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써준 사랑편지

'사랑' 이란 글자가 없어도 '사랑'이 넘치는 편지

by 행복수집가

아이는 유치원에서 활동하면서 그날 무언가 만든 작품을 매일 가방에 넣어 온다.


하원할 때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면 수지는 가방에서 자기가 그날 만든 것을 꺼내서 '엄마 선물'이라며 보여준다. 그날그날 매일 다른 것들을 보여주는데 자기가 만든 걸 보여주면서 신나 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다. 수지가 만든 작품을 보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단 폴짝폴짝 뛰며 좋아하는 수지 모습을 보는 게 더 행복하다.


하루는 색종이에 편지를 적었다며 나에게 보여주었다.

수지가 편지라고 꺼낸 색종이에는 웃고 있는 얼굴 그림 두 개와 글자 같은 문형이 적혀있었다.


“수지야 이게 뭐야?”


“편지야. (그림을 가리키며)이건 엄마랑 수지.”


“그래? 수지야 편지에 뭐라고 쓴 건지 읽어줘.”


“박수지, 엄마.”


편지를 읽어달라는 내 말에 수지는 ‘박수지, 엄마’를 적었다고 했다.


나는 수지가 정말 편지 읽듯이 무언가 문장으로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수지가 편지에 적었다는 글자는 수지 이름과, 엄마인 나를 적은 거였다. 순간 마음에 울컥 감동이 밀려왔다.


그 편지는 나와 수지가 웃고 있는 그림과 박수지, 엄마라는 글자만 적힌 엄마와 수지로 가득 찬 편지였다.


다른 내용 없이 그냥 이름만 적은 건데 수지가 엄마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나 느껴졌다. 오히려 구구절절 감동적인 멘트를 적은 것보다 이름만 적은 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아이가 나를 생각한 마음이 그 편지에 꽉 차게 담긴 것 같았다. 아이의 마음이 충분히 느껴졌다.


사랑하는 마음은 '사랑한다'는 말로만 전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글자가 단 하나도 없는 아이의 편지에서 난 넘치는 ‘사랑’을 느꼈다.


사랑은 그런 것 같다. 숨기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고 티 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모든 것에서 사랑이 드러나는 것.


아이가 준 편지를 받고 감동의 여운이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엄마를 생각한 마음이 가득 느껴지는 아이의 편지를 쉽게 놓지 못하고 계속 만지며 쳐다봤다.

아이의 마음을 더 오래 느끼고 싶었다.


내가 아이에게 사랑받는 엄마라서,

그리고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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