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고.법 1] 문단부터 정리하라

by 글밥 김선영

글쓰기 코치 글밥입니다. 오늘부터 '내 글 내가 고치는 법'을 하나씩 알아보기로 했죠.


머리를 쥐어뜯으며 겨우 초고를 완성했어요. 설마 바로 발행하지는 않겠죠? 시선을 거두어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갈 겁니다. 제삼자의 눈으로 내 글을 째려보며 고쳐 써야죠. 쉽지 않습니다. 이미 충분히 고민해서 썼고 자잘한 맞춤법 검사 외에는 더할 일도 없어 보입니다.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요. 퇴고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 글 내가 고치는 법 10가지를 소개합니다.


[내 글 내가 고치는 법]

1. 문단 정리 : 주제를 뾰족하게

2. 구성 최적화 : 잘 읽히고 흥미롭게

3. 문장 손질 : 더하기

4. 문장 손질 : 빼기

5. 문장 손질 : 바꾸기

6. 펙트체크 : 틀린 부분 바로잡기

7. 건강 진단: 편견과 차별 제거

8. 중복 찾기: 유의어 대체

9. 리듬 살리기: 균형과 밀당

10. 낯설게 하기: 시공간 변화


순서대로 하나씩 적용하면 고쳐쓰기를 열 번 해야겠네요. (네???) 익숙해지면 한두 번 만에 1에서 10번까지 멀티 작업이 가능하니 걱정 마셔요.


글을 고칠 때 무작정 덤벼들지 말고 순서를 정하면 효율적입니다. 나무를 보기 전에 숲부터 보아야 엉뚱한 산에 가서 도끼질 안 합니다. 글은 단어-> 문장 -> 문단 순서로 확장하며 완성이 되죠. 그렇다면 퇴고는 거꾸로 하는 겁니다. 문단-> 문장 -> 단어 순서로, 큰 덩어리부터 시작해 세밀하게 가는 거예요.





오늘은 그중에서 문단 고쳐쓰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문단(단락)이란 중심 생각이 하나인 글 덩어리를 말합니다. 보통 줄 바꿈으로 나누죠. 글 한 편은 여러 개 문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단A + 문단B + 문단C + 문단D = 글


A에서 할 말과 B에서 할 말이 섞이면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C, D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문단 구분이 없는 통 글을 살펴볼까요? 조금 답답해도 봐주세요.


나는 여행 갈 때 철저하게 계획한다. 날씨가 어떤 지부터 차가 덜 막히는 길, 맛집이 한가한 시간까지 모두 찾아본다. 숙소는 최소 한 달 전부터 예약한다. 혹시나 잘못된 선택을 해서 여행을 망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가끔 철저하게 준비를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 더욱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조금 더 살펴보고 예약할 걸 그랬어’. 내 친구는 반대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며 예약도 없이 새벽부터 자동차를 끌고 나간다. 인기 숙소인데 마침 누가 취소를 해서 반값에 묵게 됐다며 그녀는 기뻐했다.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나도 충분히 즐기는 그녀가 부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운이 좋았을 뿐, 외지에서 식당을 찾지 못해 배를 주린 일도 다반사’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런 일로 고생을 한 적은 없다. 식당이 어디 있는지는 확인은 물론, 문이 닫았을 때를 대비해 플랜B, C까지 꾸려놓았기 때문이다. 내가 맛집을 찾는 비결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집을 피하는 것이다. 보통은 그런 곳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돈을 주고 협찬을 받은 경우가 많다. 그런 곳에 낚여서 기분이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맛집에 갔다가 바가지만 옴팡 쓴 적도 있다.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다 보면 진이 빠져 여행을 갈 때쯤에는 피곤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계획파와 행동파,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다.


먼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꺼내봅니다. 마지막 문장에 나와있네요.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이제 모든 문단은 주제를 향해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하세요. 문단을 '중심 생각' 단위로 나눠볼까요?


A) 나는 여행 갈 때 철저하게 계획한다. 날씨가 어떤 지부터 차가 덜 막히는 길, 맛집이 한가한 시간까지 모두 찾아본다. 숙소는 최소 한 달 전부터 예약한다. 혹시나 잘못된 선택을 해서 여행을 망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가끔 철저하게 준비를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 더욱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조금 더 살펴보고 예약할 걸 그랬어’.

-> 중심 생각: 나는 여행을 망칠까 봐 계획을 철저하게 한다.


B) 내 친구는 반대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며 예약도 없이 새벽부터 자동차를 끌고 나간다. 인기 숙소인데 마침 누가 취소를 해서 반값에 묵게 됐다며 그녀는 기뻐했다.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나도 충분히 즐기는 그녀가 부러웠다.

-> 중심 생각: 내 친구는 계획 없이도 여행을 잘 다녀 부럽다.


C)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운이 좋았을 뿐, 식당을 찾지 못해 배를 주린 일도 다반사’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런 일로 고생을 한 적은 없다. 식당이 어디 있는지 확인은 물론, 문 닫았을 때를 대비해 플랜B, C까지 꾸려놓았기 때문이다.

-> 중심 생각: 충동적으로 가면 식당을 못 찾기도 하지만 계획파는 안전하다.


D) 내가 맛집을 찾는 비결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집을 피하는 것이다. 보통은 그런 곳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돈을 주고 협찬을 받은 경우가 많다. 그런 곳에 낚여서 기분이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맛집에 갔다가 바가지만 옴팡 쓴 적도 있다.

-> 중심 생각: 맛집을 인스타그램에서 찾으면 실망하기 쉽다.


E) 계획을 세우다 보면 진이 빠져 여행을 갈 때쯤에는 피곤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계획파와 행동파,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다.

-> 중심 생각: 계획파와 행동파는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


이처럼 중심 생각이 하나씩만 들어가게끔 문단을 나눕니다. 가만, 거슬리는 문단이 있네요. 여러분도 찾으셨나요?


D문단입니다. 계획파와 행동파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는 중에 ‘맛집을 찾는 비결’이라는 다른 화제가 끼어들었네요. 굳이 필요할까요? 물론, 유용한 팁이긴 합니다. 아꼈다가 나중에 써먹으세요. 그 문단을 아예 덜어내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도드라집니다. 잡초를 뽑아버려야 농작물이 튼튼하게 자라죠.


하나 더, E문단에서 ‘계획을 세우다 보면 진이 빠져 여행을 갈 때쯤에는 피곤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라는 문장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라는 문장 앞에 붙기보다는, ‘계획파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A문단에 더 어울려 보이네요. 문장을 A문단으로 끌어올려보겠습니다.


[한 문단에 중심 생각이 하나! 문단을 정리한 글]

나는 여행 갈 때 철저하게 계획한다. 날씨가 어떤 지부터 차가 덜 막히는 길, 맛집이 한가한 시간까지 모두 찾아본다. 숙소는 최소 한 달 전부터 예약한다. 혹시나 잘못된 선택을 해서 여행을 망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다 보면 진이 빠져 여행을 갈 때쯤에는 피곤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가끔 철저하게 준비를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 더욱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조금 더 살펴보고 예약할 걸 그랬어’.

내 친구는 반대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며 예약도 없이 새벽부터 자동차를 끌고 나간다. 인기 숙소인데 마침 누가 취소를 해서 반값에 묵게 됐다며 그녀는 기뻐했다.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나도 충분히 즐기는 그녀가 부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운이 좋았을 뿐, 식당을 찾지 못해 배를 주린 일도 다반사’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런 일로 고생을 한 적은 없다. 식당이 어디 있는지 확인은 물론, 문 닫았을 때를 대비해 플랜B, C까지 꾸려놓았기 때문이다.

계획파와 행동파,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다.


글의 주제가 한결 뚜렷해졌습니다.


오늘의 한 줄 :
한 문단에는 중심 생각이 하나!
각 문단은 주제로 향한다.


내일은 문단 단위로 글을 구성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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