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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Jun 18. 2024

엄마의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는 아이

매일 느끼는 감동과 행복  

몇 주전에 아이랑 생선구이 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때 수지에게 생선을 떼어주다가 솥밥 그릇에 팔이 데어서 살짝 화상을 입었다. 얼마나 뜨겁던지 깜짝 놀랐다. 일단 급한 데로 물수건으로 데인 곳을 적셔주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화상 자국이 빨갛게 올라왔다.


이거 한참 가겠구나 싶었다. 집에 화상 연고는 있었는데 한 두 번 발라주고는 계속 깜빡해서 잘 챙기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지가 내 팔에 화상 상처를 보고 물었다.


“엄마 여기 아파?”


“응, 아파.”


“그러면 내가 연고 발라줄게.”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상처를 보며 아프냐고 걱정하며 연고를 발라준다고 하는 게 너무 사랑스럽고 이뻤다. 상처가 생긴 덕분에(?) 아이에게 이런 관심을 받는 게 좋기도 했다.  


그리고 수지는 말만 이렇게 한 게 아니라 정말 이 날부터 매일 저녁 자기 전에 내 팔에 연고를 발라준다. 어쩌다 보니 매일 저녁마다 하는 수지의 루틴이 되었다. 잘 준비를 다 하고 방에 들어가기 전에 수지가 “엄마 여기 아파? 내가 연고 발라줄게.” 하고는 연고와 면봉을 가져온다.


그리고 작은 손으로 야무지게 연고를 짜서 면봉에 바르고 내 화상 부위에 꼭 그림 색칠하듯이 천천히 발라준다. 아주 꼼꼼하게.  다 바르고 나면 ‘후후~’ 하고 불어서 마무리까지 해준다.


수지의 이 지극정성 간호를 매일 받고 있다. 수지의 정성 어린 간호 덕분에 화상 상처는 눈에 띄게 빨리 낫고 있다. 연고를 바르지 않았다면 아마 더 오래갔을 것 같은데 연고를 매일 바르다 보니 빠른 속도로 아물고 있다.




내가 나를 챙기지 못하는 작은 부분을 아이가 챙겨주는 게 정말 고맙고 감동스럽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살며 아이의 세세한 작은 것도 다 챙겨주게 되는데, 막상 나를 챙기는 것엔 소홀해질 때가 있다. 이렇게 상처에 연고를 바르는 일 같은 거. 그냥 잠깐 발라주면 되는데 이게 참 잘 안 된다.


그런데 내 아이가 내가 놓치는 작은 부분을 챙겨준다. 엄마를 위해 아이가 정성을 들인다. 이 고마움과 감동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저 고맙고 또 고맙고 행복하다.


아이가 내 삶에 선물처럼 와 준 이후로
작은 것 하나에 감동받고 기뻐하는
이런 소중한 행복을 매일 누린다.
  이런 삶을 살 수 있음에 한없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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