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풍경이다
짧은 방학이 지나간다.
바람이 머리칼을 스쳐 가듯, 짧디 짧은 시간.
학교는 다시 아이들로 북적인다.
학교 앞에 차가 멈추면, 선생님들이 서 있다.
시골 터미널의 승객들처럼.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휠체어에 앉은 아이. 실무원 선생님이 두 손으로 밀어 올린다.
세네 명의 아이 손을 함께 잡은 선생님.
차에서 있었던 일을 조용히 전하는 통학지도원.
무거운 휠체어를 내려주는 운전 주무관.
창 너머, 점심을 준비하는 조리원의 손.
계단에 멈춰 선 아이.
선생님과 눈으로 싸우는 아이.
모든 사람에게 인사하는 아이.
손길을 뿌리치고 어디론가 뛰는 아이.
그 뒤를 쫓는 선생님.
느릿한 걸음으로 목욕 바구니를 든 우유 당번 아이들.
아침마다 이 풍경이 생겨난다.
멈춘 그림이 아니라 살아 있는 풍경.
그 안에 나도 있다.
버스는 이른 길을 달린다.
첫 정류장. 우성이가 탄다.
“우성이, 방학 잘 보냈어?”
“네, 잘 보냈어요.”
짧은 대화. 우성이를 자리로 데려가 벨트를 채운다.
지이잉, 지이잉. 휴대폰에 알림이 쌓인다.
‘종명이 오늘 쉴게요.’
‘찬성이 오늘 결석합니다.’
‘도현이는 개별등교 합니다.’
방학 뒤의 첫 주. 늘 반복되는 일이다.
두 번째 정류장. 군기반장 명훈이.
허리를 곧게 세우고 인사한다.
그리고 현호. 말이 없다.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 형이 그의 손을 잡고 나온다.
귀염둥이 신유. 이어서 쌍둥이 형제.
역도의 사나이 민호.
마지막으로 규민이가 엄마 손에 이끌려
휘청이며 버스에 오른다.
세 번째, 네 번째 정류장을 지나 마지막.
동근이, 태영이, 하은이, 연우, 예람이, 도현이, 수영이, 찬영이가 버스를 채운다.
버스가 전용도로에 들어서자 소리가 일어난다.
쿵쿵.
창에 머리를 박는 소리.
벨트 버클을 두드리는 소리.
스스로 머리를 치는 소리.
울음소리, 웃음소리, 알 수 없는 소리.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이제는 안다.
달랠 수 없는 소리라는 것을.
조용히 시킬 수 없다는 것을.
가만히 두면, 조금씩, 스스로 고요로 돌아간다는 것을.
십여 분이 흐른다.
아이들은 창에 기대 잠든다.
멍하니 바깥을 본다.
손가락으로 선을 긋는다.
자신만의 소리를 만든다.
그렇게 오늘의 풍경에 스며들며
자신의 페이스를 찾는다.
학교가 가까워지면 나는 가방을 메운다.
양말을 신기고, 신발을 챙긴다.
빨리 내리려고 문 앞에 서 있는 아이들.
밖에는 선생님들이 서 있다.
문이 열리기 전, 잠깐의 밀고 당기기.
매일 같지만, 다르다.
논과 산의 빛깔이 조금씩 변하듯, 아이들도 변한다.
키가 자라고, 표정이 달라진다.
가만히 있는 듯 보이는 풍경.
그러나 그 안에서 모든 것이 자란다.
그리고 나도, 그 풍경 속에 있다.
지나간 노래의 가사가 생각난다.
‘세상 모든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어디일까.
태어난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아이들.
세상은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아이들.
정상이 되어야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 될까.
지금 이 모습 그대로가, 아이들의 풍경일까.
정답은 없다.
풍경은 바뀌고, 변하고, 달라진다.
아이들이 만드는 풍경도 그렇다.
지금 내 삶은 어떤 풍경 속에 있는가.
자주 생각해 본다.
화폭의 풍경 속에
선 하나, 점 하나가 의미가 되듯.
선으로서의 삶도, 점으로서의 삶도
충실하게 살아보자고,
결기 없는 다짐을 해본다.
풍경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