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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Dec 27. 2017

상권을 확장하는 스타벅스 효과

도시재생은 낙후된 구도심을 주민과 젊은이가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구도심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일자리, 문화 인프라, 대중교통 등 그들이 원하는 도시 어메니티를 단기간에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의 구도심이 아무리 노력해도 하루아침에 공연, 미술전시, 쇼핑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일 수는 없다. 전 세계 어디든 문화 자원에 있어 중앙 도시와 지역 도시의 차이는 존재한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골목길 상업시설은 다르다. 지역사회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지역의 원도심도 가로수길, 홍대, 삼청동과 같은 아기자기한 골목상권을 조성할 수 있다. 대구, 부산, 군산, 전주, 통영 등 이미 많은 지방 도시가 개성 있는 골목상권으로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미국의 많은 연구가 보여주듯이 상인만이 상권 활성화의 수혜자가 아니다. 상권이 활성화되면 상권이 속한 지역 전체의 재생으로 이어져 모든 주민이 혜택을 받는다.  


하루빨리 매력적인 골목상권을 조성하길 원한다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상권 확대 효과가 큰 거점 상점의 유치다. 성공한 골목상권은 경기가 나쁠 때도 꾸준히 유동인구를 유발하는 상점, 즉 거점 상점을 보유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실패가 없는 명실상부 거점 상점은 젊은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다.


스타벅스 입점을 홍보하는 아파트 경희궁자이의 상가


복합문화공간 스타벅스


도시문화의 큰 흐름은 물질주의에서 탈물질주의로의 전환이다. 사람들의 가치가 탈물질주의로 변함에 따라, 도시문화도 미니멀 리즘, 빈티지, 레트로, 커뮤니티, 로컬리티, 골목길 등 탈물질주의  수요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이 상황에서 커피 문화가 도시문화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도시에서 카페라는 ‘탈물질주의’ 공간을 처음으로 대중화한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역할이 컸다. 스타벅스 업종은 정확하게  표현하면 에스프레소 커피 카페다. 에스프레소 커피, 에스프레소  커피로 만든 커피음료, 그리고 커피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 간을 제공하는 것이 스타벅스 비즈니스의 본질이다.


처음부터 집과 직장의 대안이 되는 제3의 공간을 제공하는 걸 목 표로 삼은 스타벅스는 현대 도시문화를 주도하는 ‘공간 비즈니스’를 개척한 기업이다. 창업 후에도 지속적으로 공간 비즈니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왔다. 초기에는 도시에서 일상을  향유할 수 있는 대안적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중요했다. 대안적  공간은 경쟁적인 문화가 강한 다른 하이테크 도시와 달리 여유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시애틀에 어울리는 개념이다. 자유롭고 여유 로운 도시에서 이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탄생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또한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했다. 스타벅스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아침에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 들고  걸어서 출근하는 진보적이고 트렌디한 뉴요커다. 대도시 전문직의 라이프스타일을 상품화하기 위해 공정무역, 인권, 환경 등 진 보적인 가치를 표방하고, 인테리어, 제과, 배경 음악 등 모든 매장  요소를 이들의 취향에 맞게 구성한다. 


이런 스타벅스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가치는 커뮤니티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 내 고객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특색을 드러내는 인테리어로 매장을 디자인하고 동네 행사 게시판을  설치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미 스타벅스를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스타벅스는 자연스럽게 지역주민이 함께 일 하고 작업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로 진화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20년 7월 30일 오픈한 도쿄 긴자의 스타벅스 서클스점Circles은 매장 한편에 1인 코워킹 스페이스를 조성했다. 지역 주민의 비공식 작업 공간을 기능하던 매장을 공식적인 코워킹 스페이스로 전환한 것이다. 싱킹랩Thinking Lab이라고 불리는 서클스점은  스타벅스 역사의 새로운 분기점이다. 개인의 제3의 공간으로 시작한 스타벅스 매장이 커뮤니티 공간으로, 그리고 이제 창조 커뮤니티로 진화한다. 


1987년 하워드 슐츠가 원두 판매점 스타벅스를 인수해 오늘날 우리가 스타벅스로 알고 있는 에스프레소 카페를 창업한 후, 수많은 기업이 스타벅스 비즈니스 모델을 복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필자는 아직도 스타벅스 콘텐츠의 복제에 성공한 기업은 없다고 생각한다. 스타벅스의 그 무언가가 스타벅스 콘텐츠를 스타벅스는 복제할 수 있으나, 다른 기업은 복제할 수 없는 콘텐츠로 만든 것이다. '나는 복제하지만 남은 복제하지 못하는 콘텐츠', 확장성을 원하는 전국의 모든 로컬 크리에이터가 도전해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도시재생과 거점 상점


스타벅스와 같은 복합문화공간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 지방도시 상권이다. 지방도시에서 골목상권 조성이 중요한 이유는 성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개발할 수 있는 골목길 자원이 많고,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할 수 있어 큰돈이 들지 않는다. 문제는 창의적으로 골목을 개발할 도시기획자 그리고 골목상권에서 개성 있는 가게, 커피전문점, 베이커리, 음식점을 창업할 수 있는 소상공인의 풀(Pool)이다. 전국적으로 이런 능력을 가진 인재는 많지 않다. 대규모 정부 투자를 통해 고숙련 소상공인 풀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골목상권의 성공을 좌우할 인력 공급난에 시달릴 것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대안은 거점 상점을 지방 도시 골목길로 유인하는 것이다.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대형마트와 달리, 커피전문점과 같은 골목형 프랜차이즈는 오히려 골목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미국 시애틀 스타벅스 1호점


스타벅스 임팩트


거점 상점으로 언급한 스타벅스가 대표적인 예다. 스타벅스 입점이 주변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미국 최대 온라인 부동산 정보 사이트 질로(Zillow)의 연구에 따르면, 1997년에서 2014년 사이에 일반 주택의 평균지가 상승률이 65퍼센트였던 것에 반해 스타벅스 주변 주택은 96퍼센트나 오르며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스타벅스 입점은 주변의 다른 가게들에도 혜택으로 작용한다. 미국에서 스타벅스가 전국 시장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많은 독립 커피전문점들이 스타벅스의 진입을 위협으로 받아들이며 반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주변 모든 상점의 매출이 함께 늘어난 것이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는, 스타벅스가 도심에 여섯 개 매장을 동시에 오픈한 직후 모든 도심 가게의 매출이 25퍼센트 상승했다.


스타벅스의 영향력은 다른 프랜차이즈와도 차별화된다. 질로의 연구를 보면, 던킨도너츠의 경우 주변 주택의 지가 상승률이 80퍼센트에 그친다. 스타벅스에 비해 16퍼센트 포인트 낮다. 가장 큰 위력은 보다 많은 유동인구를 상권으로 끌어들이는 브랜드 파워다. 스타벅스를 찾은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주변 가게를 방문해 전체가 활성화되는 스필오버(Spillover)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관광객들도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 곳을 선호한다. 스타벅스 간판을 보면 그 지역의 수준을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러 장점을 차치하더라도, 일단 스타벅스의 존재 자체는 도움이 된다. 스타벅스가 상징하는 품격 덕분에 부동산에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독립 가게는 스타벅스의 진출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스타벅스에 사람이 몰리면 복잡함을 피해 주변의 다른 커피점을 찾는 손님이 늘어난다. 또한 아무리 스타벅스라도 모든 고객의 취향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 개인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의 특징을 살리는 제품을 개발하는 독립 가게들은 스타벅스와 경쟁하며 상호보완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1999년 개장한 이대 앞 스타벅스 1호점


한국도 스타벅스가 유발하는 시장 확대 효과, 즉 스타벅스 임팩트를 체험하고 있다. 1999년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국내 커피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1999년부터 2011년의 성장률은 연평균 21.6퍼센트에 달했다. 한국의 커피시장은 스타벅스와 동반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상가를 개발한 건설사는 상권 거점으로 기능하는 스타벅스 입점을 최우선으로 추진한다.


개인 상가 건물주가 가장 유치하고 싶어 하는 상점도 스타벅스다. 스타벅스 매장이 입점하면 건물 가격이 두 배 이상 뛴다는 업계의 공공연한 소문 때문이다. 스타벅스 유치만큼 지역의 구도심 경제와 관광산업을 빠르게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이 또 있을까. 상권 재생이 시급하고 지역 혁신 인력의 유입이 단기적으로 어려운 낙후지역에서는 스타벅스 유치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스타벅스가 자발적으로 지역의 구도심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 2017년 현재 전국 1,100여 개에 이르는 매장을 운영하지만 그중 66퍼센트가 서울과 여섯 개 대도시에 밀집돼 있다. 2016년 기준 전국 229개 지자체 중 약 38퍼센트에 이르는 86개 지자체가 단 한 개의 매장도 갖고 있지 않다.


한두 개 매장이 위치한 도시라도 그것만으로 도시재생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중소도시 매장은 구도심에서 떨어진 대학가나 신도시에 위치해 있다. 스타벅스가 대도시 상권에 집중된 것은 전략적 배치로 인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철저하게 상권을 분석하고 매장을 오픈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미 상권으로 성숙한 지역에만 진입하는 것이다. 낙후된 상권에 진입해 상권을 키우는 것을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업시설 유치도 산업정책이다


지역경제와 도시의 미래에 있어 도시재생의 중요성을 인지한다면, 정부와 스타벅스 모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상업시설 유치가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는 통상적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 관광단지와 문화지역 조성, 도시재생 사업에서 정부의 역할은 도로, 편의시설, 공공시설 등 인프라 지원에 한정된다. 상권 개발과 분양은 건설업체의 몫이다.


정부의 직접 지원이 어렵다면 민간 기관이 정부와 협력하는 것도 방법이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상업시설을 유치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도심을 재생하는 기업 자포스, 제주 원도심을 비슷한 방식으로 재생하는 아라리오 뮤지엄 등은 상업시설 유치를 통해 도시를 재생하는 대표적인 민간사업자다.


다행히 최근 건설업계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건설 공사만 수행하는 도급형 사업에서 벗어나, 건설 후 운영까지 총괄하는 디벨로퍼 모델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일부 건설업체는 스타벅스와 같이 상권 확대 효과가 큰 브랜드를 유치해 상가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개발을 책임지는 지도자들이 상업시설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상가 건물을 일단 짓고 나면 소비자가 원하는 상점이 알아서 찾아올 것이라는 수동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지역 정부는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자와 관광객이 요구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상업시설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제는 한국 전역에 거점 상점 효과, 즉 스타벅스 임팩트를 극대화해야 할 때다.



1차 수정 - 2021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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