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수입이, 다시 나를 믿게 했다.
퇴사 후 처음 번 돈은
금액보다 ‘느낌’이 더 컸다.
솔직히 말하면,
통장에 찍힌 숫자는 크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하루치,
누군가가 맡긴 작은 글 한 편,
디자인 하나,
작은 작업비,
그리고 아주 조심스러운 창작 수입까지.
퇴사 전의 내 기준으로 보면
“이걸로 뭐가 바뀌겠어” 싶을 만큼 작았다.
하지만 그날 통장에 알림이 뜨는 순간,
나는 예상보다 훨씬 더 크게 흔들렸다.
‘아... 내가 다시 벌 수 있구나.’
회사에서 벗어나면
나는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았다.
‘월급’이라는 울타리가 사라지면
나는 바로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작은 수입이 들어온 그날,
나는 처음으로 조금 안심했다.
아주 작은 금액이었지만
그 돈 안에는
내가 다시 움직였다는 증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작은 돈이
내 자존감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회사에 다닐 땐
내 가치는 ‘성과’와 ‘평가’ 사이에 있었고
내 시간은 모두 회사의 시간이었다.
월급은 안정적이었지만
내가 만든 돈이라는 실감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반대로,
퇴사 후 처음으로 받은 작은 수입은
누가 정해준 기준에서 나온 돈이 아니었다.
내가 움직인 만큼,
내가 만든 결과물만큼
정직하게 옮겨온 돈이었다.
그게 좋았다.
누가 승인한 것도 아니고,
결재 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만든 가치가
바로 나에게 돌아온 순간.
물론 두려움도 있었다.
‘이걸로 살아갈 수 있을까?’
‘언제 또 일이 들어올까?’
‘지금 벌어도 다음 달은 어떡하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두려움과 동시에
새로운 감각 하나가 피어올랐다.
이 작은 돈이
‘새로운 나’의 시작이라는 확신.
예전처럼 한 번에 큰돈이 들어오진 않아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 속도로,
내가 만든 결과물로
한 발씩 나아갈 수 있겠다는 가능성.
그 작은 돈이
나를 살리는 게 아니라
나를 다시 ‘믿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큰돈이 아니어도 괜찮다.
금액보다 중요한 건
“이걸 내가 만들었다”는 실감,
그리고 그 실감이
내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는 것.
작은 수입은
생계를 바꿀 만큼 크지 않았지만
내 자존감을 다시 세우기엔
충분히 컸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