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집사가 되다
와이프 몰래 착한 일 하나 해보겠다고, 혼자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나갔다.
그 앞에서 한 아주머니가, 우유통을 들고 새끼 고양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그 아이는 길고양이였다.
털은 엉켜 있었고, 눈은 반쯤 감겨 있었지만,
작고 마른 몸이 온몸으로 우유에 매달려 있었다.
너무 작고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고양이… 예쁘네요.”
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아주머니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예쁘죠? 근데 제가 이미 네 마리를 키우고 있어서요. 얘까지는 못 키워요.”
그리고 곧 덧붙였다.
“혹시… 키우실래요?”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육지에 자주 나가야 해서요… 키우기 힘들 것 같아요.”
아주머니가 곧바로 말했다.
“그럼 제가 육지 나갈 때마다 돌봐드릴게요.”
나는 여전히 머뭇거리며 덧붙였다.
“일주일 넘게 나갈 때도 있어요.”
아주머니는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그동안은 제가 돌볼게요.”
그 말에 망설이던 마음이 천천히 움직였다.
사실, 예전에 부모님 집에서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긴 했다.
그땐 이미 집을 떠나 분가한 뒤였고, 뒷바라지도 대부분 부모님 몫이었다.
그 기억 때문에 괜한 자신감이 생겼던 것도 있다.
‘고양이 키우는 거, 뭐 어렵지 않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육지 나갈때마다 누군가 돌봐줄 수 있으면,
키우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아이가 눈을 들고 나를 봤을 때,
그동안의 모든 생각이나 망설임은 다 사라졌다.
그 눈빛 하나에,
난 이미 간택되었다.
“그럼… 제가 키울게요.”
“그럼 잠깐만요, 저희 집에서 모래랑 사료 좀 챙겨드릴게요.”
그렇게 나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향했다.
작고 따뜻한 무게, 얇은 숨결,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내 팔에 기대 잠든 털뭉치 하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와이프는 잠깐 굳은 표정으로 내 품에 안긴 작은 고양이를 바라봤다.
망설임과 걱정, 그리고 어쩐지 조금은 안쓰러운 눈빛이 스쳤다.
그리고는 현실로 돌아온 듯,
단호하게 말했다.
"오빠, 어떻게 키우려고 그래..."
"나 고양이 털 알레르기 있는 거 몰라?"
"그리고 한 번 키우면, 15년은 책임져야 해."
와이프의 말은 모두 맞았다.
내가 충분히 상의하지 않고 데려온 것도,
갑작스럽게 가족을 만들어버린 것도.
그리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도.
입을 열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때, 내 품 안에서 조그맣게 ‘야옹’ 하고 울음이 났다.
와이프의 눈길이 아래로 향했고,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고작 내 팔 안에 들어올 만큼 작고 말라 있는 그 아이를
그제야 제대로 본 것 같았다.
"애 너무 어리네… 우리가 육지 나가면 어떻게 하려고."
"육지 나가면 대신 봐준다고 했어."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와이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밤, 와이프는 아무 말 없이 코짱이에게 집을 만들어 주었다.
작은 그릇에 물을 담고, 손으로 사료를 눌러 잘게 부쉈다.
나는 조용히 옆에서 바라보다가
작게 말했다.
"말도 없이 데려와서... 미안해."
와이프는 한숨을 쉬며, 내게 짧게 눈길을 보냈다.
그날 밤,
식탁 아래에서 조용히 숨을 쉬며 잠든 코짱이를
우리는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그 조그만 숨결 하나가
온 집안을 따뜻하게 데웠다.
그렇게 코짱이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서툴고 갑작스러웠지만,
결국 우리는 함께 시작하기로 했다.
“딱 이 순간, 난 간택당했다.”
그 작은 두 눈이 나를 꿰뚫어 보던 순간,
난 이미 도망칠 수 없는 운명에 발을 들였다.
낡은 종이 상자 안,
따뜻한 숨결 하나가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졌다.
그 조그만 존재가 조용히 말하는 듯했다.
“넌, 이제 내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