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친구와 다시 마주한 이야기
내 방엔
네모난 거울이 하나 있었어요.
햇살 좋은 날엔
반짝반짝 빛이 나고,
어두운 밤엔
살짝 투명해지는 그런 거울이었죠.
어릴 적,
나는 그 거울을 매일 들여다봤어요.
거울 속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친구가 살고 있었어요.
내가 웃으면 웃고,
내가 눈을 찡그리면 따라 찡그렸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속삭이듯 놀곤 했어요.
“오늘은 기분이 좋아.”
“좋겠다, 나도 그래!”
하지만 내가 자라면서
숙제도 많아지고,
생각도 많아지고,
하루가 바빠졌어요.
이젠 거울을 봐도
인사하지 않고,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세수를 하다 말고 고개를 들었는데
거울 속의 내가
나보다 먼저 웃고 있었어요.
나는 깜짝 놀랐어요.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거울 속 친구가 먼저 웃은 거예요.
“왜 웃어?” 하고 물었지만
그 친구는 아무 말 없이
살짝 고개만 기울였죠.
그날 이후,
거울 속 친구는
가끔 내가 하지 않은 표정을 지었어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어떤 날은 슬퍼 보였고,
어떤 날은 아주 조용히 나를 지켜봤어요.
처음엔 조금 무서웠지만
점점 궁금해졌어요.
그리고 어느 밤,
나는 거울 앞에 조용히 서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어요.
“...혹시, 넌 누구야?”
거울 속 친구는
아주 오랜만에 대답했어요.
“나는 네가 어릴 때
매일매일 놀아주던 그 친구야.
너는 나를 잊었지만,
나는 한 번도 너를 떠난 적 없어.”
그 말을 듣고
나는 조용히 거울을 만졌어요.
차가운 유리 너머로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어요.
“미안해... 내가 너무 오래 너를 안 봤구나.”
“괜찮아. 난 여기 있었으니까.”
그날 이후로,
나는 가끔 거울 앞에 앉아요.
하루를 마치고 나면
거울 속 친구에게 말을 걸어요.
“오늘은 조금 힘들었어.”
“그래도 잘했어. 난 알고 있어.”
거울 속의 나는
언제나 나보다 조금 먼저 웃어요.
그건, 나보다 먼저
내 마음을 알아주는 미소예요.
언젠가 잊고 지낸 나의 모습이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가끔은,
조용히 거울을 들여다보세요.
그 아이는, 아직 거기 있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