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차는 필수
제주살이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건
집, 그리고 교통이다.
사실 여행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숙소나 명소보다
먼저 알아봐야 할 건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2025년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제주는 여전히,
차 없이는 살기 불편한 섬이다.
제주엔 지하철이 없다.
택시는 부족하고,
버스는 느리고,
도보는 막막하다.
제주시 중심지는
버스 노선이 비교적 촘촘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도시형 교통'일 뿐이다.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배차 간격은 1시간이 기본이고
노선은 마을을 빙빙 돌아간다.
갈 수는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래 걸린다.
태풍이 오거나 눈이 쌓이면
버스는 몇 대만 다닌다.
내가 필요한 시간엔 오지 않는다.
그래서 일상은, 너무 쉽게 멈춰버린다.
제주에 잠시 머무는 한 달 살이라면
카셰어링으로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 ‘산다’고 마음먹었다면
개인 차량은 지금도 필수다.
제주는 많이 변했다.
인구는 늘었고,
아파트 단지는 생겨났고,
신도심엔 고층 빌딩도 생겼다.
그런데
교통 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요즘 제주시내는
출퇴근 시간마다 정체가 심하다.
도로는 그대로인데
차량은 넘쳐나고,
길 양쪽엔 차들이 빽빽하게 주차돼 있다.
2차선 도로가 1차선이 되는 건
이제 특별한 일도 아니다.
렌터카는 더 늘었고,
주차장은 더 부족해졌다.
전기차는 많아졌지만
충전기는 여전히 부족하다.
차 없는 사람이
제주에서 살아가기란
여전히 어렵다.
불편해서가 아니라,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바란다.
차 없이도 살 수 있는 제주.
그런 날이 오기를.
관광객이 아닌,
‘사는 사람’이 살아가기 쉬운 섬.
이 아름다운 땅이
조금 더 숨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