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을 기다리며
아침이면 거울 앞에 선다.
눈을 뜨자마자 확인하는 건,
밤새 내 얼굴 위에 내려앉은 시간이다.
붓기가 덜 빠진 눈가,
조금 더 깊어진 주름,
피곤한 기운이 내려앉은 표정.
‘또 조금 늙었네.’
혼잣말처럼 흘러나온 말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섞인다.
사실 이런 모습,
누가 보든 상관없다.
단 한 사람,
아내만은 몰랐으면 좋겠다.
우린 3년째 떨어져 지내고 있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보고 싶다고 해서 바로 볼 수 있는 거리도 아니고,
‘함께 늙어간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서로 다른 시간 위에서 나이 들어가고 있다.
영상통화는 그런 점에서 참 고맙다.
화면 속 나는, 생각보다 멀쩡해 보인다.
빛에 묻힌 주름은 흐릿해지고,
화질 덕에 피곤한 눈빛도 잘 안 보인다.
그래서 다행이다.
아내에게는 여전히
예전의 내 모습처럼 비칠 수 있어서.
그런데 그게 또 슬프기도 하다.
진짜 나는 점점 변해가고 있는데,
아내는 그걸 모른 채 시간을 건너고 있다는 게.
화면 속에서 웃고 있는 내 얼굴은,
어쩌면 내가 가장 지키고 싶은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다시 마주 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지금처럼 화면이 아닌,
정말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걱정한다.
혹시 그때,
“많이 변했네.”
그 한마디에,
그리운 시간이 조금씩 멀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아침마다 다짐한다.
조금만 더 잘 버텨보자.
조금만 더 웃어보자.
조금만 더, 그때의 나로 남아보자.
아내에게 다시 가는 그날,
익숙한 얼굴로,
낯설지 않은 웃음으로,
“기다렸지?”라고 말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