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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다

이제는, 중요한 것부터 지키는 삶을 살기로 했다.

by 피터팬


퇴사한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처음엔 불안했고,

그다음엔 멍했고,

그러다 작은 수입이 들어오면서

조금씩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무엇을 먼저 붙잡고 살아야 하지?”


회사에 다닐 때의 나는

우선순위를 고민할 틈이 없었다.


해야 하는 일,

급한 일,

누군가가 정한 일들 속에서

그저 따라가기 바빴다.


그런데 막상 회사 밖에서

내 힘으로 조금씩 벌어보고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써보니

이 질문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내 삶에서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내 몸과 마음이었다.


퇴사 전의 나는

늘 나중이었다.


배고파도 회의부터 갔고,

마음이 다쳐도 일부터 마쳤고,

진짜 쉬고 싶어도

“지금은 안 돼”라고 스스로를 밀어붙였다.


그때는 그게

어른의 책임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건 ‘책임’이 아니라

나를 계속 뒤로 미루는 습관이었다는 걸.


그래서 이제는

내가 먼저다.

가장 많이 잃었던 것도,

가장 오래 방치했던 것도

나 자신이었으니까.


두 번째 우선순위는

내가 오래 좋아할 수 있는 일이었다.


조건 좋은 일도,

남들이 칭찬하는 일도,

좋아 보이는 일도

이젠 우선순위가 아니다.


이제는

지치지 않고 오래 붙잡을 수 있는 일,

내 속도와 내 마음을 해치지 않는 일이

내 삶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지켜주는 사람들이 남았다.


퇴사 전엔

업무 속에서 얽힌 관계가 전부였지만

조금 시간을 두고 보니

누가 진심이었는지가 보였다.


말없이 응원해준 사람,

연락 한 번에도 마음을 내어준 사람,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사람.


그런 사람들에게

내 시간을 쓰기로 했다.

그게 내 마음을 가장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우선순위를 다시 세운다는 건

인생을 새로 설계하는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너무 오래 미뤄두었던 것들을

살짝 앞으로 꺼내놓는 일이었다.


생각보다 조용했고,

생각보다 단순했고,

생각보다 내 삶을 크게 바꿨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삶은

많이 한다고 나아지는 게 아니라

중요한 걸 먼저 붙잡을 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지금의 나는

정말 중요한 것들부터

다시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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