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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원길에 피어나는 둘만의 시간

아이와 함께하는 따뜻한 등원길

by 행복수집가

아이와 함께 등원하던 아침이었다. 아파트 1층 현관문을 나서자, 야외 벤치에 중학생 남자아이 두 명이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수지가 물었다.


"엄마, 오빠들 왜 학교 안 가?"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오빠들이 다른 친구들 만나서 같이 가려고 그러나 봐. 친구들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하고 나니 정말로 다른 남자아이 한 명 더 왔고, 그제야 벤치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 일어섰다. 친구를 기다렸다가 함께 등교하려던 게 맞았다.


그 말을 들은 수지는 유치원 친구들 이름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마 자신도 친한 친구와 함께 학교에 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 같았다.


나는 수지에게 물어봤다.


"수지는 나중에 학교 가면 엄마랑 같이 가고 싶어? 친구랑 같이 가고 싶어?"


이 질문을 하면서 나는 속으로 '수지가 친구라고 말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지는 내 물음이 끝나기 무섭게 곧바로 "엄마."라고 말했다.


그 말에 순간 울컥, 감동이 밀려왔다.


'수지에게는 아직 친구보다 엄마구나.' 싶은 생각에 괜히 가슴이 따뜻해졌다.


물론 수지가 학교에 입학해 8살이 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수지는 여전히 친구보다 엄마와 함께 등원하는 걸 더 좋아한다.


수지 손을 잡고 수지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그 시간은 나에게도 무척 소중하다.


지금처럼 아이와 함께 등원하는 날들이 오래가지 않을걸 알기에, 매 순간이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출근길에 아이를 등원시키면 아침이 조금 더 바빠지긴 하지만, 등원길에서 수지와 나누는 짧은 대화들, 그리고 "나중에 만나" 하며 서로에게 애틋하게 건네는 그 인사 덕분에 하루의 시작이 늘 행복하다.


수지가 버스에 올라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줄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따뜻함이 차오른다. 그 모습은 언제 봐도 내 마음을 포근하게 만든다.


어쩌면 내가 하루를 보내는 힘은 바로 그 순간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매일 아침, 수지와 함께 보내는 그 시간 속에서.


오늘도 친구보다 엄마와 등원하는 게 더 좋다는 수지와 함께 등원했다. 작고 따뜻한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매일 반복되는 이 일상이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매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한번 깊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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