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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배우는 용기

다시 배우는 중인 오늘이, 나를 앞으로 이끈다.

by 피터팬


요즘 나는 다시 배우는 중이다.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회사 다닐 땐 뭘 모르겠으면 옆자리 동료에게 물어보면 됐고,

누가 이미 만들어놓은 매뉴얼 안에서 움직이면 됐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게 낯설다.


무엇이든 처음부터 혼자 해야 한다.

검색창에 물어보고,

유튜브 영상 몇 개를 보고,

그걸 따라 하다가도

결국 혼자 삽질로 끝나는 날이 많다.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 늦게 시작한 건 아닐까.”

“다른 사람은 벌써 저만큼 갔는데,

나는 아직 이걸 배우고 있네.”


예전엔 내가 제법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일을 빨리 배우고,

적당히 결과도 만들어내고,

누군가에게 ‘믿음직하다’는 말을 듣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부족함을 마주한다.


배운 걸 금세 까먹고,

어제 해놓은 걸 오늘 다시 틀린 걸 발견하고,

그걸 또 고치느라 밤이 된다.


예전엔 이런 나를 견디지 못했다.

못하면 화가 났고,

조금만 느려도 자책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그런 날이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다시 시도할 힘을 만드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다시 배우는 건,

새로운 지식보다 새로운 자세를 배우는 일 같다.


모르는 걸 인정하는 법,

조급함을 잠시 내려놓는 법,

그리고 오늘 배운 걸로 만족하는 법.


아직도 완벽하지 않다.

가끔은 ‘이 길이 맞나’ 싶은 불안이 밀려오고,

내가 선택한 이 새로운 방향이

정말 내 삶을 바꿀 수 있을지 확신도 없다.


그래도 안다.

멈추지 않는 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게 지금의 나에게

가장 큰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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