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곳곳엔 수지가 스티커를 붙여놓은 곳들이 많다.
여느 아이들처럼 수지도 스티커를 무척 좋아한다.
스티커가 생기면 여기저기 붙이고 싶어 하는데 그러다 보니 우리 집 냉장고, 공기청정기, 거실 창문 등 여러 곳에 스티커가 붙어져 있다.
하루는 저녁에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수지가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엄마 냉장고에 내가 왜 스티커 붙였는지 알아?"
“왜 붙인 거야?”
늘 예상밖의 대답을 하는 수지이기 때문에 이번엔 무슨 말을 할까 궁금했는데 수지가 이렇게 말했다.
“냉장고 이뻐지라고.”
역시 수지스러운 대답이었다.
이뻐지라고 스티커를 붙였다니, 너무 귀여웠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 이뻐지라고 붙인 거야? 그러네~ 냉장고에 스티커가 붙어 있으니까 이쁘네.”
우리 집 모든 물건에 수지가 스티커를 붙인 이유는 더 이뻐지라고 붙인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수지가 스티커를 붙인 곳은 다 귀여움으로 가득했다.
하얀색 공기청정기는 핑크색의 귀여운 옷을 입은 듯 이뻐졌다.
스티커가 없었다면 그냥 무난했을 수납장은, 귀여운 하모 스티커가 더해져 수납장이 웃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수지가 거실 창문에 잔뜩 붙여놓은 스티커를 보면 ‘여기는 수지가 사는 곳입니다’ 하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저기 아이의 흔적이 가득한 우리 집이 좋다.
원래 아무 무늬도 없던 물건에 귀여운 스티커가 붙으니 다들 조금씩 귀여워졌다. 수지 말대로 더 이뻐졌다.
우리 집이 귀여운 수지를 닮아간다. 갈수록 이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