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작가는 ‘구성작가’라고도 불린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방송작가는 자료조사, 섭외, 기획, 원고 집필 등 다양한 업무를 하는데 그 일을 해내려면 구성력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거칠게 정의하면, 구성이란 글의 순서를 최적으로 배열하는 것을 뜻합니다. 어떻게 보면 개요와도 비슷하겠네요.
내용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잘 읽히며
흥미로워서 계속 읽고 싶게 만든다
저는 이 세 가지를 염두하며 구성을 정리합니다. 처음부터 구성을 잡고 글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퇴고를 하면서 구성을 바꾸는 일도 많습니다. 구성을 바꿀 때는 ‘문단 단위’로 조정합니다.
방송작가를 할 때였어요. 저는 아직 새파란 취재작가(막내작가)였고 구성 개념을 잘 모르던 시기였죠. 한 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메인작가님이 제 앞에 앉아계셨는데 희한한(?) 놀이를 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한시가 바쁜 방송 일인데, 책상 위에다가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을 붙였다가 떼었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고요. 그러고는 옆에 있는 다른 작가님께 이렇게 말했어요.
“봐봐, 이게 나아? (포스트잇 위치를 바꾸며) 아니면 이게 나아?”
“(포스트잇을 떼서 위로 올리며) 나는 이게 좋을 거 같은데?”
포스트잇을 자세히 살펴보니 짤막한 메모가 적혀있었어요. 출연자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요약해놓은 것이죠. 알고 보니 글의 구성을 짜고 있던 것입니다.
똑같은 내용을 담아도 구성에 따라 글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시청률이 중요한 방송 프로그램 구성은 시청자가 방송을 보다가 이탈하지 않도록 내용을 흥미롭게 구성해야 했어요. 수많은 에피소드 중 무엇을 앞에 놓고 뒤에 놓을지, 무엇을 강조하고 뺄지 고민하는 것이죠.
글쓰기모임원이 쓴 글로 예를 들어볼게요. 문단마다 중심 생각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초고: 문단별 중심 생각]
1. 회사 앞 노포에서 떡볶이를 먹다가 문득 어릴 적 할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2. 초등학생 시절, 할머니는 늘 교문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사주셨다.
3. 징그러운 번데기를 먹는다며 나를 놀리기도 하셨다.
4. 학교 앞 달고나 뽑기를 할 때 할머니가 별 모양도 오려주셨다.
5. 할머니는 우리 아빠랑도 사이가 참 좋았다.
6. 당시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외로웠던 나, 할머니는 친구와 다름없었다.
어릴 적 할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여섯 문단 글을 썼습니다. 한 문단씩 살펴보며 고민해보는 겁니다.
문단의 순서를 바꿔볼까?
불필요한 문단은 없는가?
추가할 문단은 없는가?
1번은 현재의 화자이고 2, 3, 4, 5번은 과거 회상, 6번은 다시 현재입니다. 우선 5번은 나와 할머니의 추억과는 거리가 있으므로 뺍니다. 흐름 상 1번이 첫 번째 위치에 오는 게 역시 자연스럽네요. 2번은요? 앞에 떡볶이를 먹다가 할머니가 떠올랐으니 떡볶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연이어 나오는 게 좋겠죠. 번데기와 달고나 중에 어떤 것이 먼저 나오면 좋을까요? 저라면 3번 달고나를 택하겠습니다. 앞부분은 할머니가 날 위해 뭐든지 해주셨다는 것을 강조하고, 그 뒤에는 장난스러운 친구 같은 모습(번데기 먹는다고 놀리는)을 보여준 후 자연스럽게 6번 마무리로 흘러가는 거죠.
[퇴고 후: 구성을 최적화한 글]
1. 회사 앞 노포에서 떡볶이를 먹다가 문득 어릴 적 할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2. 초등학생 시절, 할머니는 늘 교문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사주셨다.
4. 학교 앞, 달고나 뽑기를 할 때 할머니가 별 모양도 오려주셨다.
3. 징그러운 번데기를 먹는다며 나를 놀리기도 하셨다.
6. 당시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외로웠던 나, 할머니는 친구와 다름없었다.
이처럼 문단을 통째로 들어서 카드 섞듯 순서를 바꿔보면서 최적의 구성을 찾아봅니다. 2번에서 4번으로 넘어가는 연결고리가 약하면 '문장'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2번 떡볶이 / 맛있는 떡볶이만 사준 것이 아니다. 때로는 내가 힘들어할 때 홍반장처럼 등장해 문제를 해결해주셨다(문장 추가) / 4번 달고나 뽑기
그러다가 또 다른 에피소드나 사유가 떠오르면 글을 더 보태봅니다. 7번 문단을 만들어 볼까요?
7. 나도 아이에게 우리 할머니처럼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
이렇게 문단 단위로 구성을 재배치하려면, 문단마다 중심 생각이 먼저 확실히 정리되어야 합니다. 중심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은 지난 시간에 소개했던 ‘문단 정리’ 편을 확인하세요.
오늘의 한 줄: 포스트잇처럼 문단을 '붙였다 떼었다'하며 최적의 구성을 찾아라.
다음 시간에는 문장 퇴고로 들어갈 건데요. 세 가지 방법 중 '더하기' 스킬을 실습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