 미쓰이부동산, 마루이백화점, 파르코등 도쿄브랜드들은 언제나 지역의 역사성을 이해한 후에야 그에 맞는 브랜드를 고르고 공간을 만든다.
도쿄브랜드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지역을 이해해야 콘셉트가 명확히 잡히기 때문이다. 콘셉트가 잡혀야 공간을 콘텐츠로 바라볼수 있고, 공간에 기반한 경험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모키타자와의 리로드가 유독 빛나는 이유는 시모키타자와의 분위기와 맥락을 공간에 넣었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공간을 만들 때는 기본적으로 그 주변 지역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언제나 지역문화를 이해하고 계승해야 한다. 그래야 공간 안에 유일한 경험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공간이 물리적인 공간과 비물리적인 공간 두 가지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공간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건축이다. 비물리적인 공간은 공간에 있는 모든 요소. 브랜드, 콘텐츠 운영방식등이다. 물리와 비물리적인 면이 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리로드도 이를 철저히 따랐다. 리로드안에는 시모키타자와의 느낌만 있는 게 아니라, 시부야와 시모키타자와를 이어주는 철로와 연결되는 토미가야와 우에노우에하라 주변 분위기도 있기 때문이다.
리로드는 상업시설이지만, 그 어느 곳보다 시모키타자와의 특색을 잘 담고 있다. 시작은 건물 외관이다. 리로드의 외관은 낮다. 긴 형태의 2층 건물이다. 긴 박스 모양은 아니다. 작은 건물이 띄엄띄엄 붙여져 있다. 일반적인 백화점 상가와는 다르다. 유럽길거리에서 볼만한 상점과 비슷하다. 긴 직사각형 건물의 가로폭은 8개 상점이 이 들어설 수 있는 정도다. 가게마다 크기와 위치도 제각각이다. 상점들은 건물 안과 바깥길과 이어져있다.
건물 형태가 이렇게 나온 이유는 시모키타자와는 길이 좁고, 경사가 진 지역이기때문이다. 특히 시모키타자와 역을 포함한 시모키타자와 철로거리 주변은 경사가 높다. 언덕처럼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경사길이 많다. 길쭉한 1.7km의 시모키타자와 철도거리는 주변 상가 주택가에 비해 매우 길고 좁다. 만일 여기에 수직형 건물이 단독으로 들어선다면?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시모키타자와 선로거리는 빌딩들이 가득한 롯폰기지역과는 전혀 다른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곳은 시모티카자와만의 특징을 건물 안에 세밀하게 담을 수밖에 없다. 리로드를 설계한 오로리 신 건축가는 이러한 점을 적극 반영해 테넌트 공간들을 15㎡에서 130㎡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로 구상했으며, 이를 엇갈리게 배치. 중첩하거나 대비시켜 공간을 만들었다.
리로드는 2층이다. 건물색은 갈색과 아이보리가 섞인 단색이다. 주변공간을 배려한 건물색도 공간에 활력을 넣는다. 리로드 건물이 낮은 이유는 주변 공간들이 저층이기 때문이다. 또한 리로드 주변으로 경사가 올라가기 때문에 리로드 건물 높이가 주변 공간들과 높이를 맞추면서 조화를 이룬다. 골목길처럼 좁게 이어지는 공간들은 규칙이 없고, 길과 계단 들고 성인 2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다. 위치도 가늠할 수 없다. 리로드 안의 조밀한 골목길은 이러한 '시모키타자와'를 고스란히 닮았다.
채광은 리로드의 상점들의 개성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리로드의 입점한 모든 가게들은 자연광 크거나 작게 받는다. 많은 가게들을 직접 돌아다녀보면, 가게마다 빛이 각기 다르게 들어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PFR 같은 경우, 천장에서 햇빛이 들어온다. 빔스 같은 경우는 2층에 있다 보니 햇살이 쏟아진다. 이러한 부분은 형광등 조명이 비치는 쇼핑몰과 다르다. 빛이 가게에 직접 들어오기에 날씨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
입점한 브랜드들도 시모키타자와 그 자체다. 서서 마시는 선술집, 카레 가게, 비컨베이커리 커피숍, 서점, 문구점, 의류점, 향수가게등 24개 점포가 골목골목 입점했다. 리로드는 빛이 주는 다채로운 경험을 전하기 위해 2층에 크고 작은 라운지, 의자 등을 설치해 놓았다. 빈티지 옷 매장처럼 보이는 스테이크 샌드위치가게인 스탭 들더. 가게 앞에서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놓여있다.
시모키타자와와 어울리는 리로드의 브랜드들은 리로드를 운영하는 그리닝의 세키구치 CEO의 작품이다. 그는 리로드에 옛 상점가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24개 테넌트를 콘텐츠로 생각하고 접근했다. 그리닝은 땅소유자인 오다큐 전철로부터 건물 운영권임을 위임받은 후 공간을 쪼갰다. 그 후 24개 상점들과 임대차 계약도 직접 했다. 이는 과거 시부야파르코가 파르코 파트 2에서 했던 방식이다. 미야시타파크 또한 공간을 크고 작게 쪼개서 작은 브랜드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스테이크 샌드위치가게인 스태블러는 시모티카자와를 상징하는 빈티지의류로 내부를 채웠다. 바리스타가 일대일로 붙어 원두를 추천하고 고객이 로스팅과 추출까지 체험 가능한 카페인 오가와 커피 실험실도 입점시켰다. '올드 에르메스', '올드 구찌' 같은 빈티지 제품을 시즌에 따라 큐레이션 하는 빈지티 명품만 파는 포레스티에'라도 입점시켰다. 차분하면서도 감각적인 향을 선보이는 APFR도 입점했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편집샵인 빔즈는 바와 편집샵을 섞은 독특한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모든 매장안에는 키오스크가 없다. 모두 얼굴을 맞보면서 주문해야한다. 시모키타자와정서에 맞게 접객도 설계했다.
무인양품과 무지호텔을 기획하고, 무지호텔 긴자의 레스토랑이 'WA'를 운영하는 UDS는 오다큐 전철과 시모키타자와 철로거리개발을 고민한 메인 파트너다. UDS는 기본계획부터 선로가를 상징하는 상가인 보너스트랙의 구상에도 참여했다. '조합식 공동주택'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 기획과 설계, 운영을 선보인 UDS는 2015년부터 오다큐 그룹의 계열사가 되었다.
UDS는 주민, 건축가, 디자이너 등과의 논의를 진행하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에 능숙했기에, 시모키타자와 철로거리는 UDS에게는 딱 맞는 프로젝트였다. 특히 오다큐전철이 시모키타자와에서 하려는 개발의 중심에는 '사람과의 관계'가 있었기에, UDS는 이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 '관계'를 중시한 건축과 기획은 UDS가 늘 해온 일이었기 때문이다. UDS와 오다큐가 내린 결론은 '시모키타자와를 잃지 않는 것'.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사람들이 시모키타자와에 가고 싶게 만들자'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러나 이것을 실제 공간과 시설로 구현하는 건 쉽지 않다. 무엇보다 '시모키타자와 철로거리는'는 시모키타자와다우면서도, 사람들이 지금보다 시모키타자와를 더 좋아할 수 있는' 체험을 만들어내는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시모키타자와 역에서 빠져나와 세타가야다이타역 방향으로 걷다보면 붉은 색 간판이 유독 눈에 들어오는 작은 상가가 보인다. BONUS TRACK이다. 산책로를 따라 1층은 가게, 2층은 주택인 작은 건물 몇 개가 늘어서있다. 어디선가 맛있는 음식냄새가 풍기고, 작은 건물들 사이의 테라스와 의자에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대화를 하고 있다. BONUS TRACK은 2020년 봄에 오픈했다. 2020년 봄, 코로나가 전 세계를 뒤덮칠 때였다. 코로나로 인해 보너스트랙의 건물들은 예정대로 영업할 수 없었다. 테이크아웃과 도시락판매로 영업을 시작했다. 코로나가 지난 지 2년이 넘은 2022년 정도가 되어서야 보너스트랙은 제대로 된 모습으로 사람을 반길 수 있었다. 보너스트랙이 시모키타자와 철로거리에서 상징적인 이유는 공간성격과 운영 때문이다.
일본건축에는 '한 부지에는 한 건물'의 원칙이 있다. 보너스 트랙은 골목 위에 외부 공간을 많이 만들기 위해 건축부지를 분할했다. 동시에 작은 테넌트를 몇 가지 조합해 하나의 건물로 만들었다. 그 결과, 5개 부지 안에 5개의 건물이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부지의 분할선에 울타리나 벽이 있는 건 아니다. 골목이나 의자 등으로 경계를 만들었다. 또한 보너스트랙이 시모키타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5개의 건물외벽 소재를 통일하지 않았다. 통일감이 있는 건물은 입주자가 손을 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다큐는 보너스트랙안의 건물들을 일부러 서로 다른 건물인 것처럼 만들어 주변에 흡수되도록 만들었다. 보너스 트랙을 걷다 보면, 한 곳의 건물과 입주한 상점들 통해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0년경의 시모키타자와에는, 개인 상점과 같은 작은 가게가 많았다. 하지만 2012년부터 시모키타자와 역 주변의 임대료가 급등해, 체인점이 늘고 있었다.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시모키타자와의 다양한 가게들이 서서히 없어지고 있었다. 구매층은 다양한데, 상점들의 다양성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오다큐철도는 아무리 자신들이 시모키타자와의 개성을 닮은 공간을 만들어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임대료'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 오다큐 철도는 보너스 트랙을 설계하기 전, 입주 희망자에게 지불할 수 있는 임대료를 물어보았다. 오다큐는 1층 점포와 2층 주거의 임대료를 산출한 뒤 그 금액을 역산해 건물을 짓는 방식을 택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질문을 던져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면서 건축프로젝트를 진행한 UDS가 있었기 때문이다. UDS는 '조합식 공공주택'을 지으면서 조합에 필요한 니즈를 건물에 반영했고, '안테룸호텔교토'를 지을 때는 호텔과 셰어하우스모델을 합쳐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보너스 트랙 내 점포의 임대료는 33제곱미터에 월 15만 엔이다. 원화로 140만 원 정도다. 다른 도쿄 지역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건물 2층에 주택이 있어 임대인이 주택 임대료로 또 다른 수익을 얻기 때문이다. 이 방침에 근거해, BONUS TRACK에서는 2개의 건물구조가 점포의 다양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역 앞보다 임대료를 적기에 점포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 사업자도 BONUS TRACK이라면 시모키타자와 지역에서 도전할 수 있다.
도시 개발은 보통 수직으로 솟은 대형 쇼핑몰을 짓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시모키타자와 철도거리에서는 어느 곳을 걸어도 3층 이상의 높은 건물을 볼 수 없다. 3층이상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시모키타자와 에키우에와 미칸시모키타자와도 게이오의 이노카시라온지선 철로보다는 아래다. 그나마 가장 높은 빌딩인 미칸 시모키타자와도 츠타야서점, 츠타야셰어라운지와 게이오의 공유오피스인 SYCL가 입점해 상업시설의 성격이 강하지 않다.
시모키타자와철도거리는 저층 건물들이 수평으로 펼쳐져 골목길을 만들고, 개성 있는 점포들이 들어서면서 다른 지역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즉, 공간 자체에 시모키타자와를 넣었더니, 시모키타자와의 감도를 닮은 공간이 나온셈이다. 이러한 결과물이 나온건 오다큐전철의 결단때문이었다. 시모키타자와 지역에 맞춘 오다큐 철도의 '지역형' 개발은 공간의 '주체'가 누구일지를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 같은 부분은 모리빌딩이 '힐즈' 브랜드로 보여준 도심 재개발과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규모면에서 보면 모리의 롯폰기, 도라노몬, 아자부다이힐즈는 시모키타자와 철도거리를 압도한다. 하지만 두 지역 모두 '공간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공간 안에 담았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모리빌딩은 부동산개발주체인 모리빌딩이 전적으로 콘셉트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다만 녹지와 공원을 기반해, 사람에 맞춘 열린 공간을 구축한다. 오다큐전철은 지역주민에게 맞는 맞춤형 개발을 선택했는데, 이 역시도 지역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한다. 공간에 반영된 목소리는 달라도,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들려고한다는 의지는 같다. 만일 오다큐 전철이 시모키타자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않고, 시모키타자와 철도거리를 만들었다면, 개성있는 공간은 나왔었어도 시모키타자와를 담아냈을거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시모키타자와 철도거리가 주민들뿐만 아니라, 도쿄의 젊은이와 외국인까지 끌어당기는 이유는 시모키타자와라는 지역, 그 지역성격을 충분히 반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