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Netflix Media Center)
"세상을 뒤에 두고 떠나다"가 굳이 직역되는 제목이지만, 이대로 써서는 바른 시청률이 나오기 어려웠을 것 같다.
"줄리아 로버츠(56)"와 "에단 호크(53)", "케빈 베이컨(65)", "마허샬라 알리(49)" 등 주요 인물의 연령대가 고령 대다. 노인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는 그의 지인의 잔잔한 휴먼 작품으로 오해하기 딱 좋다.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Leave The World Behind"라고 해야 고개를 들어 포스터를 쳐다볼 수 있다. 그리고 그제야 포스터 속의 도로가 왠지 인위적인 굴곡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굴곡의 한 곳에 사슴이 한 마리 있다. 으스스함과 더불어 "호러물"이나 "갈등을 가진 스릴러물"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어 진다.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짧은 여러 편의 티저 광고 속에서 미국에 비상 상황이 터지고, 예상치 못한 위급 상황이 마치 "닥터 스트레인지"나 "인셉션"처럼 대지가 뒤틀리고 시공이 바뀌면서 SF적으로 벌어지고 있음을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평소 영화를 보지 않던 친구가 이것이 최근 본 영화 중에 최고였다고 이야기해 준 것이 결과적으로 "넷플릭스"를 열어 이 작품을 찾게 된 이유였다.
그러고 나서 이 주연 배우의 면모만 봐도 굉장히 중량급의 대단한 작품일 거란 인상을 받았지만, 2시간 22분을 보고 난 뒤에 후회는 혹 하지 않을까란 두려움도 사라지진 않았다.
그런데, 첫 장면에서 노년의 배우가 된 "줄리아 로버츠"가 하는 대사가 영상이 시작되자마자 보길 잘했다는 확신을 주었다.
집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다가 바로 시골로 떠나고 싶다고 하면서, 모두가 바쁘게 사는 세상에 대해서 그 정도 급의 배우가 할만한 그럭저럭 괜찮고 우아한 대사가 아닌. "사람이 싫어서"란 말을 한다.
1. 선입견 배제: 주요 배역이 유명할수록 작품에서 어떤 연기를 할지 예상하기 쉽다.
2.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찔러 보기
3. 작품 속 세계는 어떻게 파괴되고 있고 어떻게 될 것인가?
배우를 보고서 미리 벌어질 일을
예상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의외성을 가진 작품이었다.
1. 선입견 배제: 주요 배역이 유명할수록 작품에서 어떤 연기를 할지 예상하기 쉽다.
이전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온 "돈 룩 업"은 개봉관에서 상영하지 않고 바로 "넷플릭스"로 직행한 작품이었지만 골든글로브와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 등의 매이저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
그 작품 안에서 "레오나르도"가 한 "고지식한 과학자" 연기는 그전까지의 작품에선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연기가 아니었다.
남자로선 거의 궁극적인 수준의 "미모"를 가지고 있었던 "타이타닉" 때의 모습을 어떤 방식으로든 유지하고 그저 외모로 어필하는 작품에 계속 등장하고자 했었다면, 아마도 그의 경력은 오래전에 단절되었을 것이다.
중요한 주연급의 배역도 어쩌면 지금쯤에는 없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는 잊을만할 때마다 주연으로 나온다. 이 작품 속 배우도 그런 면모를 보인다.
이 작품의 배우를 나이 순서대로 쓰자면 "케빈"과 "줄리아", "에단", "마허샬라"로 나열되는데, 이 들의 작품을 많이 봤던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는 모두가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배역이나 연기와는 많이 다른 것이었다.
예상하기 쉬운 수준의 연기가 아니었던 이유는 그만큼 이 작품 자체가 독특했기 때문이다.
"케빈"은 종종 악역으로 등장하길 주저하지 않는 배우인데, 청춘 때의 성공작인 "푸트 루주"에서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시골 마을의 분위기를 춤 한 번으로 확 바뀌 버리는 반항아 댄서의 모습을 연기했던 기억이 스르르 사라질 정도의 "백인 골통 이기주의자"에 "인종에 대한 편견"도 가진 이를 자연스레 연기했다.
"줄리아"의 화려한 외모는 이제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극성맞고 인간에 대한 의심투성이의 "아주머니" 역할을 마치 자신의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처럼 연기했다.
보지 않았던 "에린 브로코 비치"나 봤던 "프리티 우먼", "네 번의 결혼식과 네 번의 장례식", "노팅힐" 등에서 보여준 "로코 퀸"의 모습을 전혀 떠올릴 수가 없다.
"에단"은 다양한 연기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배우 중에 하나다. "타임 패러독스"에서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했었다.
"비포 선 라이즈"로부터 시작한 "비포 선 셋", "비포 미드나잇"은 "줄리 델피"와의 18년간의 공연으로 전대미문의 "멜로물"이었다. 그의 연기를 미리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서도 그랬다.
"마허샬라"는 "로렌스 피시번"급의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로서 "그린북"에서 8개 국어를 할 줄 아는 천재적인 흑인 게이 피아니스트를 제대로 형상화해냈다. 마치 그인 것처럼.
"알리타"같은 블록버스터 물에서는 강력한 마을의 마피아 역할을 또한 제대로 보여줬다. 이 작품 내에선 미스테리어스 하고 복잡한 인물이다.
배우를 보고서 미리 벌어질 일을 예상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의외성을 가진 작품이었다.
적이 외부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단합하지 않고 서로 싸울 거란
상황을 확실히 보여준다
2.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찔러 보기
그렇게 시작된 이 작품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해킹 공격"을 받아 미국의 모든 통신과 네트워크, 방송이 마비되고 두절되어 천지 팔방이 봉쇄되고, 불안에 빠진 내국인이 서로 경계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작품 속의 인물을 몰고 간다. 충격적인 전개다.
물론 사실 다른 영화를 뒤져보면 "미국 본토"가 공격당하는 작품은 꽤 많이 만들어졌다. 외계인에 의한 침략은 매년이 멀다 하고 매월 터지고 있고 실제의 국가가 미국 본토를 침공하거나 심지어 점령하는 작품도 많다.
이 중에 1987년도에 방영되어 미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우방국의 시청자를 가슴 떨리는 흥분으로 몰아갔던 작품이 "아메리카(AMERIKA)"였다.
이 미니 시리즈 드라마에서 "미국"은 "소련"에 의해서 점령당하고 저항군으로서의 미국인이 점령군과 싸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드웨이"가 이런 류로는 마지막으로 본 영화다.
"리.더.월.비."는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했던 일본에 대한 "2차 세계대전사"의 가장 큰 연합군 승전사 중에 하나인 "미드웨이"같은 구조를 가지고, 쳐들어온 적에 대해서 대응해서 국민을 지켜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 않다.
마치 "돈 룩 업"처럼 인류를 궤멸시킬 행성이 날아오고 있는데, 지들만 살겠다는 특권층이 다른 행성으로 도망치고 나머지는 이들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탓에 소멸을 맞는 어두운 결말과 유사하다.
더 무서운 것은 "특권층"의 잘못조차 언급이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미 미국을 뒤덮고 있는 "디지털라이즈"되어 있는 현실 자체가, "해킹'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적, 그것이 "이란이 되었든, 한국이 되었든, 러시아가 되었든 간에"
미국 전체의 네트워크를 마비시키고 비행기가 모두 추락하며, 배는 육지에 충돌하는 상황으로 만들 것이란 "위기의식이 그대로 구현되어서 나온다". 사람보다 늘어난 사슴이 공포를 준다.
이제 더 이상 "강한 미국에 대한 판타지"를 엉망진창인 현실을 벗어나서 그리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두 편의 작품을 연달아 보면서 느낀 점이다.
그렇다면 좀 어색할 만도 한데. 배우의 열연 때문인지, 이 어두운 메시지 속에서도 약간씩의 인간 간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인 건지 끝까지 보는 데 있어 어려움은 따르지 않는다.
이런 극단화되고 종말적인 상황에서 "리.더.월.비"는 SNS를 통해서 산산이 쪼개져 있고, 통신망이 붕괴되었을 때, 자신의 외부의 보이지 않는 적이 아니라 바로 이 나라에 같이 살고 있는 "생각"이나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이 보이는 대로 바로 적으로 인식한다.
이로 인한 내전으로 붕괴할 것이라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적이 외부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단합하지 않고 서로 싸울 거란 상황을 확실히 보여준다.
희망이지만 당신에게도 들렸으면 좋겠다
우리는 저마다의 우물에서 나와야만 한다
3. 작품 속 세계는 어떻게 파괴되고 있고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작품은 "돈 룩 업"과 "콘크리트 유토피아", "매드맥스" 등과 유사한 작법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현실의 문제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와 동시에 이 같은 생각이 그저 상상 속의 생각만이 아니라는 것을 다큐멘터리인 "소셜 딜레마(영화 리뷰 링크)"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디지털라이제이션"하고 "테슬라"같은 업체는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를 산더미처럼 만들었지만, 시스템이 해킹당한 후 좁은 도로에서 서로 순서대로 부딪쳐 교통망을 마비시키는 존재로 나올 뿐이다.
대기업 우선 주의가 통용되는 우리나라 같은 국가에선 그려지기 어려운 내용 같다.
그 와중에 가장 많이 미디어 매체에 노출되어 위기의식을 갖고도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생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응보다 그저 스트레스 가득한 상황을 잊어버리려 한다.
국가 재난 전에 보던 "프렌즈"의 다음회를 보기 위해 돌발행동을 하는 "딸"은 그저 특별하고 별종인 한 인물의 모습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이미 상당수 미디어 매체 속에 자신의 정신을 파묻고 일체화 되어버린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된 일상인의 비중은 절대 적지 않을 것이다.
굳이 미국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런 "네트워크 붕괴"와 같은 상황에서 각국의 대응이 어떻게 이뤄지게 될지도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이 작품이다.
이와 크게 다른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가 아니므로. 그 때문에 이 작품은 끝에 "일갈"의 외침을 그대로 의식의 끈을 붙잡고 있는 시청자에게 던진다.
"아무 대책 없이 이렇게 망할래? 아니면 이제라도 정신 차릴래?". 내겐 들렸다. 희망이지만 당신에게도 들렸으면 좋겠다. 우리는 저마다의 우물에서 나와야만 한다. 내전 발발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