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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시작 Feb 08. 2024

우리들의 특별한 준비 2

약간의 불편은 감수할 수 있을 것이라 다짐한 터였지만, 과연 집과 화장실이 분리된 공간에서 한 달 동안 지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대한 답을 내리자면 조심스럽게 ‘그렇다’였다. 사실 불편함을 예상하고도 계약한 집을 포기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숙박 사이트에 공지된 글 때문이었다. ‘제주도의 옛집 구조를 그대로 활용하다 보니 화장실 또한 그리 유지하게 되었어요. 단점이라고만 생각하지 말아 주시고~ 너그러이 제주도 시골집의 재미라고 생각해 주세요.’ ‘시골집의 재미’라는 표현이 불편을 넘어선 도전 의식을 자극했다. “그래, 이왕 돌담집에서 살기로 했으니 주거 공간과 분리된 화장실이 있는 시골집에서 한 달을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색다른 경험과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불편하지만 해 볼 만한 경험. 그렇게 어렵고도 중요한 주거지 결정을 마치고, 교통편 결정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육지에서 으로 이동하는 교통뿐만 아니라 제주도 내에서 한 달 동안 이용할 이동 편도 동시에 결정해야 했다. 큰 아이들만 함께 한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걷지 못하는 셋째와 함께라면 반드시 유아차가 있어야 하기에 자차를 활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인 선택이었다. 만약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버스는 불가능한 선택지이며 반드시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불편함은 차치하더라도 비용 문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렌터카 역시 비용 문제로 선택지에서 제외되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이 제주도 내에서 이동할 교통편은 자차로 결정되었다. 다음은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우리가 생활하는 데에 필요한 짐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였다. 두 가지가 경우가 있는데, 먼저 사람은 비행기로 이동하고, 자차와 짐은 배를 통해 보내는 것이다. 다음은 모두 다 배를 이용하는 경우다.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다.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동하는 동안의 편의성을 감안하면 배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셋째의 좌석을 배정받더라도 온전히 내 품에 안겨서 가야 하는 상황이며, 짧은 시간이지만 좁은 공간에서 꼼짝도 할 수 없을 테니 배로 이동하는 것이 나은 선택일 것이다. 여객선 또한 성수기라는 시기적 특성을 고려할 때 예약을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몸이 불편한 셋째를 위해 패밀리룸으로 결정하여 오랜 이동 시간, 최대한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머물기로 했다. 교통편은 대충 결정된 것 같은데, 결정적으로 더 세심히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자차의 컨디션이었다. 자차의 연식이 15년이나 되었을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장애인을 고려한 자동차가 아니었다. 우리 셋째는 휠체어형 유아차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해당 유아차의 무게가 상당했다. 우리 차는 SUV였으며, 차량의 높이 때문에 유아차를 싣고 내리는 데 큰 어려움이 뒤따랐다. 남편과 두 가지 대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타고 내릴 때 용이한 장애인 전용 차량을 구입해서 여행을 떠나는 것과, 힘들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차를 충분히 사용하고 한 달 살기가 끝난 뒤 장애인 전용 차량을 구입하는 것. 이 두 가지 대안 중 역시 두 번째 대안을 선택했다. 당장 차를 사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무리였고, 조금 힘들더라도 지금 타고 다니는 차를 이용하고,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다녀온 뒤 장애인 전용 차량으로 바꾸는 것으로 결정했다. 엄마인 내가 조금 힘들 뿐 셋째에게 당장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렇게 교통편 준비도 끝이 났다. 출발하기 직전, 전체적으로 차량을 점검하는 일 외에 교통편과 관련되어 준비할 것은 더 이상 없다.

 

패밀리 룸, 다양한 편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던 목포발 제주행 '퀸메리호'_(출처 : 씨월드고속훼리주식회사 홈페이지)

다음은 여행지 결정이다. 큰 아이들과 내가 가고 싶은 제주도 여행지를 거주지에서 많이 멀지 않은 곳으로 선택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 많은 여행지 중에우리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여행지는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먼저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를 생각해 보았다.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다짐하게 해 준 결정적인 장소는 ‘비자림’이었다. 첫째가 18개월 때 제주도 비자림을 처음 다녀온 뒤로 '제주도 숲'의 매력에 흠뻑 빠져 다음에 제주도를 간다면 비자림뿐만 아니라 제주도 숲 명소를 다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제주도 동부에 위치한 숲은 비자림, 사려니숲, 교래곶자왈 이렇게 세 곳이었다. 큰 아이들 취향에 맞게 북동부 해변에 위치한 해수욕장도 모두 다녀올 생각이었다. 지리적으로 함덕 해수욕장과 김녕 해수욕장이 가까웠기 때문에 당연히 가겠지만 더 나아가 월정리 해수욕장과 세화 해수욕장도 다녀올 생각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기에 숲, 해수욕장뿐만 아니라 동부지역에서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든 가볼 예정이었다. 셋째의 상황과 무관하게 일단 부딪쳐 보기로 했다. 휠체어가 다니기에 적합한 여행 장소 만을 찾기에는 한정된 장소로 제약이 따를 듯하니 일단 부딪쳐 보는 걸로!(자차 덕분에 유아차가 다닐 수 없는 곳이라면 곧바로 장소 변경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떤 곳을 여행하게 될까. 준비하는 내내 설레고 행복했다.

좌, 함덕해수욕장/ 우, 김녕해수욕장(사진출처 : 본인)
좌, 비자림/ 우, 사려니숲(사진출처 :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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