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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려가 만드는 가정의 평안

by 행복수집가

지난 주말이었다. 우리 세 식구 밖에 나들이를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4시쯤이었다. 밖에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서 그런지, 집에 오니 온몸이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졌다.


난 이렇게 졸린데, 아이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그리고 레고블록을 꺼내면서 또 놀 거라고 했다. 도저히 움직일 힘이 없던 나는 거실 매트 위에 쓰러지듯 누웠다.


내가 수지에게 엄마는 너무 졸려서 자야겠다고 하니, 그럼 아빠랑 논다고 했다. 남편도 피곤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낮잠은 안 자겠다며 수지랑 놀아주었다. 남편 덕분에 난 잘 수 있었다.


나는 잠시 눈을 붙이려고 누워 있는데, 에어컨 바람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져서 몸을 웅크렸다. 그 순간 남편이 수지에게 하는 말이 내 귀에 들렸다.


"수지야, 엄마 담요 덮어주자."


내가 추위를 느끼는 걸 눈치챈 남편이 나에게 조용히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 순간 차가웠던 내 몸이 따뜻해졌고, 내 마음도 포근해졌다. 그렇게 다정한 손길을 느끼며 스르륵 잠이 들었다.


나는 포근한 담요를 덮고 꿀잠을 자고 개운하게 일어났다. 그렇게 몸과 마음의 체력을 충전했다.


내가 잠에서 깨 눈을 뜨니, 남편과 수지는 여전히 같이 놀고 있었다. 남편이 수지와 잘 놀아 준 덕분에 내가 충분히 휴식하고 충전할 수 있었다. 참 고마웠다.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이 곁에 있다는 시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새삼 자주 느낀다. 내가 힘들 때는 남편이 날 챙겨주고, 남편이 힘들 때는 내가 남편을 챙긴다.

서로 챙기고 배려하다 보니, 육아를 하면서도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고 큰 힘이 된다.


남편은 3교대 근무를 하는데, 낮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날이 며칠 계속되면 아이 얼굴 한번 보는 게 힘들다. 그래서 평일에 쉬는 날이면 일부러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애쓴다. 유치원에 하루 보내지 않거나 일찍 하원시켜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사실 3교대 근무 자체가 워낙 힘든 일이라, 쉬는 날엔 아무것도 안 하고 혼자 편히 쉬어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나도 남편이 쉬는 날엔 그냥 쉬라고 한다. 그런데도 남편은 자신의 휴식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 마음을 쏟는다.


이런 남편의 정성이 참 크고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남편의 이런 노력과 정성은 아이에게 전달된다. 수지는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도, 그 시간들이 늘 알차고 즐겁다 보니 아빠와 함께 있는 걸 편안해하고 좋아한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을 때,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같이 시간을 보내려는 남편의 정성이 참 많이 느껴진다.

그래서 항상 고맙다.




육아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모든 게 아이를 위해서 돌아간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만을 위해 체력과 시간을 쓰다 보면 빨리 지친다. 그래서 아이를 챙기는 것만큼, 우리 스스로 몸과 마음의 체력을 챙기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그런데 때로는 스스로 챙길 힘이 없어서 못 챙길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옆에 있는 배우자가 챙겨준다. 내가 지쳐있을 때 옆에서 남편이 나를 챙겨주면, 그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그 따뜻한 마음에 위로받고, 다시 힘을 내서 일어설 수 있게 된다.


낮잠 자는 나에게 조용히 담요를 덮어주는 남편의 이런 작은 배려가 나에게 크게 와닿는다. 일상 속에서 이런 소소한 배려를 받을수록 남편에 대한 고마움도 점점 커진다. 고마운 마음이 쌓일수록 나도 더 다정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대하게 된다.


내가 받는 배려와 챙김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고마워하며 그 마음을 표현할 때, 부부 사이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마음의 힘도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이 마음의 힘 덕분에 우리 가정의 평안도 함께 지켜질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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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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