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짐을 끌고 간다.
달팽이 한 마리가 있었다.
느리고 조용한, 아주 작은 달팽이.
다른 달팽이들과 달리,
그 달팽이는 등껍질 대신
작은 가방을 메고 다녔다.
누군가 물었다.
“그거 무겁지 않아?”
달팽이는 말없이 웃었다.
가방 안에는
오래된 사진 한 장,
찢어진 편지 조각,
다 떨어진 단추 하나가 들어 있었다.
비 오는 날에도,
길이 끊긴 날에도
달팽이는 멈추지 않았다.
가끔 돌멩이에 걸려
가방이 열리고
무언가가 쏟아져 나왔지만,
달팽이는 조용히 주워 담고
다시 가방을 메었다.
“그런 건 다 쓸모없는 거야.”
누군가 말했다.
달팽이는 대답했다.
“이게 없으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오랜 시간이 지나,
달팽이는 바닷가에 도착했다.
가방을 내려놓고
그 위에 올라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참 후
그 자리엔 작은 돌과
짧은 문장이 남았다.
어디로 갈지는 내가 정하고,
무엇을 가져갈지는 내가 안다.
달팽이의 이름은
어디에도 적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문장은
오래도록 남았다.
누군가의 마음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