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안의 셋, 나올 땐 넷

처음부터 셋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by 피터팬


2003년 2월 24일, 제주 서귀포.


고등학교 졸업을 기념해서, 친구 셋이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준석, 영찬, 그리고 나.

같은 반, 같은 학원, 거의 형제처럼 붙어 다니던 사이였다.


각자 대학 붙고 흩어지기 전에 어딘가로 가자고 했고,

준석이 삼촌이 민박집을 한다는 말에,

별 고민도 없이 제주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숙소는 남원읍 해안가 마을에 있는 2층 민박이었다.

따뜻했고, 조용했고, 티비는 안 나왔지만 우린 신경 쓰지 않았다.


낮엔 해안도로 걷고, 밤엔 삼겹살 구워 먹고,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첫 여행이었다.


이틀째 오후였다.

해안절벽 근처 산책하다가, 이상한 곳을 발견했다.


덩굴에 반쯤 덮인 콘크리트 구조물.

입구는 철망으로 막혀 있었지만, 무너져 내려 허리 숙이면 들어갈 수 있었다.


준석이 말했다.

“야, 이거 일본군 갱도 같은데?”


안은 생각보다 깊고 조용했다.

플래시 없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어둠.

벽엔 습기 찬 곰팡이, 바닥은 진흙.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우리 발소리는 이상하리만큼 작게 들렸다.


20미터쯤 들어갔다가 돌아나오기로 했다.

우린 그 안에서 사진도 찍고, 잠깐 장난도 치다가 나왔다.


그리고, 문제는 나오는 길에 시작됐다.


준석이 멈춰서더니 말했다.

“야... 그 형 누구야?”


“무슨 형?”

“우리 앞에서 걷던 사람. 키 크고 까만 패딩 입은 형.”


“뭔 소리야, 우리 셋이었잖아.”

“아니야. 나 진짜 봤어. 걷는 게 좀 이상했어. 발을 끌듯이, 무겁게...”


영찬도, 나도 없었다고 했다.

그 순간, 돌아서 나오기 직전 들었던 이상한 발소리가 떠올랐다.

내 뒤에서 아주 천천히 따라오던 소리.


그게 준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


그날 밤, 준석은 거의 못 잤다.

“천장에서 뭐가 긁히는 소리 들린다”며 불을 켜달라고 했고,

결국 거실에 혼자 잤다.


우린 그냥 여행 피로 때문이라 생각했다.


서울로 올라온 뒤 일주일쯤 지나서,

준석이 문자 하나만 남기고 제주로 다시 내려갔다.


“형 진짜 있었던 거 같아. 나 다시 확인하러 간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전화는 꺼졌고, 연락도 끊겼다.


실종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준석이 묵었던 숙소 CCTV와 짐을 확인했다.


짐은 손도 안 댄 듯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CCTV에는 이상한 장면 하나가 남아 있었다.


새벽 2시경,

복도를 걷는 한 남자.

고개를 푹 숙이고, 검은 패딩을 입은 사람.


계단 앞에서 멈춰 서서,

카메라를 천천히 올려다봤다.


그 얼굴 준석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그 건물 어디에서도 더는 발견되지 않았다.


3주쯤 뒤였다.

집 청소하다가, 여행 때 찍은 사진 폴더를 다시 열어봤다.


그 안엔 셋이 나란히 동굴 입구에서 찍은 셀카가 있었다.

우리가 바닥에 주저앉아 웃고 있는 사진.

뒤는 완전히 어둠이었다.


나는 스치듯 그 사진을 넘기려다 멈췄다.

분명히 원본엔 없던 디테일이 있었다.


사진 구석,

입구 쪽 어둠 속에

어깨 선이 하나 더 있었다.


어둠이라 윤곽만 흐릿했고,

얼굴은 안 보였다.

하지만 확실히,

우리 셋 중 누구의 모습도 아니었다.


나는 순간 예전 사진을 꺼내 확인했다.

노트북에도 저장돼 있던 원본.

그 사진엔 없었다. 아무것도.


그런데 지금 내 핸드폰 속 사진엔,

분명히 그림자 하나가 더 들어와 있었다.


그 뒤로 영찬이와는 점점 연락이 줄었다.

서로 애써 그 여행 얘길 꺼내지 않았고,

마치 약속처럼 입을 닫았다.


5년쯤 지나,

우연히 영찬 결혼식장에서 그를 다시 만났을 때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야...

가끔 그때 우리가 셋이었는지, 헷갈릴 때 있지 않냐?”


나는 웃지 못했다.


그 순간 떠오른 건,

가끔 꿈에서 반복되는 장면 하나.


좁은 동굴 안.

플래시 없이도 보이는 누군가의 뒷모습.

천천히,

나보다 몇 걸음 앞서 걷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가

돌아서려고 하는 순간,

나는 항상 깬다.


식은땀,

이유 없는 공포,

그리고 내 핸드폰 속

그 사진 한 장.


매번 확인하게 된다.

정말... 그게,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게 맞는지.







책에 수록될 괴담은 독자 여러분의 실제 경험,
전해들은 이야기, 혹은 오래된 전설 등
다양한 형태로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만의 괴담이 있다면 아래 주소로 보내주세요.

이메일: love1cm@hanmail.net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