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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북촌 골목길을 거닐다

북촌골목여행 추천 1코스, 계동길 편

by 하얀잉크
그동안 북촌한옥마을 혹은 삼청동만 거닐었다면 당신은 북촌의 반도 보지 못했다. 느리게 걷는 골목길 여행을 통해 600년 역사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 북촌의 주민이 직접 추천하는 100% 감성여행. 첫 번째는 시간이 멈춘 골목길 계동길에서부터 조선의 왕들이 가장 사랑했던 고궁 창덕궁까지 북촌의 매력에 한껏 빠져보자.

시간이 멈춘 골목길, 계동길


꼬불꼬불한 북촌마을 골목길 가운데 계동길은 제법 곧은 편이다. 대치동으로 이전하기 전 휘문고등학교 자리에 현재 들어선 현대그룹 사옥 맞은편에 북촌문화센터가 자리해 있다. 북촌골목 여행자들이 마을지도를 받고 실제 골목여행을 시작하는 지점이다. 본래 계동마님댁으로 불렸던 북촌문화센터는 대궐을 지은 목수가 창덕궁의 연경당을 본 떠지어 제대로 된 한옥 배치와 담의 구성 원리를 확인할 수 있는 배움의 터이기도 하다. 이 집에 살면 아들을 낳는다 해서 한 부자가 이사 왔다가 딸 일곱을 낳았다는 재미 난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북촌문화센터에 들리면 북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상시 전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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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길에는 골목여행에 쉼터가 되는 예쁜 카페도 있고, 화려한 액세서리 가게나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공방들이 즐비하지만 정작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시간이 멈춘 듯 옛 향수를 자아내는 가게들이다. 간판이며 건물의 형태가 예스러운 최소아과의원은 무려 75년이나 된 소아과이다. 1940년에 개원해 현재도 진료 중이다. 아쉽게도 한때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목욕탕으로 불리던 중앙탕은 사라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여전히 30-40년 된 세탁소와 참기름집, 식당 등이 계동길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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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의 유서 깊은 중앙고


계동길 끝에는 100년 역사가 넘는 유서 깊은 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중앙고등학교이다. 교문 앞에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눈길을 끈다. 500년 이상된 나무로 예부터 마을의 수호신이었다고 전해진다. 중앙고등학교는 한류드라마 열풍을 일으켰던 겨울연가의 촬영지였던 탓에 지금까지도 일본 관광객들이 무리 지어 발길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중앙고등학교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근거지였다. 독립투사들이 숙직실에 모여 3.1 운동을 계획했으며, 순종이 붕어하자 6.10만세운동이 주도한 것도 중앙고 학생들이었다. 100년이 넘는 교사는 대부분 사적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운치 있는 캠퍼스는 연인들의 주말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다. 주말 외에는 학생들 수업관계로 출입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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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골목을 걷다, 원서동길


계동길에서 좌측 북촌한옥마을로 향할 수도 있지만 북촌을 꼼꼼하게 살피고 싶다면 우측으로 돌아 원서동 코스를 추천한다. 창덕궁 담벼락에 맞닿아 있는 동네라 좁고 길지만 원서동에도 볼거리가 많다. 북촌의 마을텃밭을 따라 언덕을 내려가면 춘곡의 집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1886~1965)이 직접 설계하여 40여 년 생활한 집이다. 예스러운 복도와 마당이 평온해 보이는 이 집은 상시 개방되어 골목여행자들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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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곡의 집에서 왼쪽으로 더 들어가면 빨래터가 나온다. 궁에서 흘러나온 물에 마을 사람들이 빨래를 했다는 빨래터에는 아직도 물길이 흐르고 있다. 들어온 길을 돌아나와 창덕궁 담벼락을 따라 걸으면 ‘빨래터’, ‘세탁소’ 마을버스 정류장 이름조차 정겨운 동네가 나온다. 서태지의 <소격동> 뮤직비디오도 이 창덕궁 담벼락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창덕궁 입구에 못 미쳐서 감탄사가 터져나온다면 북촌1경을 마주한 것이다. 규장각, 인정전 등 창덕궁의 전각들이 어깨를 서로 겨루는 전경을 담벼락 밖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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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창덕궁


2시간가량 걸었으니 다리가 아플 만 하지만 코앞에 창덕궁을 두고 그냥 갈 수 있을까? 시간이 허락한다면 주변에서 차를 마시거나 요기를 한 후 창덕궁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창덕궁은 조선 후기의 정궁으로 궁궐의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4대궁 가운데 유일하게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궁궐이다.


현재 남아있는 궁궐 정문 가운데 가장 오래된 돈화문(보물 383호)을 지나 아치가 아름다운 돌다리인 금천교(보물 1762호)를 건너면 창덕궁의 대표적인 공간이자 왕의 즉위식 등 국가의 중요 행사가 치러졌던 인정전(국보 225호)이 나온다. 인정전 안을 들여다 보면 천장에서 드리워진 백열전구를 볼 수 있는데 조선 후기 정궁이었던 만큼 1908년에 전기시설이 들어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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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침실이자 편전이었던 희정당(보물 815호)과 왕비의 침전이었던 대조전(보물 816)에서는 단청과 전통기와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위엄 있는 희정당과 달리 대조전에는 꽃무늬와 레이스를 연상시키는 여성스러운 단청을 볼 수 있다. 마지막 황후 순정효황후가 기거했던 낙선재는 아름답지만 조선 마지막 황실의 가족들의 슬픔이 서려있는 곳이다. 망국의 태자 영친왕과 덕혜옹주가 환국하여 생을 마친 공간이기도 하다.


후원은 창덕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왕실 정원이다. 다양한 수목과 정자, 누각, 연못을 관람할 수 있지만 생태계 보전을 위해 회차 별 100명씩 제한관람을 하고 있다.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일어, 중국어 언어별로 정해진 시간에 안내해설을 받을 수 있으며, 관람을 원한다면 사전 인터넷 예약을 추천한다.



* Tip

북촌골목여행은 기본적으로 도보여행이지만 다리가 불편하거나 빠르게 이동해야 한다면 1번 마을버스(원서동-중앙고)를 타거나 아띠인력거(rideartee.com)를 이용하면 특별한 여행이 될 수 있다.


* 교통편

109, 151, 162, 171, 172, 272, 7025(녹색버스) 창덕궁 정류장 하차 혹은 안국역(3호선) 3번 출구로 나와 현대사옥과 순이네가게 사이 골목으로 들어서면 계동길 초입이다. 1코스의 출발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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