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상처를 우리의 합창이 어루만져 치유할 수 있다면
지난주에 가까스로 영화를 한편 보고 리뷰를 적을 수 있었던 반면 여러 가지 이유로 피로가 몰려온 탓에 일요일 심야에 노트북을 열고 제목을 적고도 졸려가는 눈을 치켜뜨며 글을 쓰다 결국엔 마칠 수가 없었다.
압박을 받아서 위급한 마음 상태에서 하는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더불은 연장된 근무, 그로 인해 집에 도착해서도 여가 활동에 집중하기 힘든데 잠조차 잘 오지 않아 뜬 눈으로 잠든 밤이 며칠 있었다.
그럼에도 주말에 시합 일정이 얼마 안 남았던 아이의 또한 "압박"을 받아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려고 "로블록스"의 "라이벌"을 한 팀으로 해주기 위해서 피시방에 가서 두어 시간을 보냈다. 재미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육아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리고 굳이 같이 가겠다고 할 필요는 없었지만, 연습 전전날 남성 합창단복을 찾아보려고 집 근처에 찾아온 "Bass 파트장"님과 "총무님", "지휘자님", "디자이너인 단원님"을 만나 단복의 품질과 판가를 섬유 전문가의 관점에서 참견했다. 결론은 이 근처의 업체의 가성비가 뛰어나단 거였다.
그리고서 저녁도 함께하고 이야기를 도란도란 짧지 않게 나눴다. 종교사와 음악사, 해양사 등에 해박한 "지휘자님"의 이야기와 "디자이너인 단원님"의 소재 관련 얘기를 열심히 들었다.
뜬금없이 "김주환 교수님"의 유튜브 강의에서 들은 "행동유발물질"로써의 "도파민" 얘길 비전공자인 내가 했었고, 이런 이야길 직장에서 하면 위아래 양옆 상관없이 경청해 줄 사람이 없지만, 직장밖 사회생활이다 보니 들어주어서 감사했다. 그 외에 할 필요 없는 이야기도 너그러이 들어주어 감사했다.
경청은 곧 존중의 표현이고 서로가 기본적으로 경청하는 분위기가 있다면 그곳의 사람은 현명하다. 잠깐이었지만 치유받는 느낌을 서로에게 선사했다 싶어서 좋았다. 직장은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터인데 여긴 그래도 후방이긴 하니까.
이틀 뒤에 연습일에 오전부터 "Tenor 단원"과 "Bass 단원" 모두에게 기존 단원이 예전에 입었던 단복과 새롭게 단체 구매코자 하는 단복의 차이점 등을 설명할 때, 일부 내용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제 공연만 잡히고, 같이 청중을 향해서 합창을 할 기회를 확실한 일정으로 잡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지고, 목표를 향해 모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연습한 곡이 세상의 치유를 이야기하는 미국 팝송이었다. 최소한 미국 팝의 제왕이 누군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곡을 모를 리가 없다. 오래 전의 곡을 주로 연습하다가 비교적 현시대에 가까운 곡을 연습하게 되니 힘이 솟아오르고,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생기 발랄함이 느껴졌다.
곡 자체는 악보를 봤을 때, 복잡한 음표와 세분화된 박자만을 보이는 그대로 해석하자면 훨씬 더 어렵고 배우기 어려운 곡이라고 할만하지만, 대중적으로 유명한 이곡은 정말 수없이 들어보고 때로 흥얼거리기라도 해 본 적이 대부분 있었을 것이므로, 엇비슷하게 부르고 따라잡는 것은 쉬워 보였다.
그러나 빠른 영어 가사와 리드미컬한 박자의 배열은 세부를 그대로 쫓아 구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했다. 잘 아는 부분은 자신감 있게 부르더라도 잘 모르는 부분은 얼버 무리게 되는 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치유"를 말하는 메시지가 결국에는 단원 모두가 잘 부르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라 느꼈다.
가곡 또한 한 사람의 선행의 시작이 그것이 뭐가 대수로운 것인가로 시작하는 가사가 그 시작이 점점 더 번져 결국 커다란 선행이 되어 세상을 "치유"할 것이란 메시지로 읽히면서 곡을 전개하고 연습하는 마음의 부담감이 점차적으로 의미와 더불은 동기로 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으로써, 이제 단원 각각이 깨달은 의미를 어떻게 합창 속의 울림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이미지가 드러나게 되는 것 같았다. 지난번의 주제는 "평화"였고, 이번 주의 주제는 "치유"였는데, 다음 주는 무엇이 될 것인가? 그동안 놓고 있었을 그레고리안 성가도 다시 점검하겠다고 하니 약간 긴장은 되었지만, 항상 기회 있을 때마다 부르진 못해도 듣고 있었으니, 부를 기회다 싶어 기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