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을 위한 글쓰기, 모닝 페이지

안녕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면 아침에 글을 쓰자.

by 월든

몇 년에 한 번씩,

일기 쓰기를 습관으로 만들려고 했다.

번번이 실패했다.


요즘은 아침마다 글을 쓴다.

A5 노트에 무려 3쪽을,

날마다 쓴다.


올해 초에 여러 가지를 계획했다.

그중 하나가,

조그만 플래너를 버리고 공간이 많은 저널을 써보자!

였다.


고민 끝에 비싸고 질 좋은 저널하나를 샀다.

A5 크기의 저널이다.

'3년 일기장'도 하나 샀다.


저널에 무엇을 채울지를 고민했다.

년간, 월간, 주간, 일간 핵심 목표적기

지속할 일, 그만 둘 일, 바꿀 일 적기

거 억 할 일, 통찰, 오늘의 문장 적기

감사한 일 적기

오늘의 잘한 일과 반성

그리고 '브레인 덤프'.

브레인 덤프(Brain Dump)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그대로 쏟아내듯이 기록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다.


다른 사람들은 '브레인 덤프'를 어찌 쓰나 궁금했다.

그것을 알아보다가 '모닝 페이지'를 알게 되었다.

모닝 페이지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손으로 자유롭게 3쪽을 써 내려가는 글쓰기 습관인데, 주제나 형식 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다. 미국 작가 줄리아 캐머런이 '아티스트 웨이'란 책에서 처음 소개했다.


모닝 페이지는 의식의 흐름대로 글 3쪽을 쓰는 것이다.

그것도 A4 크기가 노트에 말이다.

그건 안 되겠다 싶어 절반크기인 A5노트를 펼쳤다.

집에 돌아다니는 A5노트가 많았다.


처음 얼마간은 모닝 페이지에 의심과 망설임의 내용이 많았다.

'모닝페이지가 정말 인생에 도움이 되는 도구인지 의심스럽다.'

'3쪽을 쓰는데 45분이 넘게 걸린다. 이게 맞나?'

'차라리 이 시간에 책을 읽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다가 조금씩,

모닝 페이지가 참 좋은 도구라는 걸 경험했다.

어느 날은 우울한 나에게 위로를 건네주었고,

어떤 날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 주었다.

어떻게 할지 막막했던 일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고,

하루 동안 할 일의 방향을 정해주기도했다.


3개월을 넘게 쓰니 모닝 페이지에 대한 회의감은,

거의 사라졌다.

며칠 동안 비슷한 말들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었고,

넋두리로 시작해 넋두리로 끝난 날도 많았지만,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졌다.

몇 번의 좋은 맛을 보니 계속하고 싶어 졌다.


내가 쓰는 모닝 페이지는,

줄리아 캐머런이 제안한 방식과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양도 적지만,

중요한 것은 쓰는 시간이다.


줄리아는 모닝 페이지를 일어나자마자 쓰라고 한다.

일어나자마자 써야 날것의 나를 만날 수 있고,

진정한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일어나자마자 쓰니,

졸리고 집중이 안 됐다.

마음은 조금 우울한 상태여서 좋은 내용이 나오기 힘들었다.

(난, 거의 날마다, 아침에 깨면, 마음에 약간의 우울이 안개처럼 깔려있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한 뒤에,

카페에서 모닝 페이지를 썼다.

맑은 정신에 모닝 페이지를 쓰니,

기분이 참 좋았다.

이것이 나에게 맞았다.

이제는 항상 운동을 하고 나서 모닝페이지를 쓴다.

운동을 못한 날은 잠을 깨고 나서 쓴다.


꾸준히 날마다 쓰는 이유는 뭘까?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일까?

(봐도 읽지는 못할 거다. 내 글씨는 나도 못 알아본다.)

노트가 남아서일까?

올해 산 만년필을 많이 쓰고 싶어서일까?

글 쓰는 일이 체질에 맞아서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좋아서다.


글을 쓰는 것은 마음 관리에 도움이 된다.

이미 많이 들어본 말이지만,

올해 처음으로 뚜렷이 경험했다.

반복해서 경험하니 안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연초에 '3년 일기장'도 하나 샀다고 했는데,

이건 3쪽이 아니라,

하루에 딱 3줄을 쓰는 것인데,

3년 일기장은 먼지가 쌓여가고 있다.

처음 몇 달은 꾸역꾸역 썼지만,

이제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


하루 3줄을 쓰는 3년 일기가,

모닝 페이지처럼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면,

계속 쓰지 않았을까.


모닝 페이지와 3년 일기,

이 둘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3쪽과 3줄이라는 양에서 일까?

아침과 밤이라는 시간에서 일까?

모르겠다.


어쨌든 아침에 3쪽을 쓰는 모닝 페이지는,

이제는 거를 수 없는 사랑하는 루틴이 되었다.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에게,

하루는 잘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하루를 안녕히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모닝 페이지를 써보라고 하고 싶다.

3개월만 꾹 참고 써보자!



모닝페이지를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1. 양이 부담되면 나처럼 A5 노트에 쓰자.

2. 무엇을 쓸지 고민하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아무거나 쓰자.

욕을 쓰거나, 19금 내용을 써도 된다. 절대 남(가족 포함)에게 보여주지 않는 게 규칙이다.

3. 직장인이라면 일찍 출근해서 사무실이나 근처 카페에서 써보자.

4. 손으로 쓰자.

5. 3개월을 쓰면 자신에게 선물을 하자.(여러 날을 빠뜨렸어도 해주자!)

나는 3개월 쓰고 나서 마음에 드는 만년필을 아내 몰래 샀다. 어쩌면 만년필 때문에 꾸준히 쓰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몰래 사면 쾌감이 더 크다.

6.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면 '아티스트 웨이'를 사서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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