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수집가 Nov 05. 2024

제주 해안가 산책길에서 맞이한 찬란한 아침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

한동이스케이프에서 잘 자고 일어난 셋째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창밖 풍경이 궁금해서 바로 블라인드를 올려보았다. 그리고 내 눈앞에 초록초록하고 평화로운 아침 풍경이 펼쳐졌다.


아침에 보는 풍경은 어제 본 해 질 녘 풍경과는 또 다르게 정말 아름다웠다. 아침의 공기, 아침의 채도가 은은하게 내 마음에 물들었다. 그리고 이 아침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마당으로 나가 보았다.


아침에 부는 선선한 바람이 내 피부를 스치고,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새소리가 아침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그 어떤 음악소리보다 듣기 좋은 새소리를 들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풀들이 이루는 풍경을 바라보는데 빈틈없는 행복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꿈에 그리던 풍경이었다. 눈 뜨자마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음에 한없는 감사를 느꼈다. 자연과 함께 시작하는 이 아침이 정말 행복했다.


나는 아이에게 아침식사를 챙겨 주고, 혼자 산책을 나섰다. 동네는 무척 조용했다. 가정집들은 보이는데 사람들의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 고요한 동네가 신비기까지 했다. 낮은 돌담의 집들을 신기하게 구경하면서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해안가가 나왔다. 숙소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었다.


바다가 눈앞에 보이는 순간,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어제도 본 바다인데, 오늘 본 바다는 또 처음 보는 것처럼 놀라움과 감탄을 안겨주었다. 내가 지금 이 바다를 보고 있는 게 꿈만 같았다. 어쩜, 바다는 볼 때마다 이렇게 감격스러운지.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니, 여기가 지구 끝인 것 같고 지금 이 순간 바다와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황홀한 바다는 지금 이 순간에만 오로지 집중하게 한다. 바다에 감탄하다 보면 다른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직 바다와 나만 생각하게 된다.


황홀함에 사로잡힌 채 천천히 해안가를 걸었다. 찰랑이는 바닷물 소리, 안이 다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바닷물, 저 멀리 이제 막 떠오른 태양이 비추는 빛, 이 모든 게 말로 다 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고 이런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행복한 산책을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데 맞은편에서 남편이 아이와 같이 오고 있었다. 남편도 아이와 같이 아침 산책을 나온 것이다. 그렇게 세 식구 같이 산책을 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바다에 남편도 감탄하고, 수지도 즐거워했다. 나 혼자 이 아름다운 길을 산책할 때도 좋았는데, 사랑하는 가족들과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더 행복했다.


아침에 여유롭게 일어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이 아름다움을 식구들과 함께 보며 기쁨을 나누고, 황홀하고 찬란한 아침 바다를 볼 수 있음에 깊은 감동을 느낀 이 날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여행을 다녀와서 생각해 보면 바쁘게 관광지를 돌아다닌 기억보다, 여행지를 일상처럼 보낸 이런 순간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음미한 순간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내가 본 풍경이 내 폐부까지 깊이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 내 기억에, 내 마음에 뚜렷하게 새겨진 이 순간들.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행복’이란 주제로 이 날의 추억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이전 06화 이런 집에 살고싶다 생각했던 숙소 ‘한동이스케이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