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이쁜말을 기록하는 이유
아이와 쇼핑몰에서 어린이날 선물을 사고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왔다. 아직 봄이 다 지나지 않은 풍경과 곧 여름이 다가오는 풍경이 어우러져 모든 풍경이 다 싱그럽고 이뻤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강을 하나 지나야 하는데, 수지가 강변으로 내려가서 걷자고 했다. 그래서 강 가까이로 내려갔는데, 위에서 보던 풍경보다 더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아이와 같이 산책하니 걷는 게 전혀 힘들지 않고 힐링 그 자체였다. 수지와 같이 꽃구경도 하고 강구경도 하며 기분 좋게 걸었다. 그리고 집으로 가려면 강 반대편으로 건너가야 해서 징검다리를 건너야 했다. 꽤 긴 징검다리여서 수지가 잘 건널 수 있을까 조금 걱정됐다. 그러나 내 걱정이 무색하게 수지는 씩씩하게 무사히 잘 건넜다.
징검다리 하나 건넌 게 큰 대단한 일을 해낸 것 같아 수지에게 대단하다고 박수를 쳐주었다. 그리고 다시 길을 걷는데, 수지가 갑자기 내 손에 있던 쇼핑백 하나를 가져갔다. 내 손에는 가방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수지 짐을 챙긴 가방과 한 손에는 수지 선물이 들어있는 가방이었다.
가방 두 개를 들고 수지가 걷다가 힘들어하면 안아서 걷기도 하고, 징검다리를 건너면서도 한 손은 수지 손을 잡고, 한 손에는 가방 두 개를 들고 건넜다. 수지는 내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이 신경 쓰였던 건지 징검다리를 다 건너고 나서 갑자기 내 손에 있던 쇼핑백 하나를 들고 갔다.
내가 깜짝 놀라 “수지야 가방 왜 가져간 거야?”라고 하니 "엄마 힘들어서."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 말에 감동의 충격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다시 물어봤다.
“수지야 엄마가 가방 들고 있는 게 힘들 거 같아서 수지가 가져간 거야?”
“응!”
아, 정말 이렇게 이쁜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가 아무 생각 안 하고 그저 재밌게 걷는 줄만 알았는데, 내심 내 손에 들려있던 가방 두 개가 엄마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나 보다.
난 수지에게 너무 감동받았다고, 너무 고맙다고 말하면서 그래도 엄마는 괜찮으니 가방을 내가 들겠다고 말했다. 내 말에 수지는 굳건하게 "아니 내가 들 거야." 라며 가방을 주지 않았다. 내가 간곡히 부탁하듯이 수지에게 말하고 나서야 수지는 나에게 “그럼 엄마 우리 같이 들자”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쇼핑백을 같이 들었다. 그 쇼핑백에는 아이 옷만 들어있던 거라 무게도 나가지 않고 가벼웠다. 그런데 아이와 같이 드니 그 가방은 더 가벼워지고, 내 마음엔 사랑의 무게가 더해졌다.
엄마가 힘들까 봐 엄마를 챙기는 아이가, 5살 아이 같지 않고 어른같이 느껴진 순간이었다.
아이랑 있으면 생각지 못한
감동을 자주 받는다.
아이가 하는 이쁜 행동과 이쁜 말이
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감동 이벤트가 된다.
이런 순간들이 너무 소중해서
하나하나 잊지 않고 다 기록하고 싶다.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 지금의 기억을 잊어버려도, 내 글에 이 기억을 담아서 오래도록 잊지 않는 순간으로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