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줄면 스트레스도 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콩코드 숲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자연과 벗하며 2년 2개월 이틀을 살았다.
소로는 그때의 경험을 책으로 냈는데,
그 책이 '월든'이다.
월든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고전이다.
우리나라도 여러 출판사에서 월든을 번역했다.
월든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이며,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는 책이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이제는 월든을 선물로 주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지루하고 어렵다고 불평을 했다.
역시 책 선물은 신중해야 한다.
자신에게 아무리 좋은 책도 누군가에게는 짐이 될 수 있다.
월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모든 내용에 동의하지는 않으며,
삶의 모든 부분을 소로의 말대로 살고 싶지도 한다.
그대로 살 수도 없다.
소로도 자신의 삶을 그대로 따르라고 하지 않았다.
특히나 따르고 싶지 않은 두 가지는,
금욕주의와 무소유다.
또 나는 아편 중독자의 천국보다 자연의 하늘을 더 좋아하는 이유와 똑같은 이유로 아주 오래전부터 물만 마신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언제나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싶다. 뭔가에 취하고자 한다면 한도 끝도 없다. 나는 물을 지혜로운 사람의 유일한 음료라고 생각한다. 포도주도 그다지 고상한 술이 아니다. 아침의 희망을 한 잔의 따뜻한 커피로 날려버리고, 저녁의 희망에 한 접시의 차를 끼얹는다고 생각해 보라! 내가 이런 음료들의 유혹에 넘어간다면 얼마나 저급한 지경까지 추락하겠는가! :: 월든_현대문학
나는 쾌락주의자다.
소로가 고상한 술이 아니라고 말한 포도주를 즐겨 마시며,
아침의 희망을 날려버리는 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전에는 내 책상 위에 세 개의 석회석 돌덩어리가 있었다. 그러나 매일 그 돌덩어리들에서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는 걸 알고는 등골이 오싹했다. 내 머릿속의 가구들에 쌓인 먼지도 아직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지경이었던 까닭에 나는 정나미가 떨어져 그 돌들을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 월든_현대문학
나는 유소유자다.
항상 쇼핑을 하고,
택배 상자가 쌓여있는 삶을 사는
풀소유자는 아니지만,
가지고 있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충동으로 사는 유소유자다.
필요가 없어진 물건도 잘 버리지 못한다.
당장 읽지는 않아도 언제가 읽고 싶은 책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소유를 추구했던 내 생각에 변화가 찾아왔다.
여전히 쾌락주의자이지만,
이제는 간소한 삶을 지향한다.
올해 초, 정리하는 일에 관심이 생겼다.
깨끗하게 정리된 공간에서 생활하고 싶은 바람이,
미니멀리즘의 실천으로 옮겨갔다.
어쩌면 매년 반복해서 읽거나 듣는,
소로의 철학이 내 삶에 스민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럼 내년에는 금욕주의를 추구하게 될까?
그건 모르겠다.
아닐 듯싶다.
사실 내가 바라는 최종의 모습이 무소유자나 미니멀리스트는 아니다.
다만 삶이 단순해지기를 바란다.
필요한 물건들로만 주변을 채우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최소로 남기고 싶다.
빈 공간을 많이 가지고 싶다.
심플리스트에 가장 가깝겠다.
우리말로 하면 간소화주의자, 정도?
아직은 미니멀리스트도 심플리스트도 아니지만,
큰 일 하나를 끝냈다.
평생 소유하려 했던 책들을 처분한 것이다.
집에 책이 약 700권 정도 있었는데,
100권쯤만 남기고 팔거나 버렸다.
가장 나중에 버릴 거라고 생각했던 물건인 책을,
가장 먼저 버렸다.
버려야 될 책이 아직 많겠지만,
올해는 이 정도로 만족하려고 한다.
결혼할 때 장만했던 책장도 버리고
작은 것으로 새로 샀다.
더 이상 책을 늘리지 않으려는 조치다.
물건을 조금씩 줄이면서 깨달은 것은,
좋아하는 물건이 많아진다고 해서
그만큼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책이 줄었다고 즐거움까지 줄지는 않았다.
버릴 때는 후회할 것 같았지만,
후회는커녕 무엇을 버렸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오히려 책이 줄어드니 즐거움은 더 늘었다.
물건이 많을 때 보다 적을 때
관리도 더 쉽고,
뇌가 불필요한 에너지를 덜 쓰게 된다.
우리는 물건도 정보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줄이고 또 줄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안녕한 삶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줄이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뇌는 사소한 일이라고 해서 스트레스를 덜 받지는 않는다.
사소한 작은 것들에 신경을 너무 쓴다면
중요한 일에 쓸 에너지는 남지 않는다.
줄이고 또 줄이자.
스트레스도 함께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남은 에너지를 정말 중요한 일에 쏟자.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하지 말라. … 간소화하고 간소화하라. 하루에 세끼를 먹는 대신 필요할 때 한 끼만 먹어라. 백 가지 요리를 다섯 가지로 줄여라. 그리고 다른 일들도 그런 비율로 줄이도록 하라. :: 월든_은행나무
줄일 때 더 좋아지는 것은 많다.
물건을 줄이면 정리가 쉬워진다.
옷을 줄이면 입을 옷 고르기가 쉬워진다.
할 일을 줄이면 중요한 일에 쏟을 시간이 많아진다.
인맥을 줄이면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
먹는 것을 줄이면 건강해진다.
욕심을 줄이면 만족이 늘어난다.
생각을 줄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줄이고 또 줄이자.
내가 사랑하는 것만 남을 때까지.
나도 거기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다.
같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