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저녁마다 홈트를 하면서 운동을 한다. 벌써 이렇게 운동을 한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간다.
홈트는 주로 유튜브 영상을 보며 따라 하는데, 10년 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유명하다는 유튜버들의 영상은 거의 다 한 번씩은 다 본 것 같다. 유튜버마다 성향과 스타일이 달라서 이것저것 따라 해 보다가, 지금은 나에게 잘 맞는 홈트 영상을 찾아서 꾸준히 하고 있다.
며칠 전 저녁에도 열심히 땀 흘리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내가 운동을 한참 하고 있는 중에, 방에 있던 남편이 거실로 나왔다. 남편도 내가 매일 운동하는 걸 잘 알고 있고, 오랫동안 봐왔다. 그런데 난 아직 남편이 내가 운동하는 걸 보면 조금 쑥스럽다.
영상 속 유튜버는 동작이 굉장히 멋있어 보이는데, 내가 하면 좀 우스꽝스러워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남편이 거실로 나왔을 때 흠칫했다. 좀 부끄러웠다. 그리고 남편은 가만히 서서 웃으며 날 보고 있었다. 남편이 그렇게 쳐다보니 운동에 집중이 안 됐다.
그래서 난 정색하며 "보지 마!" 하고 말했다. 내가 보지 말라고 하는데도 남편은 활짝 웃으며 양손을 들어 올리며 우쭈쭈 하는 포즈를 지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너 운동하는 거 너무 귀엽단 말이야!"
남편은 정말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남편이 나보고 귀엽다고 한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내가 운동하는 모습이 웃겨서 저러는 건가 싶어 다시 정색하고 말했다.
"아니 보지 마~! 웃지 마아아아아아~!"
남편은 내가 두 번 말하니 웃는 얼굴로 살짝 눈을 흘기며 부엌에서 볼일을 보고 방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들어가고 나서야 난 혼자 편하게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운동할 때 다른 사람이 날 보고 있으면 집중이 잘 안 된다. 날 보는 시선에 신경을 안 쓰면 좋지만, 그게 또 쉽지 않다. 남편의 시선에도 부담이 느껴지니 말이다.
남편은 내가 운동하는 걸 좋아하고 지지한다. 내가 오랫동안 매일 운동하는 걸 대단하다 하고, 칭찬도 해주는데 그래도 아직은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남편이 보는 게 좀 부끄럽다.
어쨌든 이후에도 난 운동을 이어갔다. 한참 운동을 하고 있는데 남편이 날 보며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은 게 갑자기 생각나면서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아까 '내가 너무 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좀 미안하기도 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에 마침 남편이 다시 거실로 나왔다.
남편은 부엌에 있는 분리수거함에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왔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고,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남편은 나에게 "너 운동하는 게 얼마나 귀여운지 아니!? 왜 보지 말라고 해?!"라고 말했다. 아까 내가 '웃지 마 보지 마'라고 말한 것에 대해 앙금이 남아있는 말투로.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 오빠가 보면 부끄럽단 말이야! 집중이 안 돼!"
내 말에 남편은 별 대꾸를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날 두어 번 가리키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들어가고 난 후에 이 말이 계속 떠올랐다.
'네가 얼마나 귀여운지 아니'
나는 남편에게 웃지 말라고 했지만, 남편이 날 귀엽다고 했던 말이 마음에 계속 남아서 미소가 지어졌다.
남편의 그 말은 진심이었다.
남편은 날 지금도 여전히 귀여워한다.
그리고 난 지금도 여전히 남편 앞에서 조금 부끄러움을 타는 소녀 같은 감성이 남아 있다.
남편과 선후배로 알고 지낸 지 5년, 연애 3년, 결혼 7년 차로 함께한 시간이 벌써 15년이나 됐는데, 우리 부부가 아직도 서로에게서 귀여움을 느끼고 부끄러워한다는 게 새삼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우리가 호호 할아버지, 할머니가 돼도 "네가 얼마나 귀여운지 아니!?" "아니 부끄럽단 말이야!" 하고 티격태격할지도 모르겠다. 이 생각을 하니 또 웃음이 나온다.
앞으로 시간이 더 많이 흘러도 지금처럼 소소한 것에 웃고, 귀여워하고, 장난치면서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