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냥이들의 월동준비
궁점이. 궁둥이 위에 점이 있다.
바가지. 앞머리가 바가지를 대고 자른 모양이다.
먹물이. 몸에 먹물 튄 것 같은 무늬가 있다.
생김새를 보고 내가 지어준 이름이다. 우리 동네엔 이 아이들 말고도 많은 야옹이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궁점이는 강력한 유전자를 가졌는데 한동안 동네 새끼 고양이들이 죄다 궁둥이 위에 점을 달고 태어났을 정도였다. 정말 어마어마한 녀석이다. 낮 동안 고양이들은 밭으로 들로 새를 쫓으러 다닌다. 밥 값 좀 한다는 애들은 종종 쥐를 잡기도 한다. 어느 집 처마 밑에는 바가지가 늘어지게 자고 있고, 낮은 지붕 위에서는 먹물이가 벌러덩 누워 일광욕 중이다. 나름의 규칙도 있다. 밥 때가 되면 친한 애들끼리는 줄 서서 기다렸다가 사료를 먹는다. 관상은 과학이라고 깡패같이 생긴 고양이도 한 마리 있는데 걔는 밥 상 앞에서 다른 애들을 꼭 때린다. 그럴 땐 내가 달려 나가서 기강을 잡는다. 밥상머리 교육은 중요하기 때문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바깥 생명들의 안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마침 울타리를 만들고 남은 나무 자재가 있어 남편과 함께 고양이들의 집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냥이들을 위한 목조주택이다. 건설의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첫째도 보온, 둘째도 보온. 마침 집 짓는 공사 현장에서 얻어온 단열재가 있었다. 아낌없이 넣어서 발바닥에 땀날 정도로 따듯한 집을 만들어줘야지!
작업 개요는 간단했다. 먼저 벽이 되고, 지붕, 바닥이 될 총 여섯 개의 판을 만든다. 네 면의 벽을 먼저 연결하고, 바닥과 붙인 후, 지붕을 올린다.
"자기가 나무를 잘라 내가 피스를 박을게!"
집 울타리도 둘이 직접 만들었는데 피스 박는 것쯤은 자신 있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우리가 꽤 큰 고양이 집을 지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각재로 벽과 바닥, 지붕까지 빙~ 두르기 위해서는 두께 38mm 짜리 수십 개의 나무를 붙여야 한다. 손가락에 연기가 나도록 재단하고 드릴을 박아야 할 것이다.
"준비됐지? 시작하자~!!"
남편이지만 일할 때는 현장의 동료 같은 마음이 든다. 손발이 딱딱 맞고 죽이 척척 맞는 환상의 복식조. 한 쪽에서는 계속 나무를 자르고 다른 쪽에서는 그 나무들을 피스로 연결해서 판으로 만들었다.
허리 펼 틈이 없었다. 그래도 콧노래가 나왔다. 고양이들이 겨우내 들어가 따듯하게 지낼 생각을 하니까. '드르륵!' '드르륵!' 드릴도 경쾌하게 움직였다. 판 안쪽으로 두꺼운 비닐을 깔고 단열재를 두툼하게 넣었다. 옆 마을에서 왔나? 처음 본 고양이 가족이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나 잘하는지 보겠다옹~’
“고양이들은 바깥 보는 걸 좋아하니까 창문을 만들어줄까?” 남편은 기왕이면 이중창이 좋겠다며 재료를 사왔다.
“우와!!! 자기는 천잰가 봐! 우리집 같은 이중창이면 더 따듯하겠네.”
그가 알려준 방법대로 아크릴 판 세 장의 끝부분을 도톰한 양면테이프로 붙여 간격을 띄워 공기층을 만들었다.
창을 나무 판에 박아 넣고 드디어 네 면의 벽을 붙여서 세웠다.
회심의 이중창이라고 생각했다. 그 안에서 등 따숩게 창밖을 감상할 궁점이, 바가지, 먹물이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투명해야 할 창이 먼지가 내려앉은 유리처럼 뿌연 상태였다.
“자기야~ 이게 이상해. 색깔이 투명하지가 않고 왜 뿌옇지?”
“아크릴 붙이기 전에 비닐 뗐어?”
“……음……아니……? 비닐이 있는 거였어……?”
“붙이기 전에 색깔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 안 했어? 끝부분에 비닐도 뗄 수 있게 돼 있었을걸?”
남편이 공들인 이중창을 내가 망쳤다. 꼼꼼하게 붙일 생각만 했지 아크릴 색깔이 투명하지 않다는 건 확인하지 못했다. 벽을 다 붙여 버려서 이제 와 창문을 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바깥 비닐을 떼 봤지만 벗겨낼 수 없는 안쪽 창들 때문에 뿌옇기는 매한가지였다. 내가 하는 일은 늘 반쪽씩 부족했다. 집이 거의 다 완성됐는데… 냥이들이 들어가 봤자 밖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무늬만 있는 창문이 돼버렸다. 내가 망쳐버린 것 같아서 속상했다.
“비닐 덕분에 더 따듯하겠는데~?! 잘했어~ 괜찮아!”
고양이 집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남편의 다정한 한 마디 덕분에 내 맘도 따듯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