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가족들과 외출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특별한 곳에 가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기본 화장을 간단히 하고 머리를 단정히 묶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남편과 수지는 외출 준비를 다 했다.
그리고 아직 거울 앞에서 준비 중인 나에게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이쁜이. 지금도 충분히 이뻐. 이제 가자."
그 말에 나는 '응'이라고 대답했고, 남편은 다시 거실로 나갔다. 남편은 나갔지만, '지금도 충분히 이뻐'라는 말은 내 곁에 계속 머물렀다. 그 말을 떠올리니 괜히 기분이 좋아서 괜히 웃음이 나왔다.
사실 남편은 이쁘다는 말을 흔하게 자주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가끔씩 이쁘다고 말해줄 때가 있다. 남편이 그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 한마디가 더 진심으로 느껴지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그 말을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조금 설레기도 한다.
그리고 남편의 이 말이 다정하게 느껴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보통 외출 준비를 하면 아무래도 남편보다는 내가 더 시간이 걸린다. 남편은 씻고 옷만 갈아입으면 끝인데, 나는 얼굴에 뭘 더 발라야 하고, 머리도 손질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남편보다 준비에 시간이 좀 더 걸린다. 그래서 평소엔 외출하기 전에 내가 늘 미리 서두르는 편이다.
그런데 어쩌다 가끔 준비가 늦어질 때가 있어도, 남편은 나에게 짜증을 내거나 조급하게 다그친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 주말, 외출 준비를 하던 이 날도 남편보다 준비 시간이 더 걸리는 나에게 남편은 '지금도 충분히 이뻐. 이제 가자' 라며 다정하게 말했다. 사실 말의 뜻은 '이제 얼른 가자'인데, 이렇게 표현하니 기분이 더 좋았다.
그래서 서둘러 준비를 끝냈다.
다정한 말에는 강한 힘이 있다.
강하고 거친 말은 오히려 힘이 없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말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인다.
남편에게서 '이쁘다'는 말을 들은 이 날은 괜히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나이가 더 들고, 시간이 많이 흘러도 남편에게 '이쁜이'라는 말을 계속 듣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괜히 욕심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나 자신을 잘 돌보고 가꾸며 관리도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새삼 해본다.
다정한 남편 곁에서 언제까지나 '이쁜이'로 오래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