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음미하기
나는 사무실에서 점심시간마다 광합성을 한다.
회사 바로 뒤에 강변 산책로가 있어서 날씨가 좋은 날엔 나가서 산책을 해도 좋지만 요즘처럼 추운 날엔 나가서 찬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하는 것보단 사무실에서 바깥 풍경 보는 걸 즐긴다.
그리고 난 점심시간에 최대한 내가 하고 싶은 걸 압축해서 하기 때문에 산책하는 에너지를 아껴서 점심시간에 독서를 하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음악을 듣거나, 보면 기분 좋아지고 웃게 되는 영상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요즘은 빼놓지 않고 꼭 하는 게 있다. 사무실 안에 햇살이 잘 드는 곳에 가만히 서서 가사 없는 음악을 들으며 창밖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다.
사람이 많은 사무실이었다면, 이렇게 하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난 사람이 별로 없는 사무실에 있고, 점심시간엔 사무실이 거의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게 어렵지 않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별일 없는 날에는 항상 이렇게 햇살이 잘 드는 곳에 서서 광합성을 한다.
창밖에서 빛이 내게 쏟아지는 느낌,
내가 빛을 받고 있는 느낌이 좋다.
내가 빛이 들어오는 곳에 가서 섰을 뿐인데,
빛이 내 온몸을 감싸며 빛샤워를 하는 것 같다.
햇살을 받고 있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아진다.
매일 빛을 받으며 30분씩 산책을 하면 좋다고 한다. 특히나 직장인은 햇살이 가장 좋은 낮시간에 사무실 건물 안에만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더더욱 햇빛을 받는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나도 봄이 되고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직접 나가서 햇살을 받으려고 한다.
어쨌든 지금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잔잔한 피아노 음악을 듣고, 하늘, 나무, 새, 강이 보이는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회사에서 근무하는 8시간 중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중간에 한 시간 멈춤을 가지게 되는 이 점심시간에, 일하고 있던 것도 내려놓고, 힘을 주고 있던 마음에 힘을 빼고, 나에게 비취는 햇살을 받고, 내 귀에 들리는 편안한 음악을 듣고, 내 눈에 보이는 자연을 본다.
이 순간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 5분이든, 10분이든, 아니면 단 3분이라도, 꼭 시간을 내서 이렇게 빛샤워를 하고 자연을 보며 눈을 정화한다. 그러면 마음정화와 기분전환이 된다. 이걸 경험하고 나서는 매일 안 할 수 없게 되었다.
잠시 멈춘 시간,
자연 그대로를 느끼고 음미하는 시간.
이 시간 동안 내 안에 에너지가
가득 충전되는 것 같다.
기분이 한결 좋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전 업무를 하며 이것저것 뒤섞인 생각을 정리하고, 바빴던 마음을 다시 차분하게 내려놓는다. 그러면 오후 업무도 개운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할 수 있다.
내가 에너지를 충전하고, 잠시 멈춤의 휴식을 가지는 평일날 회사에서 보내는 이 점심시간이 소중하다.
직접 자연에 매일 가서 산책을 하고 햇빛을 받고 가만히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힐링과 휴식이 될 것이다. 사람은 자연과 가까울수록 마음의 평안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매일 자연에 갈 수 없는 여건에 있는 사람들도 많다. 나 같은 직장인도 그럴 것이고, 취준생이나, 수험생이나, 정해진 시간에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 시간에 어떤 장소에 매여 있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갈 수 없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하늘이라도 5분 더 바라보는 것, 이것만으로도 기분이 훨씬 나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