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사무라이"와 "황야의 7인", "스타워즈"의 변형을 시도하다
(그림 출처: IMDB)
약점을 상당히 보완한
설정의 작품이 되므로
실패 확률이 낮아 보인다
넷플릭스에 얼마나 많은 작품이 있는지 데이터 베이스 규모를 도통 감잡을 수는 없긴 하지만, 일단 열고나서 고민의 시간이 항상 길어지는 것은 추천코자 올라온 작품 중에 분석상 내 취향에 8~90%가량 맞다고 하는 작품을 선뜻 볼 마음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이 인간을 파악하는 현실이 그렇다.
"워너 브로스"에 그동안의 쌓은 공적이 어떠했든, 영상미를 만들어 내는 비상한 재능을 갖고 있든 말든, 비극적인 가정사 등 그 어느 하나 인간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저스티스 리그"를 포함한 "DCEU"의 세계관을 내치다시피 한 상황에서, 나는 그의 작품에 굶주려 있었기에, "레벨 문"이 그의 작품임을 알자마자 선택했다. 취향을 벗어난 실험이 글의 목적이었지만 이번은 치팅 데이 같은 행사다.
한 영화감독에 대한 취향이 중독 수준이라 벌을 받아야만 한다면 달게 받겠다고 할 수 있는 현시대의 몇 안 되는 감독이 내겐 그다. 그가 약점을 갖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의 약점은 직접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거나 "각본"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때 만들어진 작품의 "재미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다.
이 약점을 벗어나기 위해 "스타워즈" 스타일의 "스페이스 오페라"를 만들어내는 우주란 무대에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만들어 "스타워즈"에 영향을 끼친 원본이랄 수 있는 "7인의 사무라이"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레벨 문"을 만들었음을 알게 되었다. 약점을 상당히 보완한 설정의 작품이 되므로 실패 확률이 낮아 보인다.
"잭 스나이더" 버전의 "저스티스 리그"가 "죠스 웨던" 버전보다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만족했던 기억을 떠올릴 새도 없이 그대로 보게 되었다. 물론 웹을 뒤져보면 "잭 스나이더"란 감독이 마냥 좋은 사람이고 정의의 사도로 나오진 않는다.
자기 버전이 나오도록 만들기 위해서 찍은 필름도 훔쳐 나가고, 웹상에 "봇"같은 기능도 사용해서 그 버전을 만들기를 요청하는 팬이 엄청 많은 것처럼 사기도 치고, 영화제작사 몰래 자기 집에서 "마샨 맨헌터"가 뜬금없이 나오는 장면을 찍어서 이후 "저스티스 리그"의 자기 버전의 세계관 영화 제작 여론이 나오길 유도했다.
1.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 스나이더를 계속 좋아하는 이유 3가지
2. 레벨 문, 찔러 보기
원작의 가치를
그대로 되살려주었음을
알 수 있다
1.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 스나이더를 계속 좋아하는 이유 3가지
알고 보니 비열한 면이 있는 것이 그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팬으로 남아 있는 이유 3가지는 변하지 않는다. 하나 더 하자면 "워너 브로스"란 제작사 자체가 빌런이다 보니 같이 일하는 감독도 빌런화 해야 살아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판이다.
1) "300"의 성공
이 작품의 성공을 빼놓고서 "잭 감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작품을 봤던 때는 어언 17년 전이지만 이때 관객의 혼을 쏙 빨아들였던 "불규칙한 속도의 슬로비디오 액션"은 그의 "시그네이처 액션"처럼 자리를 잡아 "레벨 문"에서도 잊지 않고 나타났다. "안시성"에서도 나왔을 정도다.
여기에서 자리를 확고하게 잡은 "그래픽 노블" 또는 "애니메이션, 코믹스"원작을 실사화할 경우에 그 분위기를 통째로 다 구현하는데 일가견을 보여준 그는 그런 원작을 토대로 한 작품을 만들었을 때마다 실망할 수가 없는 품질을 보여줬다. (참고 : https://brunch.co.kr/@rpyatoo/58 )
2) "왓치맨"의 존재감
냉전 시대를 경유하면서 절묘하게 만들어진 "히어로물 장르"를 비틀고 꼬아서 현실적이고도 매우 어두운 분위기로 만들어낸 최고의 "그래픽 노블"이 원작으로써 문학상에 준하는 상을 거의 처음으로 "코믹스 작품"이 탄 쾌거를 이뤘다. 이 작품은 다층적인 분위기에 여러 층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동시에, 히어로물이 보여주기 싫어하는 가장 어두운 부분을 노골적으로 건드린다.
"미스터 맨해튼"과 "오지맨디아즈"의 탈 인본주의적인 "인류의 보다 커다란 핵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방치"와 "음모"는 모든 것이 밝혀질 것임을 가정한 상태에서 봐도 끝이 어떻게 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 미스터리어스하고도 고전적인 문학작품의 결말을 갖고 있다. 실사화된 작품에서도 하자 없이 구현해 냈던 것이다.
이 "그래픽노블"의 복잡성과 미술, 원화 속의 인물의 디테일, 배경 모든 것을 치밀하게 실사화해낸 "왓치맨(Watchmen)"은 개봉 당시에는 엄청난 흥행을 낳지 못했지만 스테디셀러인 마냥 끝없이 여러 미디어를 가로질러 찾아오고, 언뜻 보게 될 때마다 명작임을 체감하게 만든다. 원작의 가치를 그대로 되살려주었음을 알 수 있다. (참조: https://brunch.co.kr/@rpyatoo/51)
3) 슈퍼맨을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맨 오브 스틸"
"크리스토퍼 리브"가 1979년에 출연해서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이끌었던 "슈퍼맨"은 2편까지도 빌런인 "렉스 루터"를 연기한 "진 헥크만"과 "조드 장군"을 연기한 "테렌스 스탬프"의 호연, 극 중 멸망한 "크립톤 행성"에서 아들이자 "슈퍼맨"인 "칼 엘"을 지구로 보내고 난 뒤에 죽었고, 이후에 홀로그램 영상으로 나타나서 대화까지 하는 "말론 브랜도"의 카리스마 등과 연결되어서 당시에 압도적인 상품성을 증명했었다.
"슈퍼맨 1편"을 만들었던 "리처드 도너"가 2편에서 강판되면서 "리처드 레스터"판의 "슈퍼맨 2편"이 나왔고, 당시 흥행과 작품성 면에서 호평받았다. 좀 더 진중한 시나리오의 "리처드 도너"판의 "슈퍼맨 2편"도 편집 전의 버전을 되살려 다시 만들어져서 개봉되어 또한 호평받았다. 3~4편이 혹평을 받고 흥행 저조를 겪었다.
이후 21년간 "슈퍼맨 리턴즈"가 2006년에 개봉되기 전까지 실사화된 형태의 "슈퍼맨"은 "워너브로스"에서 다시 만들어지지 않았다. "브라이언 싱어"가 감독을 맡은 "슈퍼맨 리턴즈"가 이전의 "리처드 도너" 감독이 만든 작품에서 이어지는 스토리로 "슈퍼맨 앤솔로지"를 잇는다는 개념을 갖고 등장했지만 흥행은 평타였다.
이러한 난맥상에서 "슈퍼맨"을 슈퍼히어로로 글로벌 관객에게 다시 인식시키고 더 풍부한 스토리와 박력 넘치는 액션, 시대에 맞는 그래픽과 갈등 관계를 결합한 작품은 "맨 오브 스틸"이었다. 이 이후에 아직 "슈퍼맨"을 글로벌 관객 앞에 제대로 그려낸 작품은 드라마와 영화 모두에서 "잭 스나이더"의 "배트맨 대 슈퍼맨"과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밖에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참고: https://brunch.co.kr/@rpyatoo/10, https://brunch.co.kr/@rpyatoo/80,
"잭 스나이더"의 여러 장기가
확실히 발휘된 상황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끌어들일만한
떡밥을 잘 뿌려두었다
2. 레벨 문, 찔러 보기
1) 각 인물의 등장을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한 Part I
맨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잭"의 장기인 엄청난 스케일의 우주 공간 묘사와 더불은 행성의 모습이 나오고, 그 아래에서 여주인공 "소피아 부텔라"가 원래 "마더 월드"의 군인으로서 곳곳의 행성을 침탈하고, 정복하고, 파괴하는 군대의 일원이었던 과거를 지닌 "코라"로 등장한다.
"코라"의 과거가 멍에처럼 어깨에 걸쳐있고, 낯선 행성의 농부 중에 하나로서 말을 앞에 맨 쟁기를 끌며 밭을 매는 일을 하는 존재로 나온다. 그런데, 이전부터 항상 뛰어난 몸매를 강조하는 액션이 주가 되는 이 배우가 밭을 매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려니 약간 낯선 느낌도 따라왔다.
"킹스맨(참고: https://brunch.co.kr/@rpyatoo/54)"에서 두 다리에 의족 형태로 칼을 부착해서 다루며 가공할만한 무력을 보여준 "가젤"역으로 뚜렷한 인상을 남겼고, "톰 크루즈"의 "미이라"에서도 빌런인 "아마네트 공주"역을, "아토믹 블론드(https://brunch.co.kr/@rpyatoo/170)"에선 레즈비언으로 나왔다.
"코라"의 화려한 군인으로서의 전적은 그가 살았던 행성의 그의 부모를 포함한 인류를 모두 살해한 "발리사리우스 장군"이 전쟁과 살육의 화신으로서 자신을 양녀로 키워서 살인기계로 키웠던 내용을 "클리셰"로 전달하는 화면에서 실감 나고도 박력 있으면서도 동시에 아름답고, 미스테리어스 한 방식으로 잘 표현되었다.
"7인의 사무라이"나 "황야의 7인", "매그니피센트 7(참고: https://brunch.co.kr/@rpyatoo/138)"처럼, 농사를 짓는 농부들만 살고 있는 행성에 찾아와 식량을 강탈하기 위해 농부의 지도자 부부를 잔인하게 죽이고, 수확량 전부를 모두 군대의 식량으로 달라고 하는 "에드 스크레인"이 맡은 "에티쿠스 노블"의 잔인함에는 일단 정체를 숨기며 도망가고자 한 "코라"는 그의 남아 있는 부하에게 작렬하는 가공할 파워를 발휘한다.
"소피아 부텔라 배우"가 지닌 여전사와도 같으면서도 레즈비언 같은 이미지를 활용해서인지, 강력한 "여전사"가 마을의 다른 여자가 성폭행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정체를 드러낸 시작이다. 이후에 마을을 지키기 위해 같이 싸울 동료를 구하러 간 다른 행성에서 자신과 함께 온 남자를 뺐으려고 하는 적과 싸우는 장면도 기존의 "남성용 액션 영화"의 문법과는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배두나 배우"가 맡은 "네메시스"가 "스타워즈"의 오마쥬 같은 광선검 싸움을 한다. 등장씬에서 행성인이 배출한 공해 때문에 자신의 아이를 잃은 거미형의 어미 외계인이 복수하고자 일반 외계인의 아이를 납치하고 대치했을 때,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다 협객이 된 과거를 뒤로 하고, 그 외계인을 죽인 뒤에 "선과 악"의 명확한 경계가 없음을 외치는 역할이다. "조선 시대의 갓"을 싸우지 않는 동안은 계속 쓴다. "킹덤"의 영향 같았다.
"아바타"에서 "토르토막투"같은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 조류를 길들여 타는 장면이 망한 행성의 왕자였던 "타라크 데시무스"를 통해서 연출된다. "타라크 왕자"와 또다른 행성의 붕괴 이후 혁명 세력으로 우주를 방랑하는 "블러드 엑스" 집안의 남동생 "다리안 블러드엑스" 이 둘은 작품 속에서 같은 양상의 액션을 했다. 거리가 멀리 떨어진 위치로 몸을 날리기 위해 고개를 젖힌 채로 온몸을 던지는 장면이다. 둘 다 매우 스타일리시했다.
2) 적의 정체가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음
무섭고 잔인하고 집요한 동시에 "현상금" 때문에 언제라도 모으고 있던 동료 중에 누군가 배신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일단 배신을 당한 상태에서 "군나르"의 용기 있는 대처로 살아난 이들은 자신이 당면했던 적인 "에티쿠스 노블"을 죽인 것으로 오해한다.
알고 보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에티쿠스"는 그대로 건져 올려서 복원하면 살아나는 신체를 갖고 있다. 전파 상태로 의식과 신체 이미지를 전송시켜 전혀 다른 우주의 동떨어진 위치에 있는 "발리사리우스 장군"에게 보내서 크게 질책을 당하고, 반란하는 무리를 모두 죽인 뒤에 자신의 "딸"인 "코라"를 꼭 생포해서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친히 본보기 격으로 공개처형을 하고자 하기 때문이란 이야기와 함께.
그래서 이 마을을 지키고자 모인 여럿의 면모가 적에 비해 그렇게 만만치만은 않다는 이미지가 형성되려다가 Part II에서는 결국 중과부적으로 이 작품이 참고하고 있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인 "7인의 사무라이"나 여기에 영향을 받은 "황야의 7인", "매그니피센트 7"처럼 소수만이 살아남는 치열한 싸움이 될 것임을 먼저 예상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서 변수가 될만한 "캐릭터"는 초반에 "코라"와 함께 마을의 여자를 겁탈하려고 했던 마더월드 군인을 정밀한 방식으로 저격한 인공지능 기계 전사다. 왕족이 시해된 이후에는 스스로 싸움하는 기능을 봉인한 무력한 일꾼 로봇처럼 나와서 "스타워즈"의 "R2D2나 C3PO"를 떠올리게 하는 포지션을 잡다가 자신도 모르게 폭력을 사용한 뒤에 부끄러워서 도망가 숨는 "개그 캐"와 "액션 캐"를 오가는 역할을 맡고 있다.
3) Part II에 거는 기대
기존까지 "남성"이 지휘하는 스토리 구조에서 강력한 여전사인 "코라"가 지휘하는 구조로 변화하는 것이 꽤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연출이 되었다. "황야의 7인"에서 백인 지도자인 "율 브린너"가 "매그니피센트 7"에선 흑인 지도자인 "덴젤 워싱턴"이었는데, 이번엔 "소피아 부텔라"가 여성 지도자로 변해 극의 원형에서 변형이 일어난 셈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가 일본 작품이고, "스타워즈"에도 영향을 끼친 작품이지만, 이 작품에 "일본 배우"는 출연하지 않는다. 광선검을 달고 "칼"로 싸우는 역할에 특화된 것은 "배두나"라는 한국 배우다.
이것은 한국이 "잭 스나이더 감독" 작품에 대해서 반향이 좋을 거라는 판단을 내린 캐스팅이 아닌가 싶었다. 이것이 최소한 한국인 시청자로선 좀 재미있게 볼만한 단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은 3부작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아직 어떤 식으로 스토리의 나머지 부분을 가져가게 될지 지금 단계에선 잘 알 수가 없다.
시작이 매끄럽고, "잭 스나이더"의 여러 장기가 확실히 발휘된 상황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끌어들일만한 떡밥을 잘 뿌려두었다. 회를 거듭하면서 더 재미있는 스토리로 확장되면서 회수될 것이라 기대한다.
ChatGPT에게 내가 영화와 인물에 대해서 느낀 인상과 작품의 분위기 등을 설명해서 그림을 그려보도록 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매번 시도할 때마다 느낀다.
국문으로 써서 영문으로 번역해서 지시하는 것도 해보고, 영문으로 직접 쓰는 것도 하고, 국문만으로도 프롬프트 생성 시도를 해본다. 해보는게 최선이다.
지금까지의 결론은 프롬프트를 의도한대로 잘 작성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가 있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의도하는 대로 인공지능이 결과를 내도록 만드는 그 과정 자체를 몸에 익힐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텍스트를 넣지 말아달라고 이야기만 하는 것으로는 안나오게 할 수 없음을 수십번 해본 뒤에야 알 수 있었다. 나오기 시작하면 새로 시작하는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