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코치 글밥입니다. 지난 이틀 동안은 문단을 중심으로 퇴고하는 방법을 알아봤는데요. 멀리서 숲(문단)을 전체적으로 훑었다면 이제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갈 차례입니다. ‘문장’을 손질하는 단계이죠. 나무 한그루 한 그루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고 거친 나무껍질을 손가락으로 더듬어도 봅니다. 줄기가 튼튼하게 뻗어있는지, 잔가지가 너무 많은 건 아닌지 눈여겨보고 킁킁, 냄새도 맡아보는 거죠.
문장을 손질하는 방법, 세 가지로 요약해볼까요?
더하고 (+)
빼고 (-)
바꾸고 (x)
오늘은 ‘더하기’ 하나만 해볼 거예요.
무엇을 더할까요? 부족한 부분을 더합니다.
부족한 설명
부족한 묘사
빠진 문장 성분(주어, 목적어 등)
1. 설명 더하기
설명이 부족하다는 말은 독자에게 불친절하다는 뜻입니다. 일기가 아닌 이상, 글은 독자더러 읽으라고 씁니다. 읽는 사람이 ‘이게 무슨 뜻이지?’하고 자주 멈추거나 네이버에서 검색하게 만들면 불친절한 글입니다. 글만 읽어도 상황이 바로 이해되고 머릿속에 그려지게끔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낯선 단어나 전문 용어는 피하는 게 좋고, 꼭 써야 할 경우 그 뜻을 달아주는 게 좋겠죠.
[초고]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옷이 젖거나 말거나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물은 생각보다 미지근했고 나는 수영을 즐겼다.
[설명을 더한 글]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신비로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홀려 물속으로 뛰어내리게 했다는 신화 속 요정 세이렌! 옷이 젖거나 말거나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물은 생각보다 미지근했고 나는 수영을 즐겼다.
: 그리스 신화를 잘 모르는 사람은 새로운 지식까지 얻었네요.
여기서 주의할 점은 독자를 바보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가령, '나는 공원 산책을 하다가 기다란 의자인 벤치에 앉았다'처럼 누구나 알만한 사실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나는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상대방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경험과 지식의 폭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지식의 저주'라고 들어보셨나요.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불친절한 글을 쓸 확률이 높습니다. 적당한 상식선에서 결정하면 될 일이고, 정 판단이 안 서면 지인들에게 물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단어 무슨 뜻인지 알아?'
[초고]
나는 친절한 사람은 못 믿는 편이라 그가 다가왔을 때 방어막부터 쳤다. 말을 걸어도 짧게 대답했고 일부러 시선도 마주치지 않았다.
[설명 더한 글]
나는 어릴 때부터 친절한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일이 많았다. 그가 다가왔을 때도 의심부터 들어 방어막을 쳤다. 말을 걸어도 짧게 대답했고 일부러 시선도 마주치지 않았다.
[초고]
엄마가 주말에 함께 밥을 먹자는 말에 한숨부터 나왔다. 나는 없는 약속을 만들어서라도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동네 친구 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설명 더한 글]
엄마가 주말에 함께 밥을 먹자는 말에 한숨부터 나왔다. 엄마는 식사 자리에서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는 습관이 있다. 밥을 먹자는 건지 잔소리 들으러 앉아있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나는 급하게 없는 약속을 만들었다. 동네 친구 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 독자는 당신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 잘 모릅니다. 글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의 관계에 ‘나만 아는 이유’가 있다면 최소한의 설명은 해주어야 합니다.
2. 묘사 더하기
묘사가 부족하다는 건,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지만 독자가 머릿속으로 생생하게 그림을 그리지 못하니 서운한 느낌이 듭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초고]
파리 여행을 하던 중 말로만 듣던 지하묘지 카타콤에 가보았다. 루이 16세가 도시 미화 정책으로 묘지의 유골을 모두 지하로 옮긴 곳인데 지금은 관광코스가 됐다. 지하로 내려가자마자 눈을 의심할만한 광경이 펼쳐졌다. 실제 해골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모습을 보니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 눈을 의심할 만 광경이라고 하는데 ‘해골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 모습이 머릿속에 정확히 그려지지가 않습니다. 카타콤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문장만 가지고 글쓴이의 감정에 공감하기 힘듭니다. 묘사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해줘야 합니다.
[묘사를 더한 글]
파리 여행을 하던 중 말로만 듣던 지하묘지 카타콤에 가보았다. 루이 16세가 도시 미화 정책으로 묘지의 유골을 모두 지하로 옮긴 곳인데 지금은 관광코스가 됐다.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자마자 눈을 의심할만한 광경이 펼쳐졌다. 좁은 지하통로 양쪽에는 마치 벽돌처럼 첩첩이 사람 해골을쌓아 올려 담장길을 이루고 있었다. 끝도 없이 이어진 미로 같은 해골 길을 걷다 보니 점점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3. 빠진 문장성분 더하기
우리말의 기본 골격은 주어+(목적어)+서술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간혹 목적어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 목적어를 빠뜨리거나 주체가 바뀌었는데도 주어를 알려주지 않고 넘어가는 실수를 할 때가 있습니다.
[초고]
지민이는 동창모임으로 경주에 가자고 했다. 사실은 나도 경주에 가고 싶었지만 그날 선약이 있었다. 일주일 전 남자 친구와 강릉에 가기로 약속한 것이다. 계속 졸라댔고 나는 하루 전날까지 고민을 하다가 가기로 결정했다.
: 어디를 가기로 결정했을까요? 문맥상 경주일 거 같지만 강릉도 말이 됩니다. 특히 장소나 사람이 여럿 등장하는 상황에서는 주어와 목적어등 기본 문장성분을 반드시 챙겨줘야 합니다. 실수로 빼먹을 때가 있는데 이처럼 퇴고를 할 때 꼼꼼히 살펴보며 챙겨줍니다.
[문장성분을 더한 글]
지민이는 동창모임으로 경주에 가자고 했다. 사실은 나도 경주에 가고 싶었지만 그날 선약이 있었다. 일주일 전 남자 친구와 강릉에 가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지민이는 계속 졸라댔고 나는 하루 전날까지 고민을 하다가 경주(or강릉)에 가기로 결정했다.