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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그만두고 싶은 감정의 이름

감정엔 이름이 있다. 그리고 쌓이면 터진다

by 피터팬


“그만두고 싶다는 말, 사실은 다 말 못 한 감정들이다.”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확히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왜 아침마다 출근을 망설이고,

월요일이 오기 전날 밤이면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했던 걸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을 땐 죄책감부터 따라붙었다.

"나만 유난인가?",

"어차피 다 힘든 건데 내가 못 참는 걸까?"

스스로를 타박하며 몇 번이고 무시해보려 했다.


하지만 무시한다고 사라지지 않았다.

그 마음엔 분명한 얼굴이 있었다.

하나씩 꺼내보면, 이름도 있었다.


지침.

할 말이 있어도 꺼내지 않는 게 익숙해졌을 때.

그냥 대충, 적당히, 조용히 지나가고 싶은 마음이

점점 나를 마르게 만들었다.


서운함.

고생해서 끝낸 보고서에 “고생했어” 한마디 없이

오탈자 하나 지적받고 돌아섰을 때.

괜찮은 척했지만, 마음은 뻐근했다.


허탈함.

늘 내가 마무리했는데,

성과는 늘 다른 사람 이름으로 나갈 때.


질문.

‘나는 여기서 뭘 배우고 있지?’

똑같은 형식, 똑같은 루틴.

내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무력감.

회의 시간에 의견 냈다가 묵살당하고,

며칠 뒤 상사가 똑같은 말을 해서 박수 받을 때.

그때 나는 배웠다. 말하지 않는 게 편하다는 걸.


눈치.

나를 ‘센스 있다’고 부르던 말은 사실

‘시키기 쉬운 사람’이라는 뜻이었단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비참함.

아픈 가족 돌보느라 조퇴 요청했을 때

“다른 팀원은 다 나왔는데?”라는 눈빛을 받았던 날.

이 조직에선 사람이 아니라 기능처럼 느껴졌다.


외로움.

함께 일하는데,

정작 어떤 순간에도 혼자인 기분.

도움 요청도, 위로도, 공유도 없이

그냥 버텨야 했던 수많은 날들.


그리고, 부끄러움.

이런 회사에,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도

참고 다니는 내 모습이 문득 낯설게 느껴졌던 날.


그만두고 싶다는 말은

사실 이런 감정들이 하나하나 쌓여

더는 감당할 수 없을 때야

비로소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었다.


사람들은 자꾸 이유를 묻는다.

왜 그만두고 싶냐고,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그럴 때마다 말문이 막힌다.

왜냐하면 그 이유는

단 하나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설명할 수 없는 종류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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