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사냥
므앙마이 시장에 갔다. 다들 픽업트럭에 채소, 과일 가득 싣고 실시간으로 다듬어서 포장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농수산물 직판장으로 소량으로도 구매 가능하지만, 대량으로 구매할수록 이득이다.
우린 신선한 과일을 사려고 갔다. 거리에서보다 확실히 30밧이나 저렴했다. 수박 한 통에 30밧(1,200원)이라면 믿겠는가.
우리의 중요한 요구사항이 하나 존재했는데, 그것은 바로 과일 컷팅. 숙소에 과일칼이 마땅히 없기에 과일을 살 때마다 잘라달라고 요청드렸다. 근데 므앙마이시장에선 상인들마다 칼이 없거나 포장할 그릇이 없는지 잘라줄 수 없다고 하더라. 야심 차게 갔는데 아쉬웠다.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에서 망고를 샀다. 며칠 전 구매했을 때 컷팅해 주셔서 만족스러웠던 곳. 핸드폰가게인데, 복권도 팔고, 음료도 팔고, 망고스티키라이스도 파는 신기한 잡화상점. 지난번엔 소통의 어려움으로 망고갈비가 2개나 버려져서 엄마가 많이 안타까워하셨다. 이번엔 갈비가 버려지기 전에 사장님께 넣어달라고 바디랭귀지로 말씀드려서 모두 살렸다.
망고 1kg에 70밧(2,800원)인데, 3~4개 정도의 무게다. 저번엔 할머니가 담당했을 땐 무게가 넘어가서 77밧 냈는데. 이번엔 며느리(추정)가 담당하니 망고 3개를 한방에 집어 올렸고 1kg가 딱 맞아떨어지더라. 엄마와 나는 모두 대단하다는 의미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엄마가 과일을 좋아해서 매일 과일을 산다. 여행자라 과일 하나 사는데도 과일을 우리가 직접 고르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지, 과일을 잘라주는지, 과일을 잘랐는데 상했다면 새로운 과일로 교체해주는지, 일회용 그릇에 포장해 주는지, 포크는 인원수에 맞춰서 넉넉하게 담아주는지에 따라 일희일비한다. 날씨가 따뜻한 태국에선 수박, 망고, 바나나, 망고스틴은 어디서 사 먹으나 맛있어서 맛은 기본으로 깔고 간다.
결국 우리의 모든 요구를 적극 수용해 주는 곳이 최고의 과일가게로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올드타운 한 곳, 싼티탐 한 곳, 랑머 한 곳. 세 곳의 단골 과일가게를 발굴한 것이 이번 여행의 큰 소득 중 하나가 아닐까. 든든한 거래처를 알아가며,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을 과일가게 사장님들께 확실히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