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머함?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전자레인지에 돌려둔 햇반을 꺼낸다.
어제 남은 반찬을 꺼내고,
거의 다 먹은 김치를 꺼내 식탁에 올린다.
TV를 켜고
의자에 앉아 숟가락을 든다.
별 생각 없이 화면을 바라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이 웃는 걸 본다.
그 웃음이
오늘따라 괜히 멀게 느껴진다.
아내한테 톡을 보냈다.
“머함?”
그냥, 말 한 번 붙여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읽음 표시가 떴다.
그리고, 끝.
답은 오지 않는다.
사실 안다.
아내는 아마 아직 퇴근 중일 테고,
서울은 여전히 정신없을 시간대겠지.
야근이든 회식이든
늘 일정에 치이는 사람이니까.
그래도
답이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다.
혹시...
폰을 두고 나갔나?
배터리가 나간 건가?
무슨 일 생긴 건 아닐까?
별일 아닐 거라 스스로 다독이지만,
그 걱정이 쉽게 가라앉진 않는다.
그렇다고
그 걱정을 티 내기도 애매하다.
"왜 연락 안 해?"
라고 말해봤자
괜히 구속하려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사실은,
서운한 것보다
걱정이 더 컸던 건데도.
그래서 그냥
폰을 내려놓는다.
별일 없겠지, 하고.
아내는 모르겠지.
그 짧은 부재중 하나가
내게 얼마나 많은 생각을 불러오는지.
그 침묵 안에
서운함, 걱정, 외로움
다 같이 섞여 있다는 걸.
그리고 또 하루는
그렇게
말없이 지나간다.
나는 잘 지내는 척을 하고,
당신은 바쁜 척을 하고,
서로가 서로를
너무 믿는 척하면서.
ps.
서운한 게 아니라, 걱정된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