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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Apr 19. 2024

[치앙마이 40일 차] 노란 택시를 찾아서

핫 스쁘링

 아침부터 와로롯마켓에 갔다. 바로 노란 택시를 타기 위해서다. 평소엔 Maxim 앱으로 개인택시 불러서 편하게 승용차로 이동하는데, 싼캄팽 온천은 멀어서 요금이 부르는 게 값이다. 마음 편하게 정찰제 택시인 노란 트럭을 타기로 한 것. 사방이 뚫리고 중간중간 손님이 있으면 멈춰선다는 게 함정.


 핑강 주변 와로롯마켓엔 빨간 트럭, 하얀 밴, 파란 트럭이 주르륵 줄 서 있다. 길을 건너자마자 기사님들이 우리 셋을 반갑게 맞아주시더라. 그중에서도 우릴 가장 반기는 건 바로 빨간 트럭 기사님들이다. 개인택시라 가격을 협의해서 언제든 빠르게 출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흥정할 자신이 없는 나는 정찰제 노란 트럭만 애타게 찾을 뿐.


 그동안 걸어가다가 여기가 노란 트럭 타는 데로 알기만 했지,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었다. 아저씨들은 다들 자기 차 타라고만 하고 노란 트럭 없다고 알려주더라. 시뮬레이션대로면 바로 노란 택시를 타야 하는데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온천행 노란 트럭이 보이지 않더라.


전날밤에 여러 블로그 후기를 미리 읽고 왔는데 할머니를 찾으면 된다고 했다. 그 정보 덕분에 다시 왔던 길을 돌아서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진짜 이 구역의 짱 같아 보이는 로컬 할머니가 계셨다.


 싼캄팽을 외치니, 핫 스쁘링?으로 화답해 주시더라. 고개를 세게 끄덕이니, 여기가 맞다며 일단 앉아보란다. 그 자리에서 바로 비밀 노트를 펼쳐서 기사님들에게 하나씩 연락을 돌리시더라. 할머니의 프로페셔널함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순간. 호갱이 되지 않도록 구원해 주는 유일한 나의 구세주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그녀는 와로롯마켓의 슈퍼 히어로가 틀림 없다.


 우리가 할머니를 만난 시각은 10시. 할머니가 이리저리 전화를 돌린 끝에 일정이 가능한 기사님과 연락이 닿았다. 나를 불러 ㅂ시계가 걸린 나무까지 함께 가서 6자를 가리키셨다. 10시 30분에 온다는 뜻. 바로 기다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연락통 할머니 찬스로, 노란 트럭 타고 1시간을 넘게 달려 온천에 무사히 도착했다. 엄마와 이모에게 매연을 실컷 마시게 해 드려서 좀 미안했지만. 그래도 인당 55밧(2,200원)이다. 엄청 싸게 원하는 곳에 잘 왔지 않나. 저렴한 걸 이렇게나 선호하니 대머리가 될지 모르겠네.


 계획대로 입장료 100밧(4,000원)씩 내고, 온천에 들어갔다. 계란 한 바구니, 메추리알 한 바구니 100밧에 사서 55도 이상으로 팔팔 끓는 온천물에 풍덩 담갔다. 20분 동안 온천물이 샘솟는 원천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100% 잘 익은 계란을 들고 수영장에 입장했다. 미네랄 온천 수영장은 입장료 100밧을 따로 내야 한다. 지붕이 튼튼하게 둘러있어서 햇빛 피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더라. 거기에 사람 온도와 비슷한 38도라 딱 즐기기에 적당했다.


 미리 수영복을 입고 출발해서 바로 입수했다. 일본인 아저씨 두 분 말곤 우리밖에 없어서 좋았다. 한적한 수영장을 휘저으며 온천물 비처럼 떨어지는 폭포에서 온몸을 적셨다. 미네랄이 함유된 물이라 미끌미끌한 것이 내 피부가 금세 아기피부처럼 부들부들해져서 특별히 맘에 들었다.


 물놀이는 물론, 잔디밭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도 했다. 찐 계란과 메추리알은 간장에 찍어먹고, 망고는 포크에 찍어먹고, 빵은 손으로 갈라 먹고 행복했다. 미리 준비한 음식을 원하는 곳에 와서 즐겁게 물놀이하고 먹는 맛이란. 꿀맛이다. 엄마와 이모는 물장구를 치며 수영장을 마음껏 누비셔서 뿌듯했다.


 노란 택시 막차 시간인 오후 3시 전까지만 놀 수 있어서 제한시간 내로 즐기느라 더 유쾌했다. 온천에서 차를 타는 손님이 우리밖에 없더라. 열심히 놀아서 치앙마이에 귀환하니 엄청 피곤하더라. 타이마사지 1시간 받고 맛있는 저녁까지 먹어서 힐링데이를 완성시켰다. 다시 또 산캄팽으로 가고 싶을 정도로 재밌는 온천놀이였다.


 일본인도 태국 온천에 오는 걸 오니, 태국 온천의 매력이 꽤 상당하다는 반증이 아닐지. 작년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했을 땐, 숙소 사장님네 온천여행에 깍두기로 껴서 차만 탔다. 그때 얼마나 편하게 즐기기만 했는지, 오늘 온천여행을 주도하며 뼈저리게 깨달았다.


 태국 온천 즐기는 법을 태국친구들에게 1박 2일 속성과정으로 익힌 덕분에, 엄마와 이모에게도 태국온천 맛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받은 베풂을 새로운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는 기쁨을 배웠다. 벌써 세 번째 치앙마이 한 달 살기이지만, 혼자서 배운 것을 나눌 수 있어 여전히 새로운 이유다. 내일은 또 어딜 가볼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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