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로 버티며, 하고 싶은 일로 살아간다.
퇴사하고 나서
가장 많이 떠오른 말이 있다.
“이제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그 문장은 처음엔 꽤 반짝였다.
무언가 거창한 가능성이 내 안에서 피어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조금 흐르자 그 말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아야 했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뭔지,
그걸 얼마나 오래 붙잡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걸로 어떻게 먹고 살 건지.
솔직히,
그 질문들 앞에서 나는 자주 멈칫했다.
좋아하는 일을 떠올리면 설렜지만,
통장 잔고를 보면 현실이 바로 밀려왔다.
그때부터 머릿속은 늘 두 갈래였다.
하고 싶은 일 vs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은 마음을 뛰게 하지만
수입이 불안정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익숙하지만
더 이상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그게 욕심인지 용기인지조차 헷갈렸다.
어느 날은,
“그래도 돈 되는 일을 해야지.” 하며 현실로 돌아가고,
또 어느 날은,
“이러다 평생 남의 일만 하다 끝나겠지.” 하며
다시 노트북을 켠다.
그렇게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할 수 있는 일만 하며 살면,
내가 나로 남을 수 있을까?”
하지만 동시에,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면,
내가 버틸 수 있을까?”
결국 인생은 그 중간 어딘가에 서는 일 같다.
완벽한 정답은 없고,
그때그때의 나에게 맞는 비율을 찾아가는 과정.
그래서 요즘 나는 이렇게 정리한다.
“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채우되,
할 수 있는 일로 삶을 지탱한다.”
둘 중 하나를 버리면
금방 무너진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 현실이 버겁고,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마음이 병든다.
결국,
두 가지는 서로를 지탱해주는 균형 같다.
나는 지금,
그 사이를 오가며
조금씩 나다운 속도를 찾아가는 중이다.
아침엔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밤엔 커피 한 잔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을 적어본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간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지만
내 안의 온도가 조금씩 달라진다.
아직은 결과도, 확신도 없지만
그 시간을 지나면서
조금씩 느낀다.
“그래, 이것도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