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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an 12. 2020

한국의 힙스터는 로컬 크리에이터

힙스터(Hipster)는 ‘무엇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이라는 뜻의 힙(Hip)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ster)가 붙은 말로, 한국에서는 최신 트렌드를 따르거나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이해된다. 쉽게 말해 20~30대 사이에 유행하는 트렌드를 따르는 사람이다. 


“한국의 힙스터 다수가 ‘현실주의자 힙스터’, 즉 완전히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출하기보다는 ‘힙한 스타일’의 제품과 먹거리를 구입하고 아이템을 사는 힙스터”

- 공간과 장소를 중시하는 그들, 겸손과 고객 중시가 힙플레이스 만든다」, 송규봉・이일섭, 『DBR 299호』, p.63


한국 다수 힙스터에 대한 위와 같은 정의를 홍대의 ‘진짜’ 힙스터들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20~30대 나이에 빈티지나 재활용 옷을 즐겨 입으며, 주로 픽시라고 불리는 싱글 기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픽시는 이동 수단의 가치를 넘어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으로 꾸며 힙스터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소비 성향도 남다르다. 그들은 인디 음악, 카페, 다이브 바, 채식, 아날로그 레코드 등 특유의 문화 상품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매거진B』의 박찬용 에디터는 생각이 다르다. 그는 자신의 저서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에서 힙스터를 “소박하고 잘 만들어진 것들을 애정하고 자기 자리에서 꾸준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박찬용의 힙스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가치와 품격을 이해하는 사람’과는 다르다. 후자는 주로 자기 취향의 명품을 찾고 추천한다.


힙스터를 어떻게 정의하든 라이프스타일의 선택과 도시 경제에 중요한 것은 힙스터의 생산 문화다. 힙스터 소비가 늘어나면 힙스터 문화를 생산하는 사업자가 더 많이 필요하다. 힙스터 생산자는 누구인가? 한국적 맥락에서는 도시의 골목 상권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운영하는 혁신적인 소상공인, 바로 로컬 크리에이터가 힙스터 생산자다.


힙스터의 원조는 반문화


힙스터가 탄생한 미국에서의 개념은 단순히 외적인 구분을 넘어선다. 미국이나 한국의 힙스터 모두 기존 사회적 가치에 대한 대안을 찾는 것은 같지만, 미국의 힙스터는 한국보다 더 반사회적이다. 특히 ‘힙스터의 성지’라고 불리는 포틀랜드나 브루클린의 힙스터는 한국이나 다른 미국 도시의 힙스터보다 더 과격한 원리주의자다. 

포틀랜드 힙스터를 풍자한 드라마 「포틀랜디아(Portlandia)」의 첫 에피소드를 보면 포틀랜드 힙스터의 과격성을 엿볼 수 있다. 주인공 프레드와 캐리는 식당에서 닭요리를 주문하면서 요리에 사용되는 닭의 사육지를 묻는다. 웨이트리스가 지역 양계장에서 사육된 닭이라고 답하지만 프레드와 캐리는 제대로 된 환경에서 자랐는지, 올바르게 도살되었는지, 어떤 사료를 먹었는지 등을 계속 질문한다. 웨이트리스의 답에 만족하지 않은 둘은 결국 양계장에 직접 가서 사육 환경을 확인한다. 


이렇게 공격적으로 환경, 인권, 동물 권리 등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고집하는 힙스터는 때로 ‘힙스터 탈레반’이라고 조롱받는다. 힙스터는 기존 사회의 가치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다름에서 정체성을 찾지만, 결국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또 다른 획일성을 야기하는 문제에 봉착한다.


힙스터가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도 힙스터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이유다. 지나치게 남과 다른 것, 나만의 것을 추구하면 개성의 추구인지, 나르시시즘의 추구인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고 차별적인 도시 문화가 좋아 힙스터를 선택했지만, 사회에서는 이들을 이기적인 나르시시스트로 보는 것이다. 힙스터가 자아도취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힙스터 소비자에서 힙스터 생산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힙스터 소비를 넘어 이를 직접 생산하면 상인 정신, 상인의 실용주의를 수용하게 된다. 상인으로 생존하려면 사회에 대한 적대감과 자아도취 추구를 고집할 수 없다. 힙스터가 상인으로서 지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일정 수준의 수익을 올리면 힙스터 문화의 지속 가능성도 신장된다.


힙스터와 로컬 크리에이터의 공통점


한국의 힙스터는 미국에 비해 인권, 환경, 독립 문화 등 사회 윤리 성향이 약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도 힙스터는 반주류적인 문화다. 일반 소비자가 가성비를 중시하고 주류 사회가 인정하는 브랜드를 선호한다면, 힙스터는 소비를 통한 경험과 체험을 중시하고 주류 사회의 기준보다는 자신의 개성에 맞는 아이템을 소비한다. 더 나아가 자신과 같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과 교류하고 연대한다.


한국의 힙스터가 모여 있는 홍대에 가면 제법 포틀랜드 거리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힙스터가 좋아할 만한 가게가 많은 홍대나 그 주변의 상수역과 합정역 일대는 개성 있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다. 그들은 가식적인 모습을 싫어하며, 독특한 옷을 입고 허름한 바나 카페에 모여든다. 자전거도 홍대 문화의 일부다. 홍대에 가면 좁고 위험한 길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젊은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자전거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인지 여기저기에 자전거 가게도 많이 있다.


한국의 힙스터도 미국의 힙스터와 마찬가지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들은 비주류 분야에서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특히 힙스터가 선호하는 도심에서 창업한다. 이것의 대표적인 산업이 로컬 문화와 가치를 창조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부상


현재 소상공인은 지역 상권에서 지역성과 연결된 고유의 콘텐츠로 승승장구하는 로컬 크리에이터와 충분한 준비 없이 생계를 위해 창업한 사업자로 구분된다. 


서울 연남동에서 커뮤니티 라운지와 지역 브랜드 편집숍을 운영하는 어반플레이, 강원 양양의 한적한 해변을 연 50만 명이 찾는 서핑의 메카로 변신시킨 ‘서피비치’, 전통적인 시장 음식인 어묵을 베이커리 경영과 접목한 부산의 ‘삼진어묵’, 부산의 명란을 카페와 미식으로 브랜딩 한 ‘덕화명란’, 미아동의 우체국을 재생해 지역 상권의 앵커 스토어(Anchor store)를 창업한 ‘카페 어니언’ 등이 중견 기업 규모로 성장한 로컬 크리에이터다.


이러한 로컬 크리에이터 부상에는 가치와 기술 변화가 주효했다. 로컬 크리에이터를 찾는 소비자는 감성, 경험, 개성, 다양성 등 탈물질적 가치를 중시한다. 이는 소비자 각각의 취향을 맞출 수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유리한 소비 행태다. 또한 SNS 생활화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위치와 규모에 관계없이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게 만든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동네와 지역을 브랜드로, 창조 도시로 만드는 데에도 영향을 준다. 골목 상권이 들어서면 주변 동네가 브랜드가 되고, 그렇게 되면 창조 인재가 유입된다. 연남동, 상수동, 합정동, 망원동, 후암동, 해방촌, 성수동, 뚝섬 등이 골목 상권을 기반으로 사람과 돈이 모이는 ‘브랜드 동네’로 성장한 곳이다. 이곳에는 음식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곳곳에 코워킹(Co-Working), 코리빙(Co-Living), 건축·디자인 사무소, 복합 문화 공간, 공방, 독립 서점 등 크리에이티브 공간이 가득하다. 소비의 공간이었던 골목 상권이 스타트업, 소상공인, 예술가가 집적된 한국형 창조 도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뿐만이 아니다. 지방에서도 로컬 크리에이터가 경제를 선도한다. 이들의 활약으로 광주의 동명동과 양림동, 수원 행궁동, 강릉 명주동, 전주 풍남동, 대구 삼덕동이 지역을 대표하는 골목 상권으로 자리 잡았고, 제주의 화장품, 강릉의 커피, 양양의 서핑 등이 지역적인 특색을 살린 지역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것은 커뮤니티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출발점은 로컬 크리에이터 산업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를 포함한 혁신적인 소상공인의 잠재력을 인식하지 못한 채 소상공인 전체를 구조 조정 대상으로 접근하면 이들이 제공하는 지역 발전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미래 경제 관점에서도 소상공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 등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직업과 일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도 전통적인 제조 중심의 대기업보다는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소상공인 영역의 로컬 크리에이터 창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양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시장에서 진행되는 자영업 구조 조정을 수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상공인 인재 육성과 퇴출 사업자의 재훈련을 통해 사업자 전반의 경영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로컬 크리에이터에 대한 지원은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기질적으로 독립적인 로컬 크리에이터는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로컬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지역에서 평범하게 살길 원한다. 지역을 살리라는, 대기업을 만들어내라는 사회의 요구를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커뮤니티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 같이 협업할 수 있는 파트너,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 모이는 장소 등 취향과 협업에 의해 형성된 ‘느슨한 연대’다. 정부가 로컬 크리에이터 산업의 육성을 위해 개인 창업자가 아닌 지역 생태계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구체적인 사업을 원한다면, 기존 교육과 지원 기관을 연결해 원천 기술, 창업 교육, 창업 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장인 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현재 한국 상황에서는 지역과 상생하는 로컬 크리에이터와 그들이 개척하는 골목 상권이 지역 발전과 소상공인 산업의 유일한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힙스터인 로컬 크리에이터가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으로 지역 산업과 중산층 경제에 기여한다면, 반문화가 경제를 살리는 시대가 왔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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