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주는 생기와 충만함
제주는 바다도 아름답지만 울창한 숲도 정말 아름답다. 그래서 제주에 오면 꼭 가고 싶었던 비자림 숲길에 갔다.
여기는 산책로를 꽤 걸어야 했기에 아이는 유모차를 대여해서 갔다. 다행히 유모차도 들어갈 수 있는 길이어서 아이와 산책하기에도 좋았다.
숲길 산책로로 들어가는 순간 그 어디에서도 본적 없는 키가 크고 거대한 나무들로 가득한 새로운 세상이 나타났다. 나무가 이룬 거대한 세상이 새삼 놀랍고 신비로웠다. 인위적으로 만든 게 아무것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정글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울창하고 거대한 나무들이 주는 웅장함이 있었다. 끝이 없는 바다를 볼 때 밀려오는 감동과는또 다른 감동이었다.
숲 속을 걸으니 공기가 맑다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내가 들이마시는 공기가 평소에 건물이 가득한 곳에서 마시던 공기와는 확실히 달랐다. 내 영혼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이 공기를 더 깊게 마시고 싶어 일부러 숨을 한껏 들이쉬며 걸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숲과 맑은 공기보다 더 좋았던 것은 걷는 내내 남편과 계속 대화를 했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비자림 숲의 아름다움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생각나는 대로 느끼는 대로 쉬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남편과의 즐거운 대화가 이 산책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오빠, 여기 정말 좋다. 난 초록초록한 숲이 너무 좋아.”
나의 이 말에 남편이 이렇게 대답했다.
“난 이 숲길이 좋다기보단
너랑 이야기해서 좋아.”
남편의 이 말에 초록빛의 숲이 순간 핑크빛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웃으며 말했다.
“나도 오빠랑 이야기하는 게 더 좋아.”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수지는 유모차에서 편안하게 나무들을 감상했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아이가 느끼는 감동이나 기쁨이 얼마나 클지는 모르겠다. 키즈카페에 간 것만큼 신나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자연 속에 있는 수지는 참 편안해 보였다.
걷다가 신기한 나무가 있으면 유모차에서 내려 보기도 하고, 나무에 있는 이끼를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다. 그렇게 걷다가 멈추고, 또 걷다가 멈추며 자연을 손끝으로 느껴보았다. 이런 시간들이 참 좋았다.
유모차가 갈 수 있는 길로 산책하다 보니, 30분 만에 산책을 다 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생기로 가득 찬 맑은 자연 속에서 충만함을 느꼈다.
비자림 숲길을 걸으며, 또 한 번 생각했다.
‘제주에 오면 역시 자연으로 가야 해. 제주 오길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