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붙잡지 않을 뿐이야
사람들은 모두
작은 실 하나를 손목에 감고 태어나요.
처음엔 다들 그걸 참 아껴요.
목욕할 때도 풀지 않고,
잘 때도 꼭 쥐고 자고,
기분이 안 좋을 땐
가만히 실을 만지며 마음을 달래요.
왜냐하면 그 실 끝에는
‘소중한 기억 하나’가 매달려 있거든요.
누군가 처음 불러준 내 이름,
처음 손을 잡아 준 그날,
정말 많이 웃었던 어느 저녁...
그 기억은 아주 멀리 있지만
실이 이어져 있어서
눈을 감으면 마음속에
살랑살랑 닿는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점점 커지고 바빠질수록
그 실은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어버려요.
“이게 뭐야, 좀 풀자.”
“이젠 없어도 되겠지.”
“기억은, 그냥 흐릿해지는 거야.”
툭!
하나,
툭!
또 하나...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의 실을 하나씩 끊어버려요.
그 실들은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흘러가다가
작은 숲속 언덕 위에
모이게 되지요.
그곳엔 아직도 실을 손에 쥐고
혼자 걷는 아이가 있었어요.
아이의 이름은 루였어요.
루는 손목에
작고 낡은 실 하나를
꼬옥 감고 있었어요.
누군가 말했어요.
“그거... 아직도 가지고 다니는 거야?”
루는 말했어요.
“응. 이 실 끝엔
내가 잊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어.”
어느 흐린 날,
루는 그 실을 따라 걷기 시작했어요.
풀밭을 지나고,
작은 강을 건너고,
바람 많은 언덕을 넘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실 끝에 도착했을 때,
조용한 숨소리 하나가 들려왔어요.
“루야, 왔구나.”
“난 여기 있었어.
네가 날 잊지 않아서... 너무 고마워.”
그곳엔
어릴 적 루를 꼭 안아주던
그 품이 있었어요.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곳.
루는 말했어요.
“나는... 네가 잊힐까 봐,
실을 놓을 수 없었어.”
그러자 그 품은
살짝 웃으며 말했어요.
“기억은,
사라지는 게 아니란다.
사람들이 그냥,
붙잡지 않을 뿐이지.”
루는 실을 살며시 감고
다시 돌아왔어요.
예전보다 실이 더 부드럽고
손에 꼭 맞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날 이후,
루는 자주 손목의 실을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이 실 끝엔,
내가 잊고 싶지 않은 마음이 살고 있어.”
혹시 당신도,
작은 실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나요?
잊지 마세요.
기억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잠시 손을 놓았을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