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제주여행을 하면서 한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지역을 다녀보고 싶은 마음에 3박 4일 동안 매일 다른 숙소에서 묵었다.
둘째 날 숙소는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한동이스케이프’였다. 이 숙소는 이번 여행에서 묵는 숙소 중에 가장 비싸기도 했고, 가장 좋을 것이란 기대를 했다.
사진에서 본 한동이스케이프의 숙소가 너무 좋아 보였고 숙소 근처 풍경도 너무나 아름다워서 보자마자 반해버렸다. 한동이스케이프를 보고 나서는 다른 곳 더 둘러보지 않고 바로 예약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한동이스케이프로 가던 날. 기대와 설렘을 안고 도착했다.마당에 차를 주차하고 내려서 우리 숙소를 보는데 너무 좋아서 행복지수가 100으로 확 올라오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보다 훨씬 좋잖아!”
한동이스케이프는 잔디와 꽃, 핑크뮬리, 나무가 아기자기 귀엽게 있는 마당에 안채, 바깥채로 나뉜 집 두 개가 있었다. 우리는 바깥채 숙소를 예약했는데 우리가 묵었던 이 날은 이곳에 머무는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우리는 이 집을 온전히 우리 것으로 자유롭게 누릴 수 있었다.
단독주택에 살아본 적이 없는 나는 매일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사람들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옆집 윗집 아랫집 소음을 간간히 듣기도 하는 아파트 생활이 익숙해서 그간 불편한지도 몰랐는데, 오롯이 우리 가족만 있는 단독주택에 있다 보니 ‘한 공간에 우리만 있다는 게 이렇게 좋구나!’ 하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
숙소 주변은 무척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숙소 근처엔 일반 가정집들과 조그마한 밭들이 있었고, 이 동네에 사람이 있기 한 건가?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았고 조용했다.
이 전날엔 리조트에서 머물러서, 여행객들이 와글거리는 곳에 있다가 제주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에 있는 숙소에 오니 나도 제주 주민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마음이 정말 편하고 좋았다.
숙소 자체도 너무 좋았는데, 이 숙소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더없이 좋았다. 유난히 이날의 하늘은 더 아름다웠다. 제주에서 본 하늘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하늘은 한동이스케이프에서 본 하늘이었다.
이 하늘도 우릴 위한 선물 같았다. 우리가 이곳에 올 줄 알고 미리 하늘이 준비해 놓은 것만 같은 선물.
우리 가족은 방금 전에 바다를 보고 감탄을 하고 왔는데, 이번에는 숙소와 주변 풍경에 또 한 번 감탄을 했다. 어쩜, 가는 곳마다 이렇게 감탄이 나오는 풍경이 많은지, 제주여행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숙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을 땐, 아주 좋은 향기가 났고 우드톤의 집 내부는 편안하고 아늑했다. 아이는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우와 좋다!”라고 외치며 콩콩 뛰어다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완벽해!”
아이의 진심 가득 담긴 이 말에 우리 부부는 웃음이 터졌고, 동시에 매우 공감했다.
‘맞아, 이 숙소는 정말 완벽해!‘
우리가 제주에서 살게 된다면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좋았다.
뭔가 꿈에 그리던 집에서 하루 지내보는 느낌이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한동이스케이프’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편도 나의 생각에 동감했다.
우리는 여기 하루만 있는 게 아까워서 다음날 묵기로 예약해 둔 호텔을 취소하고 여기 1박을 더 하려고 알아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하루 전 취소는 환불이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1박을 더 할 순 없었다. 다음에 제주에 오게 되면 꼭 한번 더 ‘한동이스케이프’에 오기로 남편과 약속했다.
한동이스케이프는 한 면이 다 통창이었다.
통창 유리로 보이는 풍경은 싱그러운 초록빛의 풀들과 나무, 그리고 해가 저무는 찬란한 풍경이 조화를 이뤄 더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밤이 오는 게 아쉬워, 시간을 멈추고 싶은 정도였다.
숙소에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서서히 어둠이 깔리며 날이 저물었다. 하얀 붓으로 예술작품을 그린듯한 하얀 구름도 사라져 가고, 노을로 찬란했던 하늘도 점점 어두워졌다. 어두워지는 과정도 지켜보았다. 하늘의 색이 변해가는 걸 보는 것도 행복했다. 이곳에서 보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에 고이 담았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즐기자고 마음먹었다. 1분 1초가 소중하고 아쉬우니까.
여행은 이래서 참 좋다. 시간이 한정돼 있어서, 지금 이 순간이 끝이 있음을 알기에 소중함의 감각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지금이 아니면 안 돼’ 하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 느끼는 행복에 더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이 숙소에는 티비도 없었다. 창밖의 아름다움만 보라고 하는 것처럼. 아늑한 숙소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게 그 어떤 재밌는 예능 프로를 보는 더 재밌었다. 티비가 없어서 더 좋았고, 오로지 눈앞에 가득한 자연을 가득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느새 어둠이 이 동네를 다 덮었다. 이 동네엔 가로등도 거의 없고 각 집들에서 은은하게 비취는 불빛만이 보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반짝이는 불빛들이 꼭 별빛 같았다.
이 날 남편과 아이는 나보다 일찍 잠들었고 난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이 밤이 지나는 게 아쉬웠다. 조금 더 고요한 밤의 풍경을 눈에 담고 싶어서 가만히 창밖을 더 바라보았다.
이렇게 아름답고 황홀한 이튿날 밤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