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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회복 프로젝트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나를 더 믿는다.

by 피터팬


요즘의 나는 조금 조용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바쁘게 살던 나였는데,

퇴사하고 나니 세상이 한 톤 낮은 볼륨으로 들린다.


아침에 일어나도

확인할 메일이 없고,

점심엔 같이 밥 먹자고 부르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하루 종일 입을 열지 않아도

아무도 이상하다고 하지 않는다.


이상했다.

분명 쉬고 싶어서 그만둔 건데,

막상 시간이 생기자 마음이 불안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을까?”

그 질문이 하루에도 몇 번씩 스쳐갔다.


퇴사 전엔 ‘성과’가 나를 증명했다.

일을 잘하면 인정받았고,

결과가 좋으면 하루가 가벼웠다.


그런데 지금은 보여줄 게 없다.

하루를 잘 버텼다는 사실조차

누가 봐주지 않는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타인의 기준으로 살아왔다는 걸.


그래서 시작했다.

이름하여 ‘자존감 회복 프로젝트’.


대단한 목표는 없다.

단지, 나를 다시 믿어보려는 작은 시도들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튼을 걷고 햇살이 들어올 때,

그 빛이 따뜻하면 그냥 한숨처럼 말한다.


“그래, 이 정도면 괜찮아.”

커피를 내릴 땐 향이 퍼지는 걸 바라본다.

예전 같으면 설거지를 서두르며

회의 준비를 했겠지만,

이젠 그 시간을 그냥 둔다.


내가 끓인 커피 향으로

하루를 시작할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듯이.


하루에 하나씩,

‘잘했다’고 말해주는 연습을 한다.


방 하나를 정리했다면,

“이 공간만큼은 내 마음처럼 깨끗해졌네.”


산책을 다녀왔다면,

“그래도 오늘은 움직였잖아.”


이런 사소한 인정들이

조금씩 나를 살려낸다.


물론 아직 완벽하진 않다.

불안은 여전히 하루의 한가운데 있고,

가끔은 다시 예전처럼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예전의 나는

타인의 기대 속에 있었고,

지금의 나는

비로소 나 자신 속에 있다.


이 프로젝트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평생 걸릴지도.


하지만 나는 안다.

이건 나를 다시 사랑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걸.


오늘도 거울 앞에서

억지로라도 미소를 짓는다.

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려는 의식처럼.


그 표정 하나가 내 안의 믿음을

조금씩 되살린다.


이제는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나를 인정해줄 수 있다면,

그게 진짜 회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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