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언제나, 그 모습으로

그날을 기다리며

by 피터팬


아침이면 거울 앞에 선다.

눈을 뜨자마자 확인하는 건,

밤새 내 얼굴 위에 내려앉은 시간이다.


붓기가 덜 빠진 눈가,

조금 더 깊어진 주름,

피곤한 기운이 내려앉은 표정.


‘또 조금 늙었네.’

혼잣말처럼 흘러나온 말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섞인다.


사실 이런 모습,

누가 보든 상관없다.

단 한 사람,

아내만은 몰랐으면 좋겠다.


우린 3년째 떨어져 지내고 있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보고 싶다고 해서 바로 볼 수 있는 거리도 아니고,

‘함께 늙어간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서로 다른 시간 위에서 나이 들어가고 있다.


영상통화는 그런 점에서 참 고맙다.

화면 속 나는, 생각보다 멀쩡해 보인다.

빛에 묻힌 주름은 흐릿해지고,

화질 덕에 피곤한 눈빛도 잘 안 보인다.


그래서 다행이다.

아내에게는 여전히

예전의 내 모습처럼 비칠 수 있어서.


그런데 그게 또 슬프기도 하다.

진짜 나는 점점 변해가고 있는데,

아내는 그걸 모른 채 시간을 건너고 있다는 게.


화면 속에서 웃고 있는 내 얼굴은,

어쩌면 내가 가장 지키고 싶은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다시 마주 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지금처럼 화면이 아닌,

정말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걱정한다.

혹시 그때,

“많이 변했네.”

그 한마디에,

그리운 시간이 조금씩 멀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아침마다 다짐한다.

조금만 더 잘 버텨보자.

조금만 더 웃어보자.

조금만 더, 그때의 나로 남아보자.


아내에게 다시 가는 그날,

익숙한 얼굴로,

낯설지 않은 웃음으로,

“기다렸지?”라고 말할 수 있도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