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트장조차도 경제적으로 활용한 짠돌이 정신의 영화
(포스터 출처: emunderwood.com)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B"급, 병맛이 살짝 들어간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이로 유명하다. 그의 출세작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출연한 1995년작 "데스페라도"였다.
7백만 불의 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2천5백만 불의 수익을 올렸다. 이 작품 전에 "로버트"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입 작품은 "엘 마리아치"로 7천 불로 만들어 미국 개봉 시 204만 불을 벌었다.
이 때문에 "엘 마리아치"를 리메이크한 형태로 후속 편처럼 "데스페라도"를 당대 최고의 남자 배우와 "셀마 헤이엑"이 같이 나오는 저예산의 "블록버스터"로 만들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이 이후부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처럼 B급과 병맛을 가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감독으로 유명해졌고, "황혼에서 새벽까지"같은 영화에선 "죠지 클루니"와 "쿠앤틴"도 등장한다.
가장 최근작은 "배틀 엔젤 알리타(감상문 링크)"였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찾아보니 "힙노틱(=최면술)"이 있었다. 최근엔 개봉 영화보다는 "스타워즈"의 "만달로리안" 시리즈 등에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
극도 재미있어야 하지만 최고 수준의 대형 흥행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제작비가 납득할만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감독"을 이야기하자면 떠올릴만한 감독이 그와 "이 안 감독"이다.
성공의 궤적을 보자면 "이 안 감독"의 1994년 성공작이었던 "결혼피로연"은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1992년도의 "엘 마리아치"보다는 더 안정적이고 공식적이었다.
작품 속에 깊이를 담고, 인생의 철학적인 사색을 집어넣는데 일가견이 있는 보다 전통적인 "이 안 감독"보다 "로버트 감독"은 "인문학"과 거리가 좀 있는 나 같은 "생활인"에겐 더 어필하고 있다.
다만, 이 작품은 7천만 달러를 투입하고도 1천2백만 달러 밖에 벌어들이지 못한 망작이다. 그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개봉이 되었는지도 몰랐고, 한참 뒤에야 알았으니. 홍보도 시원치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그가 추구했을 재미 대비 비용 면에서 가성비 높은 작품을 만들고자 한 노력의 흔적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이 시대엔 왜 안 통하게 된 걸지 그걸 알 수 있다면 성공적인 "찔러 보기"가 될 것 같다.
1. 보기 전에 벗어나야 할 선입견
2. 힙노틱, 찔러 보기
기대를 낮춘다면
볼만한 요소를 갖고 있다
1. 보기 전에 벗어나야 할 선입견
7천만 달러가 작은 돈은 아니다. 900억 원이 넘어가는 돈이다. 아직 우리나라 영화가 이만큼의 투자를 해서 찍은 작품은 없었다. 그렇지만 히어로물의 제작비는 1억 불을 넘어간다.
이 정도 제작비에 익숙한, "히어로물"도 아니지만 "벤 에플렉"이 "배트맨" 역할에서 배제된 뒤에 만든 다음 작품으로써 관객은 그 정도 제작비에도 훨훨 나는 스토리를 기대할만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가성비 높은 작품의 감독"이 만든 작품이니까. 제작사나 배우 등등 모든 관련자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작품을 보는 내내 "히어로물"을 넘는 재미는 찾기 어렵다.
따라서 최고 수준의 재미를 충족하는 작품을 볼 거란 기대를 하고 이 작품을 본다면 그 자체로 기대 이하의 작품을 만날 준비를 하고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략 수천만 불 수준의 "반전을 노린 작품"이 적정 기대다.
벗어나야 할 선입견은 여기서 "높은 기대 수준"이다. 그가 그로선 최대의 제작비 1억 5천만 불 받아 만들었던 2019년작 "배틀 엔젤: 알리타"는 4억 4천만 불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그 때문에 이 작품도 그 정도 수준의 재미는 쏠쏠하게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다간 실망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작품은 기대를 낮춘다면 볼만한 요소를 갖고 있다.
한 7백만 불 수준에서 이 정도로 만들었다면 납득할만한 품질이었다. 극화적인 면에서 한국 영화보다 가성비가 좋지 않았다. 재미있게 볼 방안은 감독이 누군지 제작비가 얼마인지 모른 채로 보는 것 같다.
"불가사의한 최면 능력" 등의 도입부는
"미스터리"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2. 힙노틱, 찔러 보기
시간이 되었던 공간이 되었던 여러 현실의 층위를 겹겹의 Layer형태로 깔아서 다중현실을 추구하는 것이 미국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최근의 블록버스터 영화의 천편일률적인 소재였다.
이제 한번 정도는 다시 다중현실을 시공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내에서 다른 방향으로 구성해 내는 흐름이 한 번쯤 다시 돌아와도 좋을 거란 생각을 해볼 만도 했다.
"힙노틱"은 "인셉션"이 앞서 나가서 추구했던, "최면(=힙노틱)"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여러 현실의 층위를 구성하고 이 층위를 오가면서 각각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자를 다룬다.
이것을 비싸지 않게 더 저렴한 제작비로 더 저렴한 배우를 기용하고, 더 적게 세트를 이동시키면서 만들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약간 복고풍의 "최면"이란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럭저럭 받아들여질 만한 영화적 재미에 이끌려 온 관객의 티켓 수익에 제작비를 뺐을 때, 충분히 괜찮은 수익이 남길 기대했으리라.
그런데, "최면"에 걸려 있는 "벤"이 연기한 "주인공"이 "자신"에게 "메멘토"처럼 다시 자신의 정신을 회복할 수 있는 "키워드"를 이곳저곳에 나타나게 한 것이 뻔한 아이디어로 보였다.
물론, 수차례 은행으로 걸어가는 정체불명의 일당, 은행 앞에서 옷을 벗어 혼란을 초래하는 여자, 정체불명의 일당 중에 하나가 가진 "불가사의한 최면 능력" 등의 도입부는 "미스터리"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더 이상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봉착했을 때, 그에게 덧 씌워진 모든 최면을 일거에 거두고서 나타난 실제의 현실의 모습이 등장하는 씬까지도 신선한 반전처럼 보였다.
감독이 워낙 "가성비"를 추구하는 감독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보니, 문제는 "최면"이 걷힌 뒤에 그가 "자신의 최면 능력이 선천적으로 강력해서 감응이 되지 않을 수준의 딸"을 찾기 위해 만든 세트에서 발생한다.
저렴한 제작비를 추구하다 보니 일부러 각본 안에 "저렴한 세트"를 세우고, 이 세트가 저렴하게 움직이고 교차하면서 만드는 마을의 움직이는 건물 신을 찍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성공 요인은 물론 가성비 높고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그가 줄기장창 자랑한 "영화 경제적으로 만들기 비법"이었다.
하지만 이제 대형 영화의 감독으로서 유명세를 갖고 오랜 세월 큰 제작비를 적용한 작품을 수차례 찍어온 필모그래피를 갖추게 된 이상, 효과 대비 저렴한 제작비를 추구하는 이미지가 독이 되는 현상이 보인다.
"최면술"을 사용하는 일련의 악당과 더 높은 수준의 "최면술"을 사용하는 "정의의 가족" 간의 대결은 허허벌판에서 서로의 의식 안에 거짓 이미지를 불어넣고 싸우는 현란한 장면이었고 더 눈길을 끌 수도 있었다.
그런 장면 자체를 더 화려하게 만들어 내는데 투자해서 완전성을 더 추구했다면, 답답한 흥행 성적보다는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후속 편이 나올 확률이 높아졌으리라.
각각의 의식 속으로 침투해서 상대방이 보는 현실을 다른 것으로 보이게끔 만든다는 설정도 이미 MCU에서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스칼렛 위치", "타노스", "드루이그", "스프라이트"가 있다.
엑스맨에서는 "쟈비에 교수", 스파이더맨에서는 "미스테리오", DCEU에서는 "닥터 페이트"가 익히 보여준 능력이다. 이미 다양한 관객과 시청자에겐 익숙한 그래픽이 펼쳐질 수밖에 없었다.
히어로물의 환타지적 성격을 좀 더 현실의 스릴러성으로 바꿔서 조금 더 참신한 맛을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구현 보겠다는 야심이 제대로 통하지 않은 것은 그게 너무 평범한 것이 된 현실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게 그 7천만 불의 돈이 제작비로 주어졌다면 무엇을 해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소재는 동일하게 "최면"이어야만 한다면 말이다.
좀 더 근원적으로 국가나 사회 전체에 비유적으로 "최면"이 미치는 영향력을 그림으로써 실제로 작용하고 있는 "미디어"적인 이미지의 살포와 혼동을 그려내는 방향이 맞았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런 깊이나 너비를 갖고 접근하는 것을 "로버트 감독"같은 이는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좀 더 영상미와 반전적인 "최면 능력자 가족의 반격"을 전작 "스파이 키드"처럼 그려내고 싶었을 것 같다. 다루는 소재의 범위와 크기를 줄이고 복잡성을 덜어낼수록 완결성이 커지니까.
"벤"이 살고 있는 일상의 범위를 좀 더 넓게 그리면서 "트루먼쇼" 정도의 스케일로 확장했다면 "완다 비전"보다 더 흥미진진한 방향으로 갈 수 있었으리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