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하루를 위한 '안녕 루틴'

하루를 여는 나의 소중한 루틴을 소개합니다

by 월든

올해 본 가장 좋은 영화를 꼽으라면,

'퍼펙트 데이즈'를 꼽겠다.

감독은 독일 사람인 빔 벤더스,

주연은 일본 사람인 야쿠쇼 코지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도쿄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청소부다.

영화는 말수가 적은 히라야마의 반복되는 일상을 보여준다.

그것도 반복해서 여러 번 보여준다.

그러나 하라야마의 삶도 영화 자체도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반복되는 그의 일상을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반복되는 청소부의 일상이 편안해 보이는 이유는 무얼까?

루틴의 힘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아침 일찍 깨어난다.

어쩔 수 없이 밥을 먹고,

어쩔 수 없이 씻는다.

어쩔 수 없이 출근길에 오른다.


히라야마의 일상도 어쩔 수 없음의 연속이지만,

하라야마는 어쩔 수 없는 일상을 자신만의 루틴으로 채운다.

그의 루틴들은 어쩔 수 없는 지루한 하루를,

편안한 하루로 느껴지게 만든다.

영화 제목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완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에 나오는 그의 아침 루틴은 이렇다.

1. 창밖에서 들려오는 비질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난다.

2.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3. 이불과 베개를 정리해서 한쪽에 밀어둔다

4. 바닥에 놓인 책을 들어 자기 전까지 읽은 부분을 확인하고 책장 위에 올려둔다.

5. 1층으로 가서 양치질을 하고 콧수염 정리와 면도를 한다.

6. 물로만 세수한다.

7. 분무기를 챙겨서 올라와 나무들에게 물을 뿌려준다.

8. 나무들을 잠시 감상하며 씩 웃는다.

9. 근무복을 챙겨 입는다.

10. 계단에서 양말을 신는다.

11. 분무기를 제자리에 둔다.

12. 선반 위에 가지런히 놓인 물건들은 순서대로 챙긴다.

충전기에 꼽아둔 폴더폰, 지갑, 카메라, 열쇠, 동전들

13. 현관문을 열고 나와 심호흡을 하며 하늘을 보고 씩 웃는다.

14.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캔커피를 뽑는다.

15. 차에 타기 전에 캔커피 뚜껑을 미리 딴다.

16. 자동차 문을 열고 차에 타서 키를 꼽아두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17. 출근길에 들을 음악을 고른다.

18. 카세트테이프를 살짝 꼽아두고 시동을 건다음 출발한다.

19. 도쿄타워가 보이면 카세트테이프를 마저 밀어 넣는다.

20. 음악을 들으며 일터로 향한다.


세상과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은 진리다.

예측하지 않은 일은 언제나 일어나고,

우리가 세운 계획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이런 불확실함은 우리에게 불안과 혼란을 준다.


그렇기에 단 하나라도 확실한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반복되는 습관이나 루틴은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우리에게 안정감을 준다.

루틴은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주고,

생활의 중심을 잡아준다.


당신에게는 어떤 루틴이 있는가?


빠뜨려도 문제 될 것 없는 작은 루틴도 있다.

- 아침에 깨자마자 기지개 켜기

- 이불 개기

- 방을 나와 찬물 한잔 마시기

- 공부하기 전에 책상 정리하기

- 마른 그릇 정리하기


하루를 나아지게 만들고,

나아가 인생을 바꾸게 할 만한 루틴도 있다.

내게도 그런 루틴이 있다.


그 루틴은 이미 이전 글에서 소개했다.

1. 일어나면 나가서 달린다.

2. 달리기가 끝나면 벤치에 앉아 명상을 한다.

3. 집에 들어와 씻고 모닝 페이지를 쓴다.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나는,

운동, 명상, 모닝 페이지.

이 세 가지를 줄여서 '운명 페이지'라고 부른다.


소로는 말했다.

자신이 가진 삶의 보화를 사람들에게 기꺼이 나눠주고 싶다고.

진정으로 자신의 재능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을 주고 싶다고.

자신이 가진 진주를 품고 키워 자라고 하여,

자신이 기꺼이 다시 살고자 하는 삶의 부분들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책 '소로의 문장들'에서 본 내용이다.

이름 짓기를 좋아하는 나는,

위의 인용문을 줄여 '소로의 진주'라고 부른다.


내가 가진 진주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봤다.

아침에 하는 루틴,

운명 페이지가 내 진주였다.


별명 붙이기를 좋아하는 나는,

'운명 페이지'를 '안녕 루틴'으로 부르기로 했다.


안녕을 바라는 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루틴이라는 의미에서다.

이 루틴이 사람들의 운명을 바꿔줄 진주이기를 바란다.

물론 좋은 쪽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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